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지니는 존경과 권위의 상징인 지팡이(杖)는 어떤 나무로 만들었을까?

 첫 번째는 명아주로 만든 청려장(靑藜杖)이다. 도교의 신선들은 푸른색인 청(靑)을 영원함을 상징하는 장생불사(長生不死)로 믿고 있기에 항상 청려장(靑藜杖)을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담양 봉산 제월리에 위치한 송순(宋純)의 면앙정 3언가 편액 중에 `부여장 송백년(扶藜杖 送百年: 청려장을 짚고 백년을 보내리라!)’이란 구절에서 보듯 옛 시절이나 지금이나 지팡이(杖)는 어르신들의 필수품이었던 것 같다.

 이 청려장은 1590년 중국 명나라의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청려장을 짚고 다니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라는 기록이 있다. 우리 선조들 역시 신경통 치료에 효과가 뛰어난 귀한 지팡이로 여겼기에 안동 도산서원에는 퇴계(退溪) 선생이 짚고 다니던 청려장이 원형 그대로 보관되어 있고, 1999년 4월 21일 안동하회마을을 방문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고희 기념선물 역시 청려장(靑藜杖)이었다.



 청려장 짚고 백년을 보내리라

 오랜 시절부터 지팡이는 본인이 만들어 짚지 않았다고 한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왕이 장수한 노인에게 직접 청려장을 하사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에도 나이 지천명(知天命)이 되었을 때 자식들이 아버지에게 바치는 가장(家杖)을, 이순(耳順)에는 마을에서 주는 향장(鄕杖)이, 고희(古稀)에는 나라에서 주는 국장(國杖)이, 산수(傘壽)인 80세 때에는 임금이 내리는 조장(朝杖)을 장수한 노인에게 하사했고, 지금도 매년 10월2일 노인의 날에는 천수(天壽)인 100세 이상 전국의 어르신들에게 대통령의 청려장(靑藜杖)이 전달된다.

 두 번째는 남도지방에서 청려장(靑藜杖)보다 더 좋은 지팡이(杖) 재료로 나무 자체에서 향기가 나는 털조장나무(녹나무과:Lindera sericea BI)를 최고로 알아주었다. 남도지방의 무등산·조계산·천봉산 등지에서 자생하는 잎 떨어지는 작은 키 나무로 꽃 모양이 생강나무와 비슷하게 생겼다. 잎과 줄기에서 기분을 좋게 해주고 피로를 풀어주는 테르펜 성분이 많아 예부터 이쑤시개·젓가락·지팡이를 만들었던 쓰임새가 많은 나무였기에 남벌이 심해 지금은 엄지손가락 굵기의 나무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심신 안정시키는 향기가 나는 털조장나무

 털조장나무에 들어있는 테르펜 성분은 식물체의 조직 속에 들어 있는 정유 성분으로 향기가 좋은 방향성 살균·살충성 화학물질로 사람의 자율신경을 자극하여 심신을 안정시키고 체내분비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감각계통의 조정 및 정신집중 등의 두뇌건강에 좋은 작용을 하기에 체내 저항성이 떨어진 노인들에게 지팡이를 만지는 것만으로도 손과 신체 주변 공기를 살균해주는 기능이 있어 귀하게 대접받았던 것 같다.

 털조장나무와 기능이 비슷한 녹나뭇과의 나무들을 남도지방에서는 쉽게 만나볼 수 있는데 감태나무·생강나무·비목나무·생달나무·월계수나무·녹나무(사진)들이다.

 녹나무 목재에는 정유성분인 장뇌향(樟腦香, Camphor)이라는 일종의 방충제를 함유하고 있어서 예부터 고급가구의 재로도 쓰였을 만큼 기능이 좋아 가는 줄기로 지팡이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김세진 <나무병원 杏林·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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