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폭염이 오래 머물다 갔다.

 다행히 처서 무렵에 내려준 단비가 타는 대지를 식혀주고 가면서, 임계점을 넘나들며 제 목숨을 지탱하며 견디던 것들이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다.

 올 여름엔 지인들의 조문이 잦았다. 오랜만에 걸려오는 문자들은 반가운 안부보다 어른들의 부음 전언이 대부분이었다.

 광주는 폭염에 맥이 없는 모양이었다. 무더위가 30도를 넘어서는 날이 한 달이 넘게 지속되자 광주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이 국가적인 재난 수준이었다.

 산천초목이 타들어가고, 양식장의 생물들도 무더기로 폐사하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지면을 채웠다. 예년에 비해 태풍도 없어서 과일과 나락은 당도가 높고 알맹이가 꽉 차겠거니 싶었는데, 너무나 더워 당도도 떨어지고 쭉정이 뿐이라니 안타까웠다. 이렇게 며칠을 더 더위가 지속되었더라면 어찌됐을까 생각하니 아찔하다.

 1994년 이후 22년 만에 찾아온 폭염이라는데 지난해 여름도 만만치 않은 것도 같아 이렇게 손 놓고 있다가 광주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광주 녹지율 1위→5위로

 광주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도시열섬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하다.

 이렇게 도시가 뜨거운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면 이 도시에서 살아갈 힘없는 민초들의 삶은 더 힘들다. 시민들은 대구보다 더 뜨거운 도시라는 씁쓸한 이야기에도 놀라지 않고 오히려 수긍하는 분위기다. 도시를 달구는 폭염의 원인이 도시의 녹지 비율과 숲 면적이 일정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전문가들은 자료를 들어가며 분석하고 있다.

 시민들은 무등산이 도시 가까이 있으니 광주의 녹지비율이 타 도시보다 높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2007년 6대 광역시 중 1위를 차지했던 녹지율이 지난 2013년 기준 5위로 떨어졌다. 도시의 허파로 불리는 녹지가 도시의 기온 변화에는 도시숲의 면적, 녹지면적 등 환경적 요소가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도시는 생태계의 순환고리를 단절할수록 살기가 힘들어 진다.

 앞산과 뒷산이 도로와 주택단지에 제 살을 내주고, 도시가 숨소리를 죽여 가며 제 욕심을 채워가는 동안 시나브로 도시민들의 삶은 병들어 가고 있는지 모른다.

 얼마 전, 물순환도시에 대한 논의의 자리인 ‘광주습지생물다양성’ 10차 세미나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이를 풀어갈 수 있는 여러 가지의 해결의 단초들을 내놓았다.

 ‘생태면적률’도 그 중에서 주목할 만 하다. 서울시에서는 지탱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녹지용적량과 생태면적률을 통한 도시열섬의 확대를 막는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행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2004년부터 조례를 통해 ‘생태면적률’ 제도를 도입, 아파트, 단독주택, 공장, 일반건축물 등 공간 유형에 따라 일정 비율 이상의 생태면적을 확보하도록 했다.

 건축 시 자연지반, 수공간, 옥상녹화, 투수성 보도블럭 등을 설치하도록 한 것인데, 올해 7월부터는 나무를 많이 심으면 최대 20%까지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참 부러운 도시다.

 전 지구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대응전략들을 내놓고 있는데, 우리도 광주다운 도시의 기후조절, 열섬완화 등을 위해 시민참여형 중장기적인 대응과 전략이 필요하다.

 근간에 ‘바람길’에 대한 논의와 ‘도시회복력’에 대한 논의의 장도 이어진다고 하니 ‘물순환 도시’의 논의에 장과 함께 민관 협치적으로 더불어 살만한 도시의 정답이 그려지면 좋겠다.

 지속가능한 도시는 구성원들이 모두 힘을 합쳐 만들어가야 한다. 시민들이 발등을 찍는 도끼의 아픔을 인식하고, 스스로 나서서 도끼날을 제거하고,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에 함께해야, 온전히 새살이 돋아나고, 그 힘으로 도시를 지켜갈 수 있다.



올해 버텼지만 내년엔 또 어떡할건가

 광주시에서 마련하고 있는, 폭염도시의 오명에서 벗어날 대응전략이 ‘광주다운 지혜’를 그 해답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폭염에서 살아남았다고 방심하지 말고, 슬기롭게 지속가능한 공동체 광주가 기후변화시대를 살아갈 전기를 마련하는데 힘써야 한다. 우리 시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회복력이 보장된 도시’, ‘물순환 도시’, ‘바람길이 배려된 선선한 도시’에서 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폭염도시 열섬에 데인 화끈거리는 상처엔 녹지와 습지가 치료약이다.

 허황한 예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애써 예를 들면, 광주의 도시농업은 메마른 도심에 물기를 보완 해주는 논농사 중심으로 한다든지, 열섬의 주범인 도로를 뜯어내고 꽃밭이 어우러진 가로수 길을 조성한다든지, 각 가정의 빗물을 모아 땅으로 되돌리는 일을 모든 집에서 하게 한다든지….

 이렇게 시민 스스로 꿈도 꾸고, 고민하고, 대안도 찾아보고, 자기역할도 해서 함께 살만한 도시 광주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 광주는 당당한 시민자치의 자긍심이 살아 있는 도시이기에 더 그렇다.

김경일<광주광역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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