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든 것에 능통한 진정한 `천재’를 떠올릴 때 늘 맨 앞자리에 놓았던 사람이다. 현존하는 사람들 중엔 정말 그랬다. 그의 글을, 그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산’이 떠오를 정도였다. 소설가라는 직함 하나로는 도저히 정리하기 어려웠던 사람, 이윤기 선생이 떠났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갑자기 황지우의 시 `뼈 아픈 후회’가 떠올랐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기분이 꼭 이랬다. 무언가 무너지는 느낌, 내 안에서 큰 것이 빠져 나가버린 느낌이었다.

 63세였고, 사인이 심장마비였으니 하늘이 많이 야속한 편이다. 그는 살아서 아직 해야 할 것과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다. 그의 소설은 굳이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그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질의 그림을 그렸고,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 무겁고 딱딱했던 `신화’를 우리 곁으로 가깝게 엮은 주인공이며 번역의 세계에서도 그의 이름은 늘 맨 앞자리에 있었다. 그것이 예술의 영역이라면 그는 무엇이든 다 해낼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이제 알겠다. 세상의 어떤 천재라도 제 명줄의 끝은 알지 못한다. 모든 사람은 늘 마지막에는 공평하다.

 그의 책,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 세 권을 조만간 다시 꺼내 읽어야 할 것 같다. 그의 서술방식은 오로지 그만의 것이며 문자로 이루어진 하나의 세계다. 문자의 나열이 아니라 그만의 문체로 배열된 언어는 신들의 깊은 내면을 처음으로 우리에게 보여줬다. 마치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같았다.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를 번역한 사람도 그이다. 그가 번역해 내놓은 책만 200권이 넘는다. 2000년엔 `대한민국 번역가상’을 받았고, 번역문학 연감 미메시스가 선정한 `한국 최고의 번역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누군들 그의 능력 앞에 무릎 꿇지 않을 수 있으리.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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