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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백차의 생산량은 겨우 1% 남짓에 지나지 않았고, 차 애호가에게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처지의 차였다. 그런데 대략 2010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너도나도 마치 엘도라도를 발견한 것처럼 백차의 효능과 함께 신비함을 칭송하고 다녔다. 소위 ‘1년 차(茶), 3년 진(陳), 5년 약(藥)’ 혹은 ‘1년 차(茶), 3년 진(陳), 7년 보(寶)’를 마법의 주문처럼 외치고 다니는 것이었다. 현지에서 차를 공부하는 필자 역시도 그들의 그 당당함에 압도당해 “예로부터 어떤 것들을 소개할 때는 약간의 과장도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4.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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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를 길들여 찻잎을 따 오게 해서 만들었다는 전설이 이름에 들어있는 차가 있다. 바로 이름에 ‘원숭이 후(猴)’자가 들어간 태평후괴이다. 전설은 어디까지나 달빛에 물들어야 신비해진다. 그 신비함은 여러 종류의 이름난 차라면 하나씩은 있다. 전설이 있는 차가 나올 적에 그 소개를 하도록 하겠다. 단 전설을 역사로 오인하지 말자. 태평후괴의 산지는 안휘성 태평현(太平縣)이고, 현재의 황산시 황산구(黃山區)이다. 후갱(猴坑)과 후강(猴崗)의 해발 750m 부근의 토층이 1.5m에 달하는 비옥하고, 통기성이 좋으며, pH4.8~5.5의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4.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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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 중에서 녹차인데도 백차의 이름을 달고 다니는 차가 있다. 바로 안길백차이다. 동식물의 백화현상은 드물게 보이기에 영물이나 길조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백사, 백호, 흰 거북이 등이 발견되면 반드시 미디어의 가십거리로 등장하기도 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안길백차가 문헌에 최초로 기재된 것은 북송 시대로 “잎은 희고, 싹은 종잇장처럼 얇으며 민간에서는 상서로운 차로 여긴다”라고 나와 있으며, 송휘종(宋徽宗)은 그의 저서 대관차론(大觀茶論)에서 말하기를 “백차는 예로부터 오직 한 종류만 있었는데, 다른 차와는 다른 점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4.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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楓橋夜泊(풍교야박) 풍교에서 배를 정박하고 밤을 지새우며/ 장계(張繼)月落烏啼霜滿天(월락오제상만천)달 지고 까마귀 우는 서리 내린 밤江楓漁火對愁眠 (강풍어화대수면)강가의 단풍과 고기잡이 등불은 시름을 더해 잠 못 이루고姑蘇城外寒山寺 (고소성외한산사)고소성 밖의 한산사에서는夜半鐘聲到客船(야반종성도객선)깊은 밤 종소리는 나그네의 뱃전에 이르네. 벽라춘의 고장 소주(蘇州)의 이름이 들리면 곧장 연상되는 인구에 회자하는 시이다. 당대(唐代)의 시인 장계가 과거시험에 낙방하고 쓸쓸히 귀가하면서 머무르던 풍교(楓橋)와 함께 지근 거리에 있는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4.03.1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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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가을에 방문한 이후로 50개월 만에 다시 상하이를 찾았다. 시내로 들어가는 공항버스 안에서 둘러본 시가지는 간혹 새로 짓다가 멈춘 건축물이 더러 있을 뿐 5년 전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십수 년 전 상하이로 건너와서 공부하던 시절에 만났던 상하이시 공무원이 "상하이는 주민등록상 등록된 사람은 2300만 명이고, 그에 더해 외지에서 건너와 경제 활동에 참가하는 인원은 700만 명을 더해서 모두 3000만 명이 살아가는 도시"라고 했다. 다시 세월은 무심히 흘러갔고, 그 사이에 경제는 더욱 발전하여 주민등록 인구만 약 2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4.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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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년 두 차례씩 하는 새해 인사 가운데서 음력 설날이 지나가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새해를 맞이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월(正月) 초하루(음력 1월1일)의 뜻을 풀어보자면 음력 1년의 으뜸이요, 1월의 으뜸이자, 1일의 으뜸이다. 따라서 이 세 으뜸을 뜻하는 ‘삼원(三元)’이라고도 불렀다. 또 다른 뜻으로는 새해(年)의 아침(朝)이자, 달(月)의 아침이며, 날(日)의 아침이라는 뜻의 ‘삼조(三朝)’라는 별칭으로도 불렀다 한다. 그런데 모든 세속은 변화를 거듭했던지라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 진한(秦漢 BC221~A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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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광일
2024.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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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서는 자격이나 실력이 안 되는 자들이 되레 전문가인 척 행세를 하고 다닌다. 그래서 일부의 상인들은 “나는 차 모른다. 차 맛의 구분은 신만이 가능하다”라며 본인의 차에 대해 무지함을 자랑스레 이야기하고, 소비자들로부터 질책 대신 오히려 “정직한 사람”이라고 칭찬을 받는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파는 사람이 모른다면 그 물건을 사는 소비자는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무지함은 무책임으로 연결된다. 그 무책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도 소비자들의 실력이 높아져야만 한다. 차를 보고 그 등급의 고저를 판별할 때는 인체의 감각기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4.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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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인체의 감각기관 즉 시각, 후각, 미각, 촉각을 이용하여 그 등급을 대략적으로 판단하고 유추한다. 우선 시각적인 것으로는 건차의 외형과, 탕색, 그리고 엽저(葉底)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탕색(湯色)은 수색(水色)이라고도 하며 찻잎 속에 함유된 성분이 끓는 물 속에 용해되어 보이는 빛깔이다. 이 빛깔은 찻잎의 크기와 발효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첫 번째 찻잎을 따기 시작하는 이른 봄부터 마지막 채엽이 이루어지는 늦여름에 이를수록 일조량이 증가하고, 이는 찻잎에서의 광합성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옅은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4.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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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녹차의 제다법에 따른 분류를 다시 한번 복기해 보자. 설명하면서 모든 차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보다는 현대에 이르러서도 비교적 좋은 품질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명차 위주로 풀어가는 것이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에 더 부합하다 하겠다. 녹차는 제다방식에 의해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한다. 이를 연도별로 구분해서 보자면 먼저 저장과 운송의 필요성에 의해 위진(魏晉 220~420) 시기에 등장한 햇볕에 찻잎을 말린 ▲쇄청(曬靑) 방식과, 당대(唐代 618~907)에 이르러 증기로 살청을 하는 ▲증청(蒸靑) 방식이다. 앞서도 언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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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광일
2023.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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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리나라 보이차 시장은 속칭 ‘촉’이 빠르거나, 차에 대해 좀 아는 사람들은 서로가 ‘눈 가리고 아웅’ 하면서 ‘불량한 보이차’를 새로운 호구들에게 떨어내고 있다. 이곳 호남권에도 모 대학 차 학과의 박사 학위 소지자, 모 사이버대학의 동문, 국내 최대의 인터넷카페에서 고수로 소문난 사람들…. 이 모두가 허구의 존재에 대해 스토리텔링을 꾸미고, 그럴듯한 각색을 해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사기행각에 뛰어든 도적의 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33)‘불량한 보이차’ 이야기(中)]숙차·생차 모두 화공약품차 등장 사실 이미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3.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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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에 이어 계속하여 ‘불량한 보이차’ 이야기를 해 보겠다. 두 편에 나눠서 쓰려고 했으나 쓰다 보니 길어져 그 양이 세 편으로 늘어날 듯하다. 보이차는 ‘마시는 골동품’이라고도 부른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차의 맛과 향이 더 부드러워지고 깊어진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그 참모습을 보지 못한 한국의 차인들은 허상을 좇기 십상이다.[(32)‘불량한 보이차’ 이야기(上)]지푸라기 썩은 냄새 나면 ‘습창차’ 차에 처음으로 입문하는 선량한 소비자들은 모쪼록 이 ‘불량한 보이차’에 관한 글을 머릿속에 새겨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3.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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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와 다음 회에는 우리가 모르고 마셔왔던 ‘불량한 보이차’ 이야기를 해보겠다. 원래 순서에 의하면 보이차는 내년 이맘때나 되어서야 다뤄질 예정이었지만 ‘마셔서는 안 되는 차’ 가운데 보이차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관계로 인하여 순서를 앞당겨 현재와 미래의 소비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 우선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차문화전시회를 5년 만에 둘러봤다. 예전에 봤을 때도 수준 높은 차들을 구경하기 힘든 전시회라서 그다지 큰 기대는 없던 상태였다. 첫날 오전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관람객보다는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3.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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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길고 길었던 찜통더위가 물러가고, 어느덧 선선한 바람과 함께 풀벌레 울음소리가 낯설지 않은 가을날이다. 바람 한 점 없는 날 고요히 떠오르는 달빛에 젖은 정적만이 흐르던 밤, 이슬방울이 나뭇잎에 떨어지는 소리가 잔잔하게 다가오는 가을날의 풍경을 그려낸 시가 있어서 감상해 보고자 한다. 가을산(秋山) 당(唐) 장적(張籍) 秋山無雲復無風 (추산무운부무풍) 가을산 밤하늘은 구름도 없고 바람도 없는데, 鷄頭看月出深松 (계두간월출심송) 계곡가에서 바라본 달은 소나무 숲에서 떠오르네. 草堂不閉石床靜 (초당불폐석상정) 초가집 대문은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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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광일
2023.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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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이 자주 쓰는 말 가운데 [일분전, 일분화(一分錢,一分貨)]가 있다. 1분(一分)은 1위안(1元)의 0.01 가치이고, 이를 우리나라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대략 1.8원 정도의 보잘것없는 액수이다. 모든 물건은 화폐가치와 비례한다. 내가 비지떡값을 지불하고서는 최고급 등급의 차를 원하면 이는 자본주의의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가 아니겠는가. 최고의 제품을 사고 싶으면 최고의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먼저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귀주모첨 우선 사진을 보자. 비슷한 모양의 용정차 종류와 전혀 다른 모양의 귀주모첨을 같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3.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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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배 가운데 대부분은 ‘나주배’ 상표가 찍힌 박스에 담겨있고, 참외는 ‘성주참외’의 박스에 담겨 판매되고 있다.우리는 보통 상품을 만나면 우선은 포장 상태를 본 다음에 실물의 외형을 본다. 그러나 아무리 그 외형을 들여봐도 모두가 같은 ‘나주배’일뿐 정작 서로간의 형질특성 등에 관한 정보가 없다 보니 소비자로서는 난감하기 그지없는 일이다.설령 소비자가 샘플 배의 맛을 보고 샀다손 치더라도 샘플과 실제 포장된 제품이 모양만 같을 뿐 그 내용이 다르다면 난감하기 그지없는 일이기도 하다.기실 이와 같은 일들은 사람이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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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차가 좋은 차인가? 앞서도 언급했듯이 차 역시도 농산물의 일종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농산물 이상의 특수한 대우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모든 농산물은 크기가 큰 것을 우선으로 친다. 사과, 배추, 감자 등등은 모두 그 씨알이 굵은 것이라야 더 후한 값을 받는다. 반면에 차는 그 크기가 작을수록 고급의 대우를 받는다. 특히 경제적인 사정이 과거에 비해 더욱 풍족해진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는 극단적으로 작은 찻잎들, 다시 말해 이른 봄 갓 틔운 차의 싹으로 만든 벽라춘, 금준미, 백호은침, 궁정보이와 같은 차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3.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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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차를 마시고 싶은가? 그렇다면 좋은 차에 대한 정의와 판단을 어떻게 내릴 것인가? 라는 질문에 스스로 대답하기에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한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두 가지의 답이 있다. 하나는 차를 잘 아는 주위 사람이나 상인에게서 추천받은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본인이 직접 공부해서 선택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상식이고, 본인의 취사선택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차를 잘 안다고 추천한 사람이나 상인의 실력이 막상 허당이라면? 그러한 문제 때문에 직접 공부를 해서 실력을 키우려 했는데, 가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3.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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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제5회에서 차인의 삶에 대해 갖춰야 할 마음가짐에서 잠시 언급한 바 있는 송대의 시인 황정견이 지은 차에 관한 절창(絶唱)을 감상해 보고자 한다. 먼저 이 시에서 등장하는 ‘용봉단병’은 송대의 어차원(御茶園: 황실 전용의 다원)이 있던 복건성 건안에서 만들고, 황궁으로 진상되어 황제의 가족들만이 음용하던 황실 전용차이다. 용봉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황제를 상징하는 용’과 ‘황후를 의미하는 봉’이 차의 표면에 양각으로 들어가 있고 금박으로 장식된 데서 그 이름이 유래된 것이다. 그 용봉과 함께 새와 꽃무늬로 장식된 것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3.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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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乾燥)는 각종 차류의 제조를 완성하는 마지막 과정이자, 보관이라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유념과 해괴를 마친 찻잎은 60% 전후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다. 이는 차의 품질을 유지하는데 매우 불리할 뿐만 아니라 저장과 운수 역시도 불가능하기에 반드시 건조를 거쳐 그 품질을 고정시켜야 한다. 건조는 계속하여 찻잎 속의 잔여 효소의 활동을 파괴하고, 진일보한 차향을 발휘하게 만든다. 그와 함께 유념 이후의 외형 조색을 고정시켜 주는데, 초건(炒乾: 초청 건조)과정에서는 서로 다른 방식을 이용하여 특수한 형상의 차를 제조한다. 예를 들자면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3.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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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념의 목적 유념(揉捻)은 초보적인 형태의 모양을 정해주는 과정이다. 전통공예 백차와 어린 찻잎의 녹차, 황차 가운데서 일부의 유념이 필요치 않은 차를 제외하고는 모든 차의 제다에서 필요한 과정이다. 따라서 다른 말로는 성형유념이라고도 부른다. 소위 유념이라고 하는 것은 ‘유’(揉)와 ‘념(捻)’의 두 동작으로 이해해야 한다. 유는 찻잎이 말려 가지(條) 모양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고, 념(捻)은 찻잎의 세포를 부숴 주는 동작을 말한다. 이와 같이 힘의 작용을 통한 유념으로 만들어진 찻잎의 면적은 축소되고 안으로 말려 조형(條形)이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3.07.0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