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진행하는 박학룡 연구원

 삼선4구역 대안재개발 프로젝트에 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이는 박학룡 연구원이다. 그는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제안했다.

 “제가 성북구 주민이에요. 무르익은 고민은 아니었지만 활동가가 사는 지역에 관심을 갖고 역할을 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 아닌가 생각했죠. 재개발과 관련해선 대안이 없는 게 아니에요. 나와 있는 대안들을 적용한 사례가 없었던 거죠. 뭔가 길을 만들고 과정을 확산시켜보자는 취지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런 책임 때문에 시작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또 구체적인 정비방식을 검토하는 것이 여간 복잡하지 않았다.

 “정비방식을 검토하고 공공개발이나 신축은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을 때 주민들이 실망을 많이 했어요.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죠. 경관협정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요. 주민들 입장에선 마을이 바뀌게 될 모습을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주민들이 마을의 능동적인 주인으로 변모해가고 있다는 자체가 소중하죠.”

 막연한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를 가졌던 주민들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깨졌고, 워크숍·교류를 통해 공동체에 대한 생각들은 더 확산됐다.

 “어떤 집들은 위 아래로 붙어 있지만 출입하는 길이 달라 교류가 없었는데 프로젝트를 통해 서로 알게 되기도 했구요. 또 삼선4구역은 부녀회 등 기본적인 동네 조직도 없는 상태였는데 주민협의회도 구성됐어요. 시민단체를 어떻게 믿느냐며 쫓아냈던 주민들도 이제는 많이 바뀌었구요.”

 대안개발계획의 기본방향과 관련해 그는 ‘역사문화의 보존, 생태환경 복원’ ‘주민참여 보장, 요구사항 반영’ ‘사회적 약자의 주거안정과 생활보장’ 등을 통한 인간, 문화, 역사, 환경이 있는 함께 사는 마을의 재구성, 그리고 주민이 부담가능한 재개발을 바탕에 놓고 있다.

 “전면철거방식, 아파트 위주의 고밀도 재개발은 환경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해체하고, 전통과 문화를 한꺼번에 폐기처분합니다. 이제는 새로운 주거형태, 그리고 가치에 눈을 떠야죠.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경관협정, 생활경관을 잘 가꾼 사례들은 그리스, 크로아티아를 비롯해 북촌 가회동, 남해 다랭이 마을 등에서 볼 수 있어요. 자연 지형을 살린 오밀조밀한 집들, 골목길, 그 마을만이 갖는 문화와 역사들을 보존하는 정비방식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삼선4구역 바로 뒤는 서울성곽. 기획팀은 성곽과 연계해 성곽 투어 프로그램, 마을 민박, 빈집을 리모델링해 탐방객 공간으로 활용하고, 또 텃밭·목공예 등 특기를 가진 마을 사람들과 탐방객을 연결시킬 수 있는 것들도 고민하고 있다. 경관협정에는 이런 내용들도 포함될 예정이다.

 “서울에 이렇게 남아 있는 곳이 거의 없어요. 집이 새롭게 지어지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사회경제적으로 주민들에게 보탬이 되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프로그램들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쉬운 부분은 공공의 미온적인 태도이고, 이게 가장 걱정이 된다는 박 연구원.

 “일본처럼 재개발을 하는 데 공공·전문가들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갈등을 관리하는 풍토가 우리나라에는 워낙 안 갖춰져 있죠. 프로젝트를 하면서 공공에 함께 해줄 것을 제안했는데도 파트너십에 우호적이지 않아요. 약자들의 주거환경에 공공이 관심을 가지고 어느 정도 지원 해준다면 관리비도 덜 들게 되고, 그들이 빈곤상태를 탈출할 수도 있지 않나 싶어요. 공공이 도시의 재개발을 종합적인 측면에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조선 기자 sun@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