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예고한 대로 이달부터 우치동물원이 무료 개방됐다. 어린이날·어버이날 등 가족단위 행사가 많은 계절적 분위기와 어우러져 이달 우치동물원 방문객이 부쩍 늘었다는 게 광주시의 자랑이다.

 필자는 지난달 본란을 통해 우치동물원 무료 개방을 지지하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당시는 광주시의회 일각에서 입장료 수익을 포기하지 말고, 이를 모아서 낙후된 시설 개선에 쓰자는 목소리가 커서 관련 조례 개정이 불발되고 무료 개방 성사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시의회 주장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우치동물원 무료 개방의 이득이 훨씬 많다는 점을 강조했던 기억이다.

 어찌 됐든 광주시의회가 방침을 바꿔 관련 조례 개정에 동의함으로써 우치동물원은 현재 입장료 없이 누구나 들어 다닐 수 있게 됐다. 당연히 그 혜택이 시민에게 돌아갈테다.



잔디광장에 들어서는 빛축제장

 그런데 최근 우치공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판을 보니, 동물원 무료 개방의 과실을 탐한 이는 따로 있었다는 느낌이어서 찜찜하다.

 우치공원에 설치 중인 빛축제장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우치공원에 따르면, 공원 입구 잔디광장 2만5000㎡ 부지에 518만 개의 LED 야간 경관 조명을 이용한 빛축제장이 조성돼 이번 주말 개장한다. 패밀리랜드를 위탁 운영 중인 민간업체가 조성하는 빛축제장엔 무등산 서석대를 축소한 주상절리·에펠탑·금문교 등 100여 개의 세계 유명 조형물이 미니어처로 제작·전시된다. 이 미니어처엔 LED가 씌워진다. 또 폐품을 모아 만든 로봇·공룡·사슴·기린·소·닭 등 20여 개의 조형물도 전시된다. 야간에만 개장하고 입장료는 5000~6000원 대로 예고돼 있다.

 필자가 본란에서 우치동물원 무료 개방을 지지한 논리 중 하나는 지금 빛축제장이 들어서는 잔디광장과 주변 대아저수지 등 수변공원을 시민 공간으로 되돌려주자는 것이었다.

 우치공원은 패밀리랜드로 불리는 놀이시설과 동물원 등 기능성 공간 외에 잔디광장 등 녹지공간 2만4500㎡로 구성돼 있다.

 공원 입구에서 동물원에 이르는 구간에 있는 잔디광장은 인접한 저수지와 어우러져 광주에서 최상·최고의 휴식공간으로 손색없는 곳이다. 지금까지 이 공간은 동물원이나 패밀리랜드행 입장권을 구매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사실상 유료 공원이었다. 하지만 동물원이 무료 개방되면서 입구가 열려 잔디광장도 무료로 개방됐다. 연인이나 가족 단위로 와서 돗자리 펴고 도시락 먹으며 쉬어가는 상상 속 ‘풍경화’는 이곳에 빛축제장이 들어서면서 산산조각 났다.

 갖가지 전등과 장식, 조형물로 뒤덮인 이 공간은 이제 잔디광장으로서의 기능은 상실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밤엔 유료로 개장하고 낮에는 무료라고 하지만, 조형물이 점령한 이곳엔 낮이라도 돗자리 하나 펴기도 힘들게 돼버렸다. 빛축제장 주변으론 펜스가 쳐져 입장마저 주눅 들 판이고, 전선과 전구가 칭칭 동여진 나무들은 시원함을 주기보다 열기만 내뿜을 기세다.



우치공원 개방 큰 그림은 어그러지고

 잔디광장은 이미 풍경을 상실하고, 기능을 훼손당하고 말았다. 동물원 무료 개방으로 늘어난 관람객을 상대로 돈벌이에만 골몰하다 드러난 부작용으로 여겨진다. 놀이시설을 위탁·운영중인 민간업자 입장에선 수익성을 위해 뭐든 하겠다고 나설 수 있다지만, 공원 관리 책임이 있는 광주시가 업자 요구대로 공간 점용을 모조리 허용해줬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우치공원 개방’이 될 수 있었던 광주시의 위민 행정이 말 그대로 ‘동물원 개방’에만 그치게 될 판이다.

채정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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