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파트 경로당에 모여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어르신들이 ‘돈 좀 벌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젊은 날 길게는 30년 넘게 생업에 종사했던 이들, 은퇴 후엔 그 짐 벗고 편히 살겠노라했던 다짐을 뒤로하고 돈 욕심 낸 이유는 뭘까?

 ‘노노케어’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경로당 동료 중 홀로 살거나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좀 더 건강하고 여유있는 축이 그렇지 못한 이들의 보호자 노릇을 하면 좋지 않겠나하는 데 생각이 미친 것. ‘노인이 노인 돌보기’인데, 애초부터 마음만으로 될 일 아닌 게 불문가지. 같이 연로한 처지니, 육체적으론 누가 누구를 뒷바라지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 않겠는가. 결국 홀몸 노인들이 먹을 것, 입을 것을 지원하고, 거처를 보살피기 위해선 ‘밑천’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손을 벌릴 수는 없는 일. ‘돈 좀 벌어보자’는 말이 예서 나왔다. 그런데 법상 장애가 있었다. 경로당은 수익사업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거다. 이때 발견한 묘수가 협동조합이다. 수완이지더원아파트경로당협동조합은 이렇게 탄생했다. 수완지구 소재 550여 세대 아파트 단지에서 전국 최초의 협동조합 실험이 진행 중인 것이다.



“아파트 택배를 경로당서 배달하자”

 협동조합 설립과 운영은 퇴직 공무원으로 이 아파트 노인회장인 차상운(75) 씨가 앞장섰다, 협동조합에서 그의 직책은 감사다. 차씨와 동갑내기 임무길 씨 포함 8명이 조합원 깃발을 함께 들었다. 이들이 형편에 따라 일정액씩 출자하고 보니, 총 2200만 원의 씨앗기금이 마련됐다. 이사장은 외부서 영입. 노인들의 수족이 돼 뛰어줄 ‘젊은이’를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낙점받은 이는 입주자민이자 공인중개사인 조철호(58) 씨다. 2015년 3월이었다.

 협동조합 추진 과정에서 이들이 제일 먼저 구상한 사업 아이템이 있었다. 아파트 내 택배사업이다.

 차상운 씨의 설명이다. “아파트 단지 내 택배 배송과 관련해선 경비원과 입주자, 택배회사 간 분쟁이 끊임 없잖아요. 시간이 급한 택배 회사는 가가호호 배달하기 보다 경비실에 맡겨놓고 가버리고…. ‘집 까지 배송’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주민은 손수 경비실까지 가서 무거운 물건을 들고 와야 하는 수고로움에 불만이고요. 게다가 경비실은 택배 보관소로 전락, 끊임없이 물품이 드나드니 관리하는 사람들만 죽어나죠. 막상 배송원이 집집마다 방문한다고 해도 문제가 있어요. 낯선이에게 현관문을 열어주는 것 자체가 꺼림칙하잖아요.”

 경로당 택배사업은 이같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우선 ‘시간이 돈’인 택배 배송원은 해당 아파트 물품을 경로당에만 내려주고 떠날 수 있다. 집집마다 방문할 경우 허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으니, 회사와 종사자 모두 수익이 늘어날 게 자명한 이치. 각 가정에선 낯선 이에 대한 현관 개방 부담을 덜 수 있다. 아파트 입주민인 어르신들이 방문하니 불안감을 가질 이유가 없는 것. 관련 주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수익. 업무량과 시간을 절약하게 된 택배회사가 일정 비용을 협동조합에 지불해야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경로당 협동조합은 실제 택배회사 3~4곳과 이같은 내용의 협상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분위기가 썩 호의적이지 않았다고. 성사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노케어’ 재원 마련 위한 지원 절실

 현재 경로당 협동조합 간부들은 단위 아파트별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해서 구청 등 행정기관에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전직 공무원 차 씨가 몇십 년만에 다시 펜을 잡고 공문을 작성하느라 끙끙대는 이유다.

 필자는 어르신들 스스로 ‘노노케어’를 고민하고, 실천 방안으로 노인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는 데 주목한다. 난제 해결 방안으로 협동조합이라는 제도를 찾고, 공부하고, 활용하는 데까지 나간 실천력 역시 박수 받아 마땅하다고 여긴다.

 제도적·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는 지금, 어르신들의 협동조합 도전이 좌절하지 않도록 가능한한 도움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완이지더원경로당협동조합의 도전을 응원한다.

채정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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