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등학교 원서접수 기간이 11월14일부터 18일까지이다. 특성화고와 중학교 모두 원서로 바빠지는 시기에 사립 특성화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해들은 특성화고의 호객행위는 어느 시대의 이야기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원서접수기간이 다가오면서 특성화고 사이에 학교 홍보와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한 과열경쟁이 비교육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특성화고에서는 중학교별 홍보 담당자를 정해 공공연히 원서(우수 학생) 확보를 위해 홍보작전에 나서느라 해당 선생님의 스트레스가 심각하며, 이때 동원된 특성화고 재학생들은 학교수업을 빼고 중학교 홍보에 나서는 바람에 민원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중학교 방문 시 음료나 기념품 등을 제공하는 것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불필요한 오해까지 유발하고 있다. 중학교도 특성화고 홍보시간 마련을 위해 교육과정과 다르게 학생들의 수업을 빼야하기도 하고, 학교 간 형평성 문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이다.



우수학생 유치 과열경쟁 ‘비교육적’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10월7일 ‘특성화고/마이스터교 신입생 홍보 관련 유의사항 알림’이라는 공문을 학교로 발송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선학교에서는 아직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문이 특성화고 교장·교감에 의해 사문화되고 이런 문제제기를 한 교사가 오히려 학교에서 ‘모난 돌’ 취급을 받는 사례도 있다.

 그런데 해당 학교 홈페이지들을 살펴보면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한 학교는 해당학교 홈페이지를 열면 팝업창에 “공무원 최다합격자 배출”, “취업을 축하합니다”라는 제목아래 각 기업체 합격자 명단을 나열하고 있다. 이름 전체를 밝히지 않았지만 대기업이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에 대한 광고는 다른 학생들과의 비교를 당연시 여길뿐더러 그 외의 학생들에게 줄 소외감과 열패감을 공공연하게 조장하는 행위이다. 그동안 일반계 고등학교 정문에 커다랗게 프랑카드를 걸어 서울 주요대학 합격생들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내걸었던 잘못된 관행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근거로 교육청에서 걸지 못하도록 조치한 것과 다를 바 없는데도 특성화고등학교는 아직도 그 관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학교는 학교 홈페이지 팝업창에 입학설명회를 안내하면서, ‘참여하신 학부모님께 추첨하여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교복 추첨 2명’이라고 안내를 했다. 지금은 제보 이후 시정되어 팝업창이 내려졌지만, 아파트 분양 광고를 위한 모델하우스 광고처럼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교복을 미끼로 학부모나 학생을 유인한다는 것은 부도덕하고 비교육적인 처사이다. 경품을 빙자한 호객행위 예산이 학교에 책정되었다고 해도 문제거니와 만약 예산에 책정되지 않고 교복업자의 후원이었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수인재 육성 포기? 영입에만 열 올려

 특성화고의 이런 호객 행위는 학생 모두를 우수한 인재로 육성하고자 하는 노력(학교 효과)보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해 쉽게 좋은 성적을 내려는 일(선발 효과)에 몰두 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특성화고등학교가 어떤 학생이든 입학하면 우수하고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인재로 육성할 생각은 않고 좋은 학생만 선발해서 입학시키려는 욕심만 부린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를 더욱 놀라게 했던 것은 이런 사태를 바라보는 시교육청의 태도이다. 일선 학교 교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광주시교육청은 해당 교사의 제보 및 시정요청사항 자료를 그대로 해당학교의 관리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내부 고발 정보를 고스란히 알려주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시교육청은 해당 민원이 수차에 걸쳐 반복적으로 제기됨에도 일선학교에 전화를 걸거나 공문을 시행하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듯 보인다. 정확한 실태 조사를 위해서는 모든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한 현장 방문과 그리고 중학교 측의 제보를 위한 노력을 했어야함에도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곧 특성화고등학교 원서접수가 코앞인데도 말이다.

김재옥<전교조 광주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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