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일부 학교 여전한 안전 불감증

▲ 광주시내 한 학교에서 실시한 지진 대피훈련.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계없습니다.
또 한 번 대한민국이 흔들렸다. 11월 15일, 경상북도 포항시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은 2016년 경주 지진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호남과 수도권에서까지 그 진동을 느꼈을 만큼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진으로 인해 포항을 비롯한 주변 지역은 다수의 건물 외벽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졌으며 인명 피해 또한 많았다.

경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지진,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도 아니며, 자연재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음이 확인됐다.

그렇다면 자연재해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비책은 세워져 있고, 잘 따르고 있을까? 전국의 각 학교는 교육부의 학교 안전교육 실시 기준에 따라 매달 안전 점검의 날을 지정하고, 지속적인 체험형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안전 생활화와 안전 의식 고취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안전 교육이 학생들에게 효과가 있을까? 광주 한 고교 재학생 김광진(18) 군은 “매년 재난 대비 훈련 등을 한다고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왜 하는지, 꼭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며 억지로 끌려나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심지어 몇몇 학생들은 귀찮다는 이유로 몰래 훈련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훈련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즉 학생들이 재난에 대해 준비조차 돼있지 않는데 실제 재난 발생 시의 안전한 대피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난 대비 훈련과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개선만으로 재난 상황에서의 대피는 가능한 것일까. 모든 문제는 ‘우리’들에게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은 이번 지진 직후 SNS를 뜨겁게 달군 한 학생의 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포항 A여고에 재학 중인 학생이 올린 글이다.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나기 전, 2.2와 2.6 규모의 약한 지진이 일어나자 학생들이 당황해하며 대피를 위해 복도로 나갔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지진이 아니니 교실에 들어가라며 언성을 높이셨고, 심지어 밖에 있는 학생들을 무단 조퇴로 처리하겠다며 학생들의 대피를 막았다. 1~2분 후, 지진이 아니니 반으로 들어가 조용히 자습하라는 방송이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5.4 규모의 큰 지진이 발생했으며 그제서야 선생님들이 대피하라며 소리치고 학생들이 비상경로를 따라 대피했다.”

즉, 교사들은 운동장이 갈라졌을 만큼 큰 지진이 일어나고 나서야 학생들을 대피시킨 셈이다. 심지어 일부 교사는 지진에 놀라 밖에 나온 학생들을 무단 결과로 처리하겠다며 학생들의 대피를 제지했다.

이렇듯 “교실에 가만히 있어라”라는 말은 마치 3년 전,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한다.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해 300여 명 넘는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사건, 당시 희생자 중 절반이었던 단원고 학생들은 어린 나이에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무엇보다도 세월호 사건은 사고 발생 후 후속 대처에서 더욱 국민들을 달아오르게 했는데, 당시 선장을 비롯한 선원 대부분은 침몰 직전까지 탑승객에게 객실에 그대로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하고, 자신들은 배 밖으로 나와 해경 경비정에 의해 제일 먼저 구조됐다. 세월호를 버렸던 이준석 선장 등 선원 15명은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되었고, 그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한 300여 명의 희생자들은 돌이킬 수 없는 슬픔이 되었다.

앞서 말했던 포항 A여고의 “교실에 그대로 있으라”와 세월호 사건에서의 “객실에 가만히 있으라” 라는 방송은 뭐가 다른가? 왜 세월호 사건이라는 가슴 아픈 일을 겪고도,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교실에 그대로 있으라며 언성을 높이고, 심지어 밖에 나온 학생들에게 무단 조퇴로 처리하겠다며 대피를 막았을까. 지진으로 인한 학교의 직접적 피해가 적어 희생자가 없었기에 다행이지, 과연 지진의 피해로 희생자가 나왔다면, 제2의 세월호 사건이 되지 않았을까.
김윤혁 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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