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원고 4명에게
1억~1억5000만 원 배상” 판결
광주서 제기된 근로정신대 재판
모두 피해자들 승소

▲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2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재림 할머니(가운데)가 3년6개월만에 나온 승소 판결을 듣고 1차 소송 양금덕 할머니(왼쪽)와 함께 법정을 나서고 있다.
전범기업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 승소했다.

광주지방법원 민사11부(김상연 부장판사)는 11일 김재림·심선애·양영수 할머니와 오철석 할아버지 등 4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심선애·양영수 할머니에 각 1억 원, 김재림 할머니에 1억2000만 원, 오철석 할아버지에 1억5000만 원을 배상할 것을 미쓰비시중공업 측에 주문했다.

원고들이 2014년 2월 소를 제기한 이후 무려 3년6개월만에 내려진 1심 판결이다.

이처럼 재판 결과가 늦게 나온 것은 미쓰비시 측의 고의적인 시간끌기가 원인이 됐다.

소장을 국제송달하는데만 6~8개월이 걸리는데, 미쓰비시 측은 그동안 갖가지 이유를 들어 소장 접수를 거부했다.

2014년 12월엔 “소장 중 한 페이지가 누락됐다”는 이유로, 2015년 5월엔 “원고의 상세한 주소가 누락됐다”, 2016년 3월엔 “‘법원 주차시설이 협소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는 안내문이 일본어로 번역이 안 돼 있다”는 이유로 소장을 되돌려 보냈다.

긴 기다림 끝에 2차 손배소도 피해자들이 승소하면서 근로정신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여자근로정신대 문제와 관련해 양금덕 할머니 등 5명이 원고로 나선 1차 손배소는 1·2심 승소에 이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고,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김영옥 할머니와 일본에 끌려갔다 지진으로 사망한 고 최정례 씨의 유족 이경자 할머니 2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제기한 3차 손배소도 원고들이 승소했다.

다만, 이번 2차 손배소에서 재판부가 결정한 피해자들의 배상 기준은 이전 소송과는 조금 달랐다.

앞선 재판에선 일본에 끌려갔다가 생존해 돌아온 피해자들은 1억2000만 원,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피해자들은 1억5000만 원의 배상기준을 적용했으나 2차 소송에선 같은 생존자인 심선애·양영수 할머니와 김재림 할머니의 배상액이 달랐다.

이에 대해 원고 측 소송 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정희 변호사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를 당한 할아버지들의 경우 배상액 기준이 8000만~8600만 원인데 이번 재판부는 조선여자근로정신대와 강제징용 피해자간 액수차가 크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며 생존자 배상 기준이 낮아진 이유를 추측했다.

이어 “이러한 가운데 김재림 할머니는 지진 등으로 부상을 입었었다”며 “같은 생존자 중에서도 부상 여부에 따라 배상 기준이 달라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철석 할아버지는 미쓰비시에 끌려갔다 1944년 발생한 지진으로 사망한 고 오길애 씨의 동생으로 100% 유산 상속 기준이 적용돼 1억5000만 원이 결정됐다.

그럼에도 할머니들이 입은 고통과 피해에 대한 미쓰비시 측의 법적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2·3차 소송 모두 미쓰비시 측의 항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제 관심은 대법원의 ‘최종 결정’에 향하고 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소송에 이은 추가 소송들까지 피해자들의 승소가 잇따르면서 “대법원이 더이상 확정 판결을 미루진 못할 것이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역사적 판결이 내려진 이날 2차 소송 원고인 김재림 할머니와 오철석 할아버지, 1차 소송 원고인 양금덕 할머니가 법원을 찾아 재판 결과를 지켜봤다.

심선애·양영수 할머니는 건강상 이유로 함께 하지 못했다.

피해자들의 소송을 지원해 온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에선 1호 회원인 히라야마 료헤이 씨가 광주를 찾았다. 그는 ‘미쓰비시근로정신대 원고 승소’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준비해 할머니들을 축하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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