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광주 관내 학교들이 교실 냉방 문제로 시끌시끌했다. 지구 온난화로 봄과 가을이 사라져버린 탓인지는 몰라도 30~4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이 들어앉은 교실은 에어컨 가동 없이는 한 시간도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더웠다. 학생들은 끊임없이 에어컨 가동을 주장하며 에어컨 설정 온도를 낮추려 하였고, 학교 측은 냉난방비로 잡아 놓은 예산이 바닥이 날 지경이라며, 조금 덥더라도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범정부적 캠페인에 동참한다는 이유로 에어컨 가동을 최소화하려고(중·석식 시간 에어컨 가동 중지 등) 했기 때문이다. 에어컨 가동을 두고 벌어진 실랑이는 여름 내내 학교 구성원들을 괴롭혔다.



`교실 온도 28도 이하’가 법인데

 쾌적한 환경 속에서 배움을 추구하기 위해 에어컨을 아낌없이 가동해야 한다는 학생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학교보건법시행규칙의 별표2 `환기·채광·조명·온습도의 조절기준과 환기설비의 구조 및 설치기준’을 보면 `실내온도는 섭씨 18도 이상 28도 이하로 하되, 난방온도는 섭씨 18도 이상 20도 이하, 냉방온도는 섭씨 26도 이상 28도 이하로 할 것’이라고 정해져 있다. 교실은 항상 28도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법으로 확정짓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계적으로 28도까지는 괜찮다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자신의 배움을 일궈갈 권리가 있으며 이를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를 공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제적 이유로 교실 온도가 28도를 넘기는 상황 속에서도 에어컨 가동을 최소화하려고 하고, 정부 방침이라는 이유로 수업 시간을 제외한 중·석식 시간이나 쉬는 시간 등에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 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에어컨 가동을 최소화하려는 학교 측의 입장도 불편부당하지만은 않다.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탄소 에너지의 고갈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무분별한 에너지 개발 사업! 이로 인한 자연 파괴, 원유 유출 사고, 탄소 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한 핵발전소의 엄청난 방사능 오염은 에너지 고소비 사회로부터의 탈출을 적극 요청하고 있는 것. 전기는 저장률이 가장 떨어지는 에너지이다. 생산된 전기는 바로바로 소모하지 않으면 사라지기에 정부와 시장은 발전소 건설에 따른 비용을 확보하고 경제성을 맞추기 위해 국민 생활 전반에 전기 제품 사용을 일상화 시켰다. 전기 제품 사용의 일상화는 전기 수요 증가와 발전소 건설, 그에 따른 환경파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었다. 이를 끊어낼 수 있는 노력 중 하나가 바로 학교에서 에어컨 사용 자제 등이다.

 화석에너지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며 생태적 자립과 자치를 가르치던 교사들로선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에어컨을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 한편으로 학생들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자신의 배움을 일궈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교사들로서 에어컨 가동을 더 줄여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없다.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더위를 피해야하는 딜레마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무더운 여름 40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한 공간에 밀어 넣는 사회구조 자체가 생태와 사람을 모두 파괴하는 것이라는데서 시작해보자.



방학 늘리고, 체험활동 강화하면

 무더운 날씨에 좁은 공간에 많은 학생을 밀어 넣으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자연을 기계의 힘을 빌려 이겨내려고 하면 할수록 더위는 더욱 심해지고 비용도 많이 든다. 학생들의 배움도 진행될 수 없다. 그러므로 상상력을 발휘하자! 여름방학을 늘리고 겨울방학을 줄여 무더위에 학생들이 좁은 장소에 몰리지 않도록 하자!

 학교 교육과정에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곳을 방문해 각종 체험을 통해 창조적 배움을 실천하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이 있다. 탄력적 교육과정 편성을 통해서 무더운 여름철에 창의적 체험활동을 집중 배치해 학생들이 지역사회라는 넓은 공간에서 배움의 넓이를 넓혀갈 수 있는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교실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 지역사회라는 넓은 공간으로 배움의 무대를 옮기니 더위는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 더위가 문제 되지 않으니 에어컨이 필요 없고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도 줄일 수 있다. 학생들의 행복한 배움과 생태계 보호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니 생태 친화적 상상력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생태 친화적 상상력의 발현은 생태적 감수성을 키워내는 교육과정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므로 장기적으로 생태와 사람을 파괴하는 사회구조를 바라볼 수 있는 생태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올 여름 더위에 대한 기억이 한 여름 밤 꿈처럼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김동혁<전교조 광주지부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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