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전남대에서 열린 대학생 언론학교에서 본보 황해윤 기자가 학생들과 토론하고 있다.
20일 대학생언론학교 본보 황해윤 기자 강연
`광주드림 10년’으로 본 언론 역할·방향 논의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걷는 사람들은 반드시 만나게 돼 있다. 출발지는 다를지언정 잠깐 주저앉아 숨을 고를 때조차 앞서 걷는 이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다시 걸음을 떼는 순간 가까운 발자국 소리를 듣고 방향을 가늠한다.

 그리고 가끔 서로를 불러 세우기도 한다. 서로 묻고 답하는 일이 더 나은 길을 고민하는 과정이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더 멀리 나가게 하는 원동력임을 아는 까닭이다.

 대학 내 자치언론과 지역 독립언론인 ‘광주드림’이 만나 대학언론의 위기와 길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학 자치언론인 전남대학교 용봉교지편집위원회와 전남대학생행진 주최로 열린 ‘대학생 언론학교’가 2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남대 제1학생회관 200 강의실에서 진행된 것. 대학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거나 관심 있는 학생 20여 명이 참석했다.

 먼저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대학언론 어떻게 살릴 것인가?-지역언론 광주드림의 현실과 지향으로 비추어보는 대학언론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고, 오후 1시10분부터 3시50분까지 ‘기획, 취재, 글쓰기, 편집의 과정-현직 언론인에게 듣는 언론실무 A to Z’를 주제로 한 강의가 이어졌다.

 강의 대주제는 ‘대학언론의 나아갈 길’로서 대학이라는 특수영역으로 한정할 수 있겠지만,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측면에서 대학 내 자치언론과 광주드림이 고민하고 있는 지점은 다르지 않았다.

 광주드림 창립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기자라는 이름으로 광주드림의 역사와 함께 해 온 황해윤 기자가 그 고민의 지점을 하나하나 짚어 내려갔다.

 광주드림은 출발부터 ‘고민’의 결과물로 탄생했다.

 “2004년 4월 광주드림 창간 당시 광주지역에는 10여 개의 신문사들이 난립해 있었어요. 하지만 중앙지를 비롯해 지역 신문사들이 지역 내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었죠. 특히 이들 신문에는 여성, 장애인, 노동자 등 약자,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담기지 않았습니다.”

 이런 고민은 ‘광주에 또 하나의 비슷한 신문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신문을 만들겠다’는 광주드림의 창간 이념을 낳는다.

 이후 7년 동안 광주드림은 ‘강자에겐 엄정하고 약자에겐 힘이 되는’, ‘기자실 대신 현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등의 ‘독자에게 여러분께 드리는 15가지 약속’을 지키는 신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

 “시민들이 쉽게 보는 신문을 지향했기 때문에 ‘타블로이드 형 무료종합일간지’라는 형태를 취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기존 언론에게 외면 받아온 소수집단의 이야기도 꾸준히 기사화했고요. 지역의 의제를 이슈화 시키고 제도 개선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끈질긴 취재를 한 덕에 지역사회에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광주드림은 자본의 경영논리를 피해가지 못하고, 두 번의 위기를 맞았다.

 “한 번은 모기업 빅마트가 흔들렸고, 또 한 번은 광주드림을 인수한 사랑방에서 폐간을 통보했습니다. 모두 광주드림의 존폐가 달린 위기였죠. 자본 논리가 득세하는 사회에서 오히려 자본에 역행하는 신문사에게 위기는 필연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드림을 다시 일으킨 동력 역시 ‘자본’이 아니라 ‘독자’였다.

 “광주드림 폐간 소식에 많은 분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 주셨어요. 서민들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언론의 역할인 감시와 견제까지, 독자와 소통하려는 광주드림의 노력을 알아준 분들이 많았던 거죠.”

 광주드림은 두 번의 위기에 맞닥뜨리면서 구성원, 발행부수 등 경영상의 큰 타격을 입었지만, 오히려 독자들을 통해 그 존재가치를 증명 받았다.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광주드림은 여전히 ‘고민’ 중이다. 그 고민의 지점에서 대학언론과 함께 답을 찾아나갈 수 있을까?

 “자본의 논리가 득세하는 지금, 대학언론과 지역 언론의 고민은 다르지 않을 거예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편집권 독립, 취약한 재정기반, 안정적 독자층 확보의 어려움, 기자 인력 확보의 어려움, 그리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 모색까지….”

 학보사의 경우 대학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음에 따라 기사 검열과 편집권 독립 훼손의 위험이 있고, 발행인을 스스로 자처하는 대학 내 자치언론의 경우 열악한 재정적 구조와 힘든 취재 및 제작 과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언론이 설 자리를 잃는 순간, 공동체 또한 건강성을 잃고 만다.

 “사소한 일들을 기사화해서 무엇이 바뀌었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자본에서 소외된, 약자와 소통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언로가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존재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대학언론도 학생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한 노력으로서 그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고요.”

 언론이 가야할 길은 어쩌면 하나의 목적지를 향한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언론은 열 명의 사람을 만나면 열 가지 문제를 고민하고 열 가지 길을 찾아가야 하는 지난한 과정에 있는지도. 그래서 이번 만남으로 ‘대학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겠다.

 하지만 급변하는 디지털환경, 매체의 다변화 속에서도 각자의 존재이유를 찾다보면 방법이 보일 것이라는 게 채정희 광주드림 편집국장의 조언이다.

 “신문마다 가지고 있는 색깔, 즉 논조가 있습니다. 논조는 신문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중심이 되겠죠. 가치관과 관점이 한 가지로 고정된 것이 아닌 것처럼 논점도 현장과 상황, 시대에 따라 변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목소리가 소외되는지, 사안에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본질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울여 듣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서로 질문을 그치지 않는 한 대학언론과 광주드림은 같은 길에서 다시 만날 것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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