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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쁜 한국정부, 일본 외무성 ‘한국지부’인가”
외교부 ‘강제징용 피해자 승소’ 관련
부정적 의견서 대법원 전달
“일본 기업 투자에 장애
일본 측 입장 그대로 옮겨 써'
강경남 kk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7-08-11 17:06:43
▲ 전범기업인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2차, 3차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모두 원고가 승소한 것에 대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11일 광주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쓰비시는 항소를 포기하고 즉각 법원의 배상 명령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의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장기간 대법원에 계류된 것과 관련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 한국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2차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1심 판결이 나온 11일 광주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시민모임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문제 해결을 외면하고 있는 한일 양국 정부의 문제를 지적했다.

시민모임은 “지난 9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광주지법의 3차 소송 승소 판결에 대해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이미 해결된 문제’라며 낡은 주장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광주지방법원은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김영옥 할머니와 일본 미쓰비시에 끌려갔다 1944년 12월 발생한 지진으로 사망한 고 최정례 씨 유족 이경자 할머니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3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김영옥 할머니에 1억2000만 원, 이경자 할머니에 325만여 원(고 최정례 씨 1억5000만 원 기준에 유산 상속분 적용)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을 내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판결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번 건을 포함해 한일간 재산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 양측이 맺은 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시민모임은 “종전의 낡은 주장을 또 다시 반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정부는 앞서 일제 피해자들이 제기한 당시 한일회담 문서 공개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며 “떳떳하면 감출 이유가 어디에 있냐”고 지적했다.

한일청구권협정을 이유로 문제가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이미 지난 2012년 한국 대법원에서 뒤집힌 바 있다.

대법원은 2012년 5월24일 신일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해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을 인정하며 원심을 파기하고 해당 사건을 항소심 법원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이는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이 잇따르는 계기가 됐고, 이후 진행된 소송에선 원고인 피해자들의 승소가 잇따랐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한 두 건은 이후 진행된 재판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고, 대법 파기환송 이후 양금덕 할머니 등 5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1·2심 모두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문제는 이후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에 계류된 이들 3건은 벌써 ‘4년째 계류’ 중이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미루고 있는 것에 대해 시민모임은 한국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시민모임은 “한국정부는 그동안 ‘개인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한 사적인 소송’이라며 피해자들을 외면해 왔다”며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 지난해 11월 외교부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과 관련해 기존 판결에 부정적 견해를 담은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고 밝혔다.

당시 외교부가 의견서와 함께 인용한 자료 중에는 “협정(한일청구권협정)의 해석이 흔들릴 경우 대외적 신인도 손상을 불러올 것”, “일본 기업들의 한국 투자와 비즈니스에 장애가 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시민모임은 “이런 내용은 2013년 11월 경단련 등 일본 경제단체들이 광주지법의 근로정신대 배상 판결에 반발하며 발표한 공동 성명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일본 외무성 ‘한국지부’가 아니고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법치국가에서 국가 간 조약에 대한 해석 권한은 유일하게 사법부만 가지고 있다”며 “경제논리를 앞세워 사법부 결정을 무시하고 이본 외무성이 할 법한 소리를 그대로 옮기는 것은 독립국가의 권위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자 사법주권에 대한 모독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사건을 언제까지 손에 쥐고 있을 셈이냐”며 “도와주지 않을 거라면 정부는 피해자들의 소맷자락 붙잡고 훼방이나 놓지 말라”고 촉구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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