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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과 촉촉한 비가 교차로 내리며 새봄을 재촉하고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꼬맹이들은 사춘기의 중학생이 될 것이고, 고등학생들은 이제 대학생이 되어 완전히 달라진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것이다. 다른 대학교에 비해 조금 이른 입학식을 치루면서 올해 는 어떤 신입생들을 만나게 될까? 또 그들은 어떤 근사한 꿈을 안고 대학에 들어왔을 지가 무척 궁금했다. 그러던 중 이른 봄에 만났던 두 가지 만남이 특별히 생각이 났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과학박물관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던 필자는 2013년 새로 개관하게 될 국립광주과학관의
필사이언스
조숙경
2024.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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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를 졸업하고 짧은 기간 동안 고등학교 물리 교사를 한 적이 있다. 서울에 있는 신생 여자 고등학교에서 1학년과 2학년 여학생에게 물리 과목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불과 5, 6년 전에 여고생이었던 나는 여고생 물리 수업 분위기가 어떨 것인가를 너무나도 잘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걱정이 되었다. 그야말로 인생 최대의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교과 내용을 충실하게 준비하여 정해진 시간 동안 일방적으로 전달한다면 교사로서의 역할을 못할 리는 없겠지만, 그런 수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학생들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교감하고, 가끔 웃음
필사이언스
조숙경
2024.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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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어느 멋진 가을 날 광주의 한 고등학교로부터 특강요청을 받았다. 처음 방문한 학교의 교정 여기저기에는 조각품들이 서 있고, 학교 본관 앞에는 과학중점학교라는 현판도 붙어있었다. 과학과 예술이 조화롭게 융합된다면 21세기 인재에게 필요한 창의적 사고 (Craetive Thinking),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를 키우는데 아주 이상적이라는 생각을 하며 강연장으로 들어섰다. 강연장에는 벌써 200여명의 남녀 학생들이 웃고 떠들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저 10대의 학생들에게 평생에 기억될 수 있을 만한
필사이언스
조숙경
2023.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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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다. 스웨덴의 도시 스톡홀름에 전 세계인들의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노벨상의 시즌이 도래한 것이다.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그리고 화학상이 순차적으로 발표되었다. 특히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코로나-19에 대한 효과적인 mRNA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한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o) 독일 바이오엔테크 수석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Drew Weissman)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인 두 과학자들이다. 이 두 사람은 지난 20년 동안 밤낮 가릴 것 없이 수없이 많은 대화와 전화와 이메일을
필사이언스
조숙경
2023.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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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DNA 시대다. 빅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등의 최첨단 기술혁신이 사회 전반에 재빠르게 확산되며 일상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21세기는 또한 부카(VUCA) 시대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약자인 ‘부카’는 세상이 복잡하고 불확실하며 모호해져서 미래를 예측하기가 점점 더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21세기는 언제 어디에서든 얻고자 하는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는 있지만, 무엇이 정확한 정보이고, 가짜뉴스인지를 구
필사이언스
조숙경
2023.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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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폭우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듯이 지금 전 세계는 폭염과 폭우, 홍수와 가뭄으로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 방글라데시 남쪽 지방에 살던 사람들은 매년 기록적인 폭우로 농사짓던 땅과 정든 집을 버리고, 기후난민이 되어 도시의 최빈층으로 떠돌고 있으며, 커피의 주요 생산국인 중미의 온두라스에서는 ‘심기만 하면 잘 자란다던 커피나무는 이젠 옛말’이라며 긴 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러시아가 발발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그리고 전쟁의 장기화는 우리 모두에게 에너지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였는지를 다시금 절실하게 깨닫게 해주었으
필사이언스
조숙경
2023.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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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전 1953년 6월에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된 대관식에서 그녀는 말했다. “평생토록 온 마음을 다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26세에 여왕으로 즉위한 엘리자베스 2세는 정말로 평생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 위해 노력한 듯하다. 재임 기간 내내 대중적인 인기도가 80 %에 육박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녀가 보여준 리더십의 본질은 무엇일까? 일생 동안 국가와 국민에 대해 강한 책무감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도 있고, 군주제에 대한 의구심이 일던 사회적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하는 유연한 리더십을 보여주었다는
필사이언스
조숙경
2023.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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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를 정리하다 우연히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오래 전 사두고 읽지 않아 이제는 누렇게 변해 버린 책의 제목은 ‘찰스 다윈: 인간 다윈과 다위니즘’으로 1988년에 민음사에서 출간된 책이었다. 정용재 교수님은 두 대학에서 40년 이상 생물학을 강의해온 교수로 정년을 앞두고 또 때마침 다윈 사후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책을 저술했다고 머리말에 쓰고 있었다. 몇 줄을 더 읽어 내려가니 “처음에는 헨슬로(Henslow)가 있는 곳에 반드시 다윈이 그림자처럼 있었는데, 나중에는 다윈이 있는 곳에 반드시 헨슬로가 있다”는 말로 바뀌게 되
필사이언스
조숙경
2023.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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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형 인공지능인 챗 GPT 열풍이 뜨겁다. 매일 아침 미디어와 SNS에는 갖가지 새로운 경험담들이 올라온다. 3년이라는 코로나의 긴 터널을 뚫고 다시 만나기 시작한 사람들의 대화는 오랜만에 풍부하고 즐겁다. 연일 챗 GPT를 사용해 본 에피소드들로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기도 한다. 챗 GPT에 대한 사용담을 나누다 보면 어색한 대화도 부드러워지는 것 같기도 하다. ‘연구 주제를 주고 박사 논문의 목차를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서론에서부터 결론까지 그 짜임새가 완벽하더라’는 교수님의 경험담도 흥미롭고, ‘600자 짜리 도지사
필사이언스
조숙경
2023.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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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크리스탈 팰리스(Crystal Palace)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있는 프로 축구 구단의 이름이다. 이 이름은 1936년 화재로 소실되어 지금은 사라진 건축물의 이름에서 유래했는데, 원래 이 건축물은 런던의 녹색 심장부인 하이드파크에 세워져 있었다. 유리와 철제로만 지어진 세계 최초의 조립식 건축물로 유명한 크리스탈 팰리스는 1851년 개최된 제1회 세계 만국 산업 박람회(Great Exhibition of the Works of Industry of All Nations)를 위해 지어진 건
필사이언스
조숙경
2023.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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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펑펑 내리던 어렸을 적을 떠올릴 때마다 입안에서 맴도는 노래가 있다. 조그만 읍내에 있던 작은 서점과 빵집에서 울려 퍼지던 크리스마스 캐롤이다. 미술관이 없던 그 시절에는 문방구에 걸려있던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 카드가 미술관 그 자체였다. 눈이 소복하게 내린 길을 외로이 걸어가는 동양의 산수화로부터 따뜻한 조명 아래 선물을 쌓아놓고 즐거워하는 서양 어느 가족의 모습을 만난 건 바로 크리스마스 카드 덕분이었다. 조그만 전구들이 매달려 반짝이던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 있노라면, 산타크로스 할아버지가 나에게도 마법처럼 선물을
필사이언스
조숙경
2022.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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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것들을 정해주는 남자’라는 개그 프로그램의 코너가 있었다. 청춘 남녀가 데이트를 하거나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애매한 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을 위트 있게 알려주는 이 코너 덕분에 한동안 많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그들이 제시해준 방법을 사용해서 결정을 내린 적도 있다. 아름다운 늦가을 시즌에 결혼식 소식이 많이 들린다. 젊은이들에게는 친구의 결혼식에 얼마의 축의금을 내야 하는 지도 상당히 애매할 때가 있다. 이에 대해 애정남은 아주 명쾌한 답을 제시해준다. 결혼식장에서 친구의 부모님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으면
필사이언스
조숙경
2022.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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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사과 말씀을 드립니다.’ 종종 듣게 되는 이 말을 두고 얼마 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한자어 `심심(甚深)한’을 `지루한’으로 잘못 이해하면서 일어났던 이 에피소드를 두고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걱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것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첨단기술과 함께 급격하게 변화된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문해력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일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한 해에 선정되는 새로운 용어만도 5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생존 좌우 불구
필사이언스
조숙경
2022.10.1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