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국면 설 앞두고 야권 심장부 ‘정면 대결’ 성사
안 “결선투표 동참” 압박 김경진·이용주 ‘문재인’ 맹공
문 “비방·공격, 내가 대표선수라는 것…나는 비방 않겠다”

▲ 22일 나란히 광주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조기대선 국면 텃밭 설 민심을 잡기 위한 두 사람의 `정면 대결’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문재인, 안철수가 격돌했다. 그것도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설 명절을 앞두고 대권주자들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는 광주지만, 두 사람의 이번 방문은 다소 의미가 남다르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결을 벌였고, 차기 대선을 향한 현 시점에서 각 당의 가장 유력 주자로 꼽히는 두 사람이다.

 거기다 이 두 사람이 한 날, 그것도 거의 인접한 장소에서 각각 정치행사를 열었다. 사실상 광주, 호남지역 설 민심을 잡으려는 ‘정치적 맞대결’이 벌어진 셈이다.

 사실상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승부’를 걸었다.

 국민의당 측은 “22일밖에 비어있는 날이 없어서”라고 했지만, 당초 19일 북구 각화동에서 예정됐던 행사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광주를 방문하는 22일로 옮기고, 행사 장소도 멀지 않은 곳으로 변경한 것은 누가 봐도 “한 번 붙어보자”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주최측 예상 1만여 명 참석이 예상된 문 전 대표 측 ‘포럼광주’ 출범식을 의식한 듯 안 전 대표 측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보고 성격의 행사를 ‘강철수와 국민요정들’ 토크콘서트로 규모를 키웠다. 국민의당 소속 광주지역 국회의원들도 이 행사에 대거 참석했다.

 안 전 대표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줄곧 “차기 대선은 저와 문재인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지율 정체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본선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안 전 대표가 자신의 존재감 부각을 위해 문 전 대표와의 ‘양자구도’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8일 발표한 1월 3주차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전국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1507명 대상, 유·무선 ARS 및 무선 전화면접 스마트폰앱 등으로 조사, 표본추출방법 RDD,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p)결과에서 문 전 대표는 28.1%로 1위, 안 전 대표는 7.4%로 4위에 그쳤다. 2위는 반기문 전 UN(유엔)사무총장(21.8%), 3위는 이재명 성남시장(9.0%)이었다.

 광주에서 `안풍’을 타며 오히려 문 전 대표에 앞섰던 2012년 대선 때와 달리 둘의 격차가 상당하다.

 다자구도 흐름에서 국민의당이 이른바 `비문연대’, 제3지대·빅텐트론 등을 주창하고, 결선투표제를 도입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진 큰 성과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오히려 바른정당, 반기문 전 총장과의 연대에 대해 호남 내에서 부정적 기류가 감지돼 국민의당 내에서도 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자강론’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문 전 대표를 압박할 `여러 카드’가 잘 먹히지 않으면서 `안철수’ 본인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나선 것으로 보인다.

 맨 선두에서 달리는 `문재인’을 향해 “문재인과 1대1로 대결할 후보는 나”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높이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토크콘서트에서도 안 전 대표가 직접적으로 문 전 대표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대신 토크콘서트를 함께 진행한 김경진·이용주 국회의원이 문 전 대표를 맹공격했다.

 이용주 의원은 문 전 대표가 참여정부 민정수석 시절 “삼성X파일 특검 도입을 차일피일 미뤄 (특검을)못했다”며 `삼성예외주의’라고 비판했고, 김경진 의원은 결선투표제와 관련해 “자기 혼자 다 됐다고 착각에 빠져있는 한 분이 계신다”며 문 전 대표를 겨냥했다. 다만, 문 전 대표는 이러한 `싸움걸기’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포럼광주’ 출범식에 참석한 문 전 대표는 경쟁 대선주자들의 공세에 대해 “서로 경쟁 후보를 비방하고 공격하는 것은 여의도 정치의 일방적인 행태”라며 “저는 그런 것과 다른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론 (제가)가장 앞서기 때문에 받는 공격이거니 생각하면서 제가 `대표선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에 문 전 대표는 `앞선자의 여유’로 대응한 것이다.

 조기대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여러 대선주자를 놓고 “누구에게 힘을 실어줄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광주의 민심이 과연 어느 쪽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두 사람은 다음 날에도 `호남’ 일정을 계속한다. 문 전 대표는 오전 광주전남언론포럼 초청 토론회 이후 나주 혁신도시를 찾고, 안 전 대표는 전남을 돌며 지지기반을 다질 예정이다. 특히, 안 전 대표는 24일에도 광주에 머물며 광주지역 지방의원, 문화계 블랙리스트 대상자, 벤쳐기업인 등과 잇따라 간담회를 갖는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의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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