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념식 문재인 대통령과
손잡고 제창 "감동"
“‘그들’ 논리로 노래에 대한
무의식적 ‘불편함’ 여전”

▲ 지난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북구 운정동)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문재인 대통령, 피우진 국가보훈처장과 손을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솔직히 자신있게 하지 못한 점이 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이란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나서야 다시 제자리를 찾은 ‘임(님)을 위한 행진곡’.

 지난 24일 광주문화재단에서 만난 이 노래 작곡가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은 감격보단 ‘반성’을 강조했다.

 “지난 9년간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바뀌는 걸 봤습니다.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것은 당연한거다, 이렇게 너무 마음을 놔버렸지 않나 싶어요.”

 1997년 첫 정부 기념식이 열린 뒤 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만 해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라” “5·18 공식기념곡으로 지정하라”는 5월의 외침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김 처장의 말대로 “당연한 것”이었으니.

 “그랬는데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임’이 북한 지도자 김일성이다라는 근거도 없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먹혀드는 걸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야, 역사라는 것이 이런 식으로 변질될 수 있구나. 우리가 방심하고 가만 놔두면 이런 일이 생기는 구나’를 깨달은 것이죠.”

 

대통령과 윤상원 열사 묘지에 무릎 꿇고…



 지난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북구 운정동)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감격스런 복귀 무대였다.

 제창 순서가 되자 김 처장은 새 정부를 이끌게 된 문재인 대통령과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사이로 이동해 문 대통령, 피 처장과 손을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원래 10m 옆에 떨어져있다가 제창할 때 제가 두 분 사이로 간 건데, 가니까 두 분이 손을 꽉 잡아주셨어요. 특히 대통령께서 제 손을 꼭 잡고 흔들면서 제창을 하는데, 노래를 다 외우고 계셨어요. 큰 소리로 부르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지켜본 순간이기도 했다. “기념식이 끝난 뒤에 지인들을 만났는데 이구동성 ‘눈물 많이 흘렸다’고 기뻐하는 모습들을 많이 봤습니다.”

 기념식이 끝난 뒤에도 김 처장은 문 대통령과 함께 5·18묘역을 살폈다. “대통령 모시고 가장 먼저 추모사를 읽었던 김소형 씨 아버지 묘소를 찾아가서 유족을 위로하고 다음에 윤상원·박기순 두 ‘임을 위한 행진곡’ 주인공에게 갔죠. 제가 ‘임을 위한 행진곡’ CD를 챙겨갔는데 ‘윤상원 님 박기순 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으소서’라고 써서 대통령과 함께 무릎을 꿇고 묘지 옆에 두고 왔습니다.”

 이후 문 대통령이 김 처장에게 “후보자 시절 여기 많이 와서 노래를 불렀다.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주장들 잘 안다. 그런 말 나와서는 안 되겠죠”라고 말하자 김 처장은 “(그런 부분을)힘차게 기념사에서 말씀해 주셨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함으로써 기본적인 건 일단락 된 것 같아 감사하다”고 화답했다고.

 “5·18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문화예술로 승화하는 일을 하겠다”는 김 처장의 다짐에 문 대통령이 “그렇게 하셔야죠”라고 당부를 한 상황도 전했다.

 “문 대통령이 여러 가지 광주에 약속한 것들이 지켜질 것이란 신뢰감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기쁘고 감격스러운 기념식은 처음”



 피우진 처장, 임종석 비서실장과 나눴던 대화도 소개했다.

 “대통령 오기 전 피우진 처장과도 대화를 했는데, 저한테 `고생 많이 하셨지 않나’라고 하셔서 제가 `축하 드리고 정말 5·18기념식에서만큼은 이런 말이 안 되는 논란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피 처장도 `공감한다. 서로 도와가면서 역사가 올바로 설 수 있도록 하자’고 말씀해 주셨어요. 대통령과 묘역을 돌아다닐 땐 임종석 비서실장이 `노래를 부르면서 너무 많이 울었다. 이렇게 울어본게 오랜만인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준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김 처장은 “이렇게 기쁘고 감격스러운 기념식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번 기회에 수년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 같습니다.”

 5·18 희생자들을 기리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모두가 뜨거운 눈물로 함께 불렀던 기념식.

 김 처장은 기쁨과 감격의 그 순간을 뒤로 하고 “5·18의 가치나 `임을 위한 행진곡’이 또 다시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 했다.

 “당분간은 곡에 대한 논란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을 지어선 안 됩니다. 어떤 세력이 나타나 또 어떤 식으로 폄훼할지 모르기 때문에.”

 기념식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한 바 있다.

 “박승춘 전 보훈처장이 일부 보수논객의 주장을 마치 여론인양 호도하면서 `국론 분열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게 무서운 겁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몰랐을까요? 알면서도 광주와 호남을 섬처럼 만들고 선거에서 유리하게 이용하려고 `임을 위한 행진곡’에 색깔칠을 했다고 봅니다. 가슴 아픈 것은 아직도 적지 않은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죠. 우리 광주도 마찬가집니다. 여전히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 이상할 것 같고, 어색해 하고. 광주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색깔칠 한 `그들’의 논리에 말린 것 같아요. 언제부턴가 우리 삶 속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자기도 모르게 불편한 노래가 돼가기 시작한 것이죠.” 



공식기념곡 지정이 남아있는 최대 과제



 그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및 5·18 공식기념곡 지정이 이를 바로 잡기 위한 가장 `기본’이라고 했다. 동시에 이 `기본’을 뛰어넘는 일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임을 지적했다.

 부모가 자녀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을 가르쳐주고, 함께 부르고, 일상 생활에서 언제든 자연스럽게 흥얼거릴 수 있는 `그날’을 김 처장은 꿈꾸고 있었다.

 “새 정부가 이를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여기서부턴 우리가 앞장서야 한다, 광주시민들부터 이 노래를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더 나가서는 국민들이 여기에 동참하는. 기념곡 지정이 되면 학교 음악시간을 활용해 노래를 가르쳤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훼손과 `색깔칠’이 너무 많이 돼 하루 아침에 없어지지 않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 하나씩 밀고 나가는 것이 우리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1980년 광주의 현장을 생생하게 지켜본 그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그날 광주의 모든 시민들의 힘으로 만든 노래”라고 거듭 강조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자체가 광주의 역사이자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이다.

 내년 5·18 제38주년을 위해 그가 세운 목표가 있다. “최소한 38주년에는 공식기념곡 지정이 될 거라고 봅니다. 그날에 맞추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주제로 한 클래식 교향곡을 하나 만들려고 합니다. 국내외 유명 지휘자 등을 초빙해서 `그날’ 초연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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