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하고픈 욕망 죽여라

 상담하러 오신 40대 초반의 여성분 이야기입니다.

 “남편 핸드폰을 우연히 보게 됐어요. 밴드, 카카오스토리를 봤어요. 그런데 내가 아는 남편이랑 완전히 다른 거예요. 거기에서는 별별 이야기를 다해요. 저한테는 집에서 한 마디도 안하는데 그 속에서는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어요. ‘꽃이 이쁘네요’ ‘맛있겠네요’ 너무 놀랐어요. 세상에나. 이 사람이 이런 말도 하다니…거기에다가 스토리에 ‘나도 같이 먹고 싶다’ ‘함께 놀러가자’ 이런 댓글도 달고, 카톡에서는 어떤 여자하고 비오네요. 보고 싶네요. 이런 문자도 있어요.”

 그리고 내담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억울해요. 나한테는 무뚝뚝하고 툭하면 짜증이나 내면서 다른 여자한테는 아양을 떨고 생각만 해도 화가 나요. 그리고 온갖 생각이 다 들어요. 어디서 따로 만나는 거 아닌가. 만나면? 그 다음엔? 이렇게 생각이 꼬리를 물어서 괴로워요. 저도 믿어요. 남편이 바람피우지 않았다는 걸요. 하지만 어디까지가 바람인가요? 꼭 육체적으로 만나야 바람인가요? 이렇게 헤헤거리고 서로 좋다고 이야기 하고 이런 것도 바람 아닌가요? 이런 걸 힘들어하고 못 견디는 제가 병인가요?”

 여성분은 이렇게 힘들어하면서 자기가 문제가 있는 건지 상당하러 온 겁니다. 그 동안의 과정은 예상이 됩니다. 먼저 이 여자 누구냐고 남편에게 따졌겠지요. 남편은 그냥 밴드에서 만나서 카톡이나 하는 사람이라고 했을 거고요. 거기에 덧붙여서 뭐 그런 걸 갖고 그러냐고 당신이 이상하다고 했겠지요. 그러니 더 열 받았겠지요.

 그 이후로 이 분은 핸드폰 노이로제에 걸렸습니다. 탁자위에 올려진 남편 핸드폰이 늘 눈에 띕니다. 보지말자 보지말자 다짐해도 남편이 잠든 새벽에 몰래 남편 핸드폰 들여다보게 되고 그런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여겨집니다.

 상상이 갑니다. 남편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멈출 수가 없습니다. 남편의 부정한 행동 여부와 상관없이 병이 들었습니다. 이미 내 머릿속에서 의심의 시나리오가 저절로 만들어 집니다. 그리고는 내가 만든 불륜 영화 한 편을 머릿속에서 상상하면서 분노와 억울함과 치욕을 모두 느끼고 겨우 빠져나옵니다.

 의심증은 단 한 순간에 걸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걸릴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 부부 중의 거의 절반 이상은 크건 작건 이런 고민을 합니다.

 불신의 시대입니다. 부부간에 늘 경계하고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경계가 조금 지나치면 의심이 됩니다. 경계와 의심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견뎌나가는 부부들이 많습니다. 이런 의심 바이러스가 뇌에 침입하면 속수무책입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확인 작업’을 중단해야 합니다. 의심이 가니까 안심하기 위해서 확인을 한다지만 오히려 확인작업이 바이러스를 더 번창시킵니다. 확인해봤자 그때뿐이고 확인의 욕구는 점점 더 커지면서 이제 확인 작업을 하지 않으면 불안은 극도로 심해집니다. 확인하려는 욕망을 죽여야 합니다. 확인보다는 무시하는 훈련을 하셔야 합니다. 그것이 첫 번째 해야 할 일입니다. 의심하는 생각이 나자마자 초기에 빨리 지워버려야 합니다. 지우개로 머릿속을 지우는 상상을 하거나 머릿속에서 그 생각을 불태우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그저 눈을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행동을 일분 정도 하는 것도 효과가 있습니다.

 무시하고 지우는 훈련을 반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불신의 시대에서 살아남습니다.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남평미래병원 원장·사이코 드라마 수련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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