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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의 삶의 경계는 `산과 물’
▶호남정맥과 함께한 역사
유달리
: 2009-07-27 07:00:00
 호남정맥이 시작되는 장수군은 장수읍과 계북면, 장계면, 계남면, 천천면, 번암면, 산서면 등 6개의 면으로 구성돼 있다.

 각 읍·면의 이름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일단 길 장(長)자에 물 수(水)자를 쓰는 장수(長水), 긴 계곡이라는 의미의 장계(長溪), 계곡의 북쪽과 남쪽에 있다는 뜻의 계북(溪北)과 계남(溪南), 하늘에 있는 물길을 닮았다 하여 천천(天川), 그리고 바위로 둘러져 있는 번암(蟠岩)과 산의 서쪽에 위치했다고 하는 산서(山西)가 있다. 장수 장계 계북 계남 천천은 모두 물과 관계된 이름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도를 펼쳐보면 이 다섯 곳은 모두 호남정맥의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모든 물줄기는 금강으로 흘러간다. 반면 번암과 산서는 호남정맥의 남쪽에 위치하며 물줄기는 섬진강을 향한다.

 호남정맥은 금강과 섬진강의 물줄기만 갈라놓았는가? 거대한 산줄기는 물줄기를 가르고 사람들의 생활권도 나누어 놓는다. 사실 번암면과 산서면은 남원시 소속이었다. 일제강점기인 1906년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번암과 산서가 장수군에 편입됐다. 그러나 행정구역이 바뀌었지만 사람들의 생활습관까지 바뀌지는 못했다.

 번암면소재지에서 따져보면 장수읍은 17km, 남원시는 25km 떨어져 있지만 예부터 번암사람들은 장을 보러 갈 때면 장수 대신 남원으로 갔다. 거리로 따지자면 남원이 더 멀지만 넘어야 할 큰 산 없이 평지 같은 물줄기만 따라가면 되는 남원이 실제로는 더 가까웠다.

 산서면도 마찬가지다. 북동쪽으로 장수군 장수읍, 남서쪽으로 임실군 오수면·남원시와 인접해 있는 산서면은 일상적인 장보기는 8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오수장을 이용하고 더 큰 장보기가 필요하면 남원장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장수까지 20km, 남원까지는 22km로, 장수가 조금 더 가까울 것 같지만 비행기재(530m)와 자고개(659m)라는 큰 고개를 넘어야 갈 수 있는 장수는 결코 가까운 곳이 아니다.

 이러한 것은 버스 운행에서도 볼 수 있다. 산서면에서 장수읍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9번 있지만 군 경계를 넘어 오수면으로 가는 버스는 18회로 두 배이다. 남원으로 가는 버스도 9번으로 장수행 버스와 횟수가 같다. 남원은 오수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어 버스시간을 놓쳐도 쉽게 갈 수 있는 반면 장수행 버스를 놓치면 꼼짝없이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때문에 장보기 뿐 아니라 병원을 이용하거나 서울과 부산 같이 먼 외지로 가기 위해 큰 버스터미널을 찾을 때도 오수나 남원을 주로 거쳐 간다.

 사람들의 생활권을 형성하는 것은 공통의 물줄기이고, 그것을 가르는 것은 바로 산줄기이다. 생활권의 경계는 결국 행정구역보다 산줄기가 결정한다. 우리 선조들은 자연의 경계를 따라 자연스레 행정구역을 설정했다. 유달리 <호남정맥 공동탐사단)

<광주전남녹색연합·전북녹색연합·광주드림·새전북신문 2년 공동기획>

혈맥 끊은 쇠말뚝보다 더 독한 철탑
장수의 삶의 경계는 `산과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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