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을 유지하는 적절한 보상이란?
‘생활심리’라는 제목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던 때가 떠오른다. ‘배워서 남 주자’는 생각은 있었지만 난생 처음 다른 사람이 보는 글을 써보려 던 그 때. 막막함과 함께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물고 떠올라 밤새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잠을 못자도 글이 완성되면 그 자체만으로 기분 좋았던 시간.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원고 청탁 문자가 오면 대답은 냉큼 ‘네’ 해놓고 시간만 보내다가 마감이 다가오면 똥마려운 강아지 마냥 안절부절 하며 ‘다음부터는 조금 더 빨리 시작해야지’ 하는 생각을 반복한다. 동시에 주제가 잘 잡히지 않는 걸 보면 ‘이제 그만’할 때가 아닌지, 마감 때 마다 똥줄 타느니 편한 주말을 위해서 노력을 멈추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시작할 땐 미친 듯이 타오르다가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저절로 무언가 식은 듯하다. 아무래도 ‘열정’부족인 듯하다.
당신은 어떤가. 어떤 일이나 사람에게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집중하는 마음이 처음부터 끝까지 가는가. 아니면 제 풀어 지쳐 흐지부지 되기도 하는가. 무언가 ‘시작’할 때 이러한 마음가짐은 ‘동기부여’가 되고 ‘원인’이며 ‘계기’ 이다. 주로 호기심, 흥미, 즐거움, 성취감 등이 느껴지는 일에 관심이 갖게 되고 차츰 좋아하면서 일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된다. 사람일 수도 있고, 일이나 운동, 취미활동일 수도 있다. 흔하게 ‘삘’받은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때는 잠을 적게 자도, 먹지 않아도, 물질적 보상이 적어도, 누군가 인정해 주지 않아도 저절로 ‘하는 것’이 즐겁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것은 여전히 ‘열심히’하는 반면 어떤 것들은 시들해진다. 한 우물만 잘 파면 ‘성공’이라는 보상이 있는데….
‘열정’은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 학습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적절한 보상(reward)이다. 이것은 금전적인 것일 수도 있고 타인의 ‘인정이나 관심’이 될 수도 있다. 조직에서 승진은 회사가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알아봐 주는 것 같고, 노력의 대가를 받는 듯 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노력하는 모든 사람이 응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 아니며, 능력과 재능, 노력이 모두 수용되지 않는 현실이다. 조직(혹은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지 못한 헌신은 ‘헌신짝’이 될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자신의 일 자체’서 만족감 찾아야
열정에 배반당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어떤 일을 하게 되는 ‘원인의 위치’가 자신의 외부가 아닌 내부가 되도록 해야 한다. 즉 일을 시작하는 계기가 금전적이거나 사회적 명성, 승진과 같은 타인의 인정이 아니라 일의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서 자발적으로 만족을 느껴야 한단다. 즉 무언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 그 자체’로 만족감을 느낄 때 꾸준한 열정을 가질 수 있다. 그 자체로 좋아하기 때문에 아무도 그 행동을 ‘강요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자발적으로 할 수 있다. 원고를 마감하기 위해 주제를 찾고, 주제에 맞는 개념을 찾아가며 무언가를 ‘알아가는’ 기쁨을 느끼고, 완성된 글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글쓰기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새삼 되뇌여 본다. ㅎㅎ
그러나 요즘은 ‘열정’을 강요하며 다른 사람들의 희생과 봉사, 헌신을 요구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열정이 타인의 기대와 인정으로 향할 때 ‘열정 페이’ 당할 확률은 높다. 그러니 진정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신의 열정을 잘 조직해 쓰는 사람이 되자. 그런 사람이 진정 강한 사람이지 않을까.
조현미 <심리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