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6일 고교배정방식과 관련한 공청회가 있었다. 1975년 광주시에 고교 평준화가 시작된 이래 40주년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고교배정방식의 개선을 위한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광주시내 고등학교간 서열화와 집과 배정학교 사이의 통학거리 문제를 집중 논의했으나 논쟁 지점은 역시 평준화의 이념과 학부모의 선택권 사이의 갈등이었다.

 고교배정방식 변화의 큰 물줄기는 이렇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 시작한 평준화는 당시 중학교까지 내려간 입시경쟁의 폐단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수단은 연합고사를 실시해 그 성적을 고려해 소위 ‘뺑뺑이’라 불리던 무작위 추천방식이었다. 이후 98년에는 연합고사를 대신해 중학교 내신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2000년부터는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부여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후 몇 차례 세부적인 변천을 거쳐 현재의 고교 배정 방식으로 변모해왔다.



성적 1등급 학생 배정 큰 차이

 현재의 배정방식을 간략히 소개하면, 크게 학교정원의 40%를 뽑는 ‘선지원추첨배정(선배정)’과 나머지 60%를 뽑는 ‘후지원지리정보추첨배정(후배정)’으로 나뉜다. 이를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선배정 학교(광주 전체 고교에서 선택)에서 2~3개교를 선택하고, 후배정 학교(중학교별 통학거리를 고려해 선정된 배정가능학교에서)에서 60%의 학교(보통 5~9개교)를 선택한다. 추첨방식은 선배정·후배정 모두 무작위 컴퓨터 추첨방식이다. 그리고 여기에 내신석차 백분율을 고려해 성적을 남녀 3등급으로 구분한 성적고려 배정 방식도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방식에 문제가 많다.

 고등학교간 성적 1등급(상위 8% 이내) 학생 배정 수가 학교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2015년 고교배정에서 1등급이 가장 많은 학교는 42명이 배정되었으나 가장 적은 학교는 5명이 배정되었다. 현행 대학입시는 내신위주의 수시전형에서 대학별 정원의 70% 정도를 선발하고 있어 상위 성적의 학생이 한 학교에 집중되어있을 때 입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구별 고교 지원자와 고교 정원에 차이가 커서 지역간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지원자의 입장에서 광산구는 남녀학생 모두 학교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며 서구는 여학생의 선택 가능학교가 적어 인근의 남구를 비롯해 인근 지역으로 배정되고 있다. 이런 문제로 통학시간이 늘어가고 학생과 학부모의 불편이 늘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청은 고교배정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어떤 방향으로의 변화인지에 대한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평준화 강화·서열화 막는 제도로

 첫째는 고교평준화의 취지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고교평준화가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이미 정부와 학자들에 의해 실증적으로 검증되었다. 여기에 4·16 세월호 참사 이후 ‘경쟁에서 협력으로’의 변화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요구와 진보교육을 표방하는 광주시교육청의 정책방향으로 일관되고 유지되어야 한다.

 둘째, 학교간 서열화를 막아야 한다. 광주의 몇몇 입시성적이 좋다는 학교들의 학생 성적이 학교 효과가 아니라 고교배정에서 좋은 학생들이 집중되어 나타나는 선발효과에 의한 것임을 확인한 교육청의 연구결과를 지금이라도 공개해야 한다. 또한 학교간 서열화를 막기 위해 실시하는 성적고려 배정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의 40% 선배정 비율을 대폭 낮추고, 3등급 구분은 4~5등급으로 더욱 세분화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학부모들로 하여금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선택한 먼 거리의 좋은 학교가 아니라 중학교 근처의 모든 좋은 학교 중 내 아이의 특성과 진로에 적합한 교육과정의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굳이 경쟁이 필요하다면 비슷한 성적의 학생들을 위해 더욱 뚜렷한 특색을 갖춘 교육과정을 제시해 학부모의 선택을 받게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별 고교지원자와 고교 정원의 불균형은 시정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학교 이설 및 신설을 통해 조절을 시도하고, 중기계획으로는 중학교 학급이 많은 곳에 고등학교 학급이 많도록 학급 수를 조정해나가야 한다.

김재옥<전교조 광주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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