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왔다.

 병원에서 항암치료 중인 가족의 진료 일정을 변경하라는 문자가 왔다.

 담당교수가 더 이상 해당 요일에 근무하지 않는단다.

 진료 일자를 바꾸면서 상담원에게 이번 의료파업 때문이냐고 물었더니 ‘정말 죄송하다’면서 답을 회피한 채 ‘앞으로 교수님이 해당 요일에는 진료가 없어 바뀐 거’라고 말한다.

 사실 궁금한 거는 그게 아니었다.

 진료 예정일 이전에 항암제가 떨어진 환자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상담원은 급한 대로 환자가 기존에 처방전을 확인해서 근처 동네 병원 의사에게 처방을 부탁한 뒤 그 처방전을 받아서 약을 받으면 된다고 한다.

 교차 검증으로 친구인 잘 나가는 동네병원 의사한테 물어봤다.

 동네병원 의사가 항암제 처방?

 정말로 동네병원 의사가 항암제 처방이 가능하냐고.

 답변이 재미있다.

 의사마다 약마다 허용된 처방 코드가 조금씩 다르단다.

 즉, 항암제 처방이 가능한 의사가 있고 그들이 처방해야 하는 게 원칙이란다.

 그런데, 의사가 허용된 처방코드를 넘어서 처방한다고 해서 불가능하거나 불법인 것도 아니란다.

 만약 항암제 코드가 없는 동네병원 의사가 처방전을 발행해도 그 자체가 무효는 아니고 약국은 그대로 약을 조제할 수 있단다.

 다만, 나중에 항암제 코드가 없는 의사한테 정부에서 처방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뿐이란다.

 일부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겠지만 일단 친구의 설명은 정말 쉬웠다.

 결국 대학병원 교수의 진료가 안 되면, 동네 병원 의사의 처방 의지가 중요하고, 거기에 의료행정기관이 이런 행위를 허용할 것인지 하는 최종적 의사가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보건소나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같은 의료행정기관이 과연 의료파업이라는 현재 특수한 사정을 감안해서 허용 코드를 벗어난 의사나 환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할까 하는 고민해보니 매우 부정적이다.

 친구랑 차라리 코드 있는 의사를 찾는 게 빠르겠다고 웃었다.

 모처럼 친구와 통화했더니 별이야기가 다 나온다.

 일단 의사들은 보건소를 매우 불신하고 불편해 했다. 바쁠수록 걸핏하면 뭐 제출하라고 못살게 군단다. 보건소는 법적으로 최일선 의료감독 기관으로 병원의 감시자이긴 하다.

 현재 의료분쟁이 밥그릇 지키기란 말도 감수하겠지만, 도대체 의대생 2000명을 늘린다는 데 그들을 가르칠 사람이나 시설을 확보하고 대학들이 날뛰는지, 수준은 되는 것인지, 왜 대학들은 의대의 형편과 지방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고사하고, 의대 의견도 듣지 않고 결정하는지 모르겠다고 불신이 가득하다.

 하긴 대부분 의사들은 의약분업부터 잘못된 의료체계의 변경이라는 입장이었다.

 환자·의사·병원의 의사 파악해야

 사실 의료개혁이 거창할 것 없다. 각자 원하는 것을 그대로 표현해서 종합해 보고 가능한지 고민해서 출발하면 된다.

 환자들은 좀더 편안하고 양질의 치료를 원한다. 지방이라면 좀 더 수도권이 우수할 것이라고 동경하고 갈수록 이런 경향이 심해진다.

 대학들은 의대생이 늘어나서 대학의 위상이 올라가고 수입도 늘면 좋겠다는 게 속내다. 의료진 양성에 필요한 우수한 의료진의 확보는 다음 문제다.

 그런데, 의사들도 편안한 게 좋아서 생명을 직접 다루는 부서가 아닐수록 선호되고 환자가 많을수록 좋다. 반면 생명과 직결되는 부서의 의사일수록 환자 수도 적고 좀더 쾌적하게 진료하길 희망한다.

 누군가 의사 2000명이 늘어도 다 서울에서 피부과나 성형외과 할 거란 말을 했는데 필자의 예상도 그렇다. 과연 지방의대가 늘어난다고 과연 지방 환자들에게 혜택이 있을지 부정적이다.

 누구나 이번 선거가 끝나면 의료개혁 문제가 정리되고, 지금의 모습은 아닐 것으로 기대한다.

 성공 실패의 판단 기준은 간단하다. 번지르르한 병원이나 의대 건물, 우수한 최신기계의 도입은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

 지역 거점 병원을 기준으로 환자의 입장에서 의사를 대면하는 시간이 늘어나야 한다. 의사의 입장에서도 돌보는 환자의 대면 시간은 늘어나고 진료하는 환자 숫자는 줄어야 한다.

 만약, 의사가 너무 바빠서 환자 숫자가 준 것이라면, 혹은 서울로 몰려가서 숫자가 줄어든다면 대실패다. 지역 거점 병원에서 의사 1명당 돌보는 환자 수가 늘어나면 그건 정말 대실패다.

 언젠가 이번 사태를 야기한 사람들이 책임을 질 때가 반드시 올 것이다. 로스쿨과 결국 비슷한 결이다.

 박승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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