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퇴보한 분야가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도 민주주의와 남북관계의 후퇴가 가장 안타깝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국민과 함께 지키고 가꿔온 민주주의라는 ‘나무’가 뿌리 째 흔들리고 어렵게 조성해놓은 남북 화해·교류·평화 분위기가 하루 아침에 적대적 대결국면으로 바뀌어버린, 이 상황이 무엇보다 국민들을 가슴아프게 한다.

 이제 그만 할 때도 됐건만, 이 대통령 정말 집요하다. “대체 이 나라 민주주의와 남북관계를 어디까지 후퇴시킬 요량인지…, 민주주의의 싹을 아예 잘라버릴 작정을 한 것은 아닌지, 기어코 남북간에 전쟁이라도 한 번 하려는 것인지….”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우리 국민들 너무 힘들다.

 며칠 전 단행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인사만 해도 그렇다. 이 대통령은 장관급인 이 단체 새 수석 부의장에 극우 보수단체 출신인 김현욱 전 국회의원을 내정했다. 민주평통은 통일정책 등과 관련해 의장인 대통령에게 자문을 하는 헌법기관이고 수석부의장은 대통령 지근 거리에서 그 기능을 수행하는 자리다. 이런 자리에 적대적 통일관을 가진 사람,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이처럼 천박한 사람을 앉혀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의 화려한 ‘극우이력’을 보면, 이 정부가 과연 평화통일을 하자는 얘기인지, 말자는 얘기인지 의문이 든다. 김 전 의원은 80년 5·18민중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탄생한 민정당에서 3선을 했고 자민련에서 한 차례 더 국회의원을 지냈다. 또 ‘반핵반김 국민협의회’ 운영위원장을 지낸 바 있고 가톨릭뉴라이트 상임의장도 역임했다. 특히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반미ㆍ좌익 단체’로 규정한 인물이 그다. 무엇보다 광주시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그의 5·18에 대한 왜곡된 인식 때문이다. 그는 “80년 광주학살은 북한 특수부대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최근까지 ‘5ㆍ18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반대운동을 했던 장본인이다.

 이처럼 민주주의와 5·18, 남북관계에 대해 편향되고 투쟁적 인식을 가진 인사가 대통령 측근에서 민주평화통일 정책 등을 자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시대착오적이다. 민주주의와 5·18에 대한 또 한 번의 폄훼이자 도전일 뿐이다. 나아가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할 의사가 없음을 대내외에 다시 한 번 천명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이 대통령은 김 전 의원에 대한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임명을 당장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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