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 어르신 기막힌 제도에 울분
“매월 연금 인상분 만큼 생계비서 삭감”
국회도 예산 삭감…정부 보전 계획 무산

▲ 몸이 아픈 A씨가 소일거리 삼은 일터에서 먹는 도시락.<왼쪽> 오른쪽은 A씨의 통장 입출금 내역의 일부. 기초연금이 20만 원에서 25만원으로 오른 때부터 생계비 지급액(복지지원과로도 표기)가 29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겨우 먹고사는 노인들에게서 빼앗는 건 무슨 경우요? 줬다가 뺏어가니 더 비참하죠.”

 기초연금 인상분만큼 생계급여에서 삭감을 당한 어르신의 억울한 하소연이다. 통장에 찍힌 생계비가 삭감된 지 넉 달 째.

 지난 9월 기초연금이 올랐다고 잠시나마 좋아했던 어르신은 생계급여가 삭감된 뒤 “줬다 뺏는” 정부를 더 이상 믿지 않게 됐다.

 65세 이상 노인은 기초연금 25만 원을 받으면 그 액수만큼 소득으로 간주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2인 가구 기준 월 소득 85만 원 이하)의 생계비에서 그만큼이 삭감돼 불만이 제기돼 왔다.

 더욱이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 개선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급여형태로 수당을 보전하려 했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삭감되고 말았다.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 개선 방안이 반영되지 않은 것. 보건복지부는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15% 수준 오른 72조 5000억 원으로 확정됐으나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할 계획이던 4000억 원은 빠졌다.
 
▲“가난한 사람, 더 가난해 지라는 뜻”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공단에서 노령층 빈곤 해소를 위해 만 65세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25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광주시에 따르면, 생계급여와 기초연금 동시 수급자는 1만 5263명에 달한다.

 그동안 기초생활수급 대상 어르신은 매달 25일 기초연금을 받았다가 다음달 20일 생계급여에 차감되는 악순환을 겪어왔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생계급여 이외에 기초연금까지 지급하면 차상위 계층보다 소득이 높아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정부가 내놓은 이유였다.

 그러나 국가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25만 원씩 지급하면 대부분이 25만 원만큼 형편이 풀리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만 일정 금액을 제하고 받아 불균형이 생겼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인 어르신 A씨의 경우, 기초연금 5만 원이 인상된 후 익월 생계비 (29만80원)에서 4만40원이 깎였다.

 기초연금이 인상된 9월 한 달은 생계급여가 깎이지 않았는데, 10월과 11월엔 생계급여가 삭감돼 A씨가 당혹감을 느꼈던 이유다.

 장애인인 A씨(69세)는 의료급여와 주거급여, 생계급여로 살아가는 노인 극빈층이다.
 
▲“생계급여 삭감 사전고지도 못받아”

 그는 “생계비에서 삭감된 4만 원 돈이 누군가에겐 적을 수도 있지만, 쌀 한 포대를 살 수 있는 돈”이라며, “기초연금이 오른다는 광고는 봤어도 생계비가 깎인다는 말은 듣지 못한 생계비를 뺏겨 부아가 치민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생계급여 삭감에 대한 사전 고지를 받지 못해 당혹감이 더 컸다고 했다.

 또 A씨는 “겨우 먹고사는 노인들의 주머니에서 생계비를 빼앗아 갈 생각을 한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일을 하고 있냐”며 “이번에 제도 개선이 불발된 것에 대해 정치권도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내년 4월부터 정부가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노인 150만 명에게 기초연금을 30만 원씩 줄 예정인데 또 다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은 일정 금액을 제하고 받게 돼 문제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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