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인권회의 “전남대 취소 이어 벌써 두 번째 퇴짜”
“ACC 5·18민주평화기념관측 ‘불편함’ 전한 것으로”
“배후 의혹 커져, 민주·인권 도시서 이럴 수 있나?”

▲ 광주에서 ‘홍콩 시위’ 관련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각 기관들이 연달아 ‘대관 취소’ 통보 방침을 강행하면서 세 번째 바뀐 간담회 관련 포스터. 왼쪽부터 차례로 1차, 2차, 3차 포스터. 최종적으로 변경된 장소는 YMCA 2층 백제실이다.
광주에서 ‘홍콩 시위’ 관련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각 기관들이 연달아 ‘대관 취소’ 통보 방침을 강행하면서 중국 영사관의 외압 등 관련 의혹이 커지고 있다.

두 번째 장소 예정지였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물인 5·18민주평화기념관(옛 전남도청 별관) 역시 ‘불허’되면서 주최 측은 또 다시 장소를 옮겨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원래 광주인권회의 등 주최 측은 오는 10일 재한 홍콩 시민활동가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기로 하고 전남대 인문대학 1호관 이을호 강의실을 대관했다.

그런데 간담회 일정 닷새를 앞둔 지난 5일 전남대가 주최 측에 연락을 해 ‘간담회 내용에 대해 강한 압력이 들어왔다’는 점을 암시하면서 대관 취소(본보 9일자 ‘전남대 홍콩 시위 간담회 대관 취소, 배후는?’)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인권회의에 따르면 전남대 관계자의 첫 번째 통화 내용을 근거로 “배후로 광주 중국 총영사관이 전남대 총장에게 압력을 넣었고, 총장이 시설 대관 권한이 있는 학과장에게 대관 취소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남대 대관이 취소되자 다음날인 6일 주최 측은 5·18재단의 협조를 받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물인 5·18민주평화기념관으로 개최지를 옮길 수 있었고, 9일 각 언론사에 장소 변경 소식을 전달했다.

그러나 광주인권회의 측은 9일 5·18재단 측으로부터 ‘대관 취소’ 통보를 전해 들었다.

그러면서 5·18재단 관계자는 “ACC(국립아시아문화전당) 측이 국립 기관이어서 외교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장소 협조 불가 입장을 전한 것.

본보가 대관 취소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ACC 측에 문의한 결과 ACC 홍보팀은 “옛 전남도청 별관 관리 권한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있다”며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문체부 직원과의 통화에서도 역시 “관련 행사 소식을 오늘에야 접했다”며 “구체적인 경위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다만, 5·18재단 관계자는 “장소 허가 문제로 어제(8일) ACC 전당 내부에서 시끄러웠다는 것을 전해 들었고, ACC 측이 오늘(9일) 5·18재단으로 연락을 해와 ‘외교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윗선에서 불가 방침을 내렸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광주인권회의 측은 “그동안 많은 시민사회 단체들이 옛 전남도청 별관에서 행사를 했는데 이번처럼 갑작스럽게 장소 불허를 한 경우가 있었나 싶다”며 “아무리 장소가 중요하지 않다 하더라도 5·18과 홍콩시위를 비교하며 같이 논하기에 가장 상징적인 곳이라고 판단해 선정한 곳인데, 연달아 취소 통보가 날아오니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주최 측은 개최 예정지와 최대한 근거리에 있는 YMCA 2층 백제실 장소 사용 신청을 접수하고, 세 번째 장소 변경 소식을 알렸다.

그러면서 광주인권회의는 “또 다시 분명치 않은 이유로 장소 불허 결정이 날까봐 불안한 상황”이라며 “다른 대안을 찾아놓을 예정”이라고도 말했다.

광주인권회의는 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남대가 갑작스럽게 취소 통보를 한 배경에 그 어떤 압력이 작용했는지도 의문이지만, 대학이 학교 시설물 대관에 있어 자의적인 잣대로 검열과 규제를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선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행사 당일인 10일 오후 6시30분 전남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9일 ACC 건물 사용에 있어서도 비슷한 규제가 가해지자 10일 기자회견 내용에 전남대와 함께 ACC를 포함해 이들 기관에 ‘대관 취소’의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한편 당초 광주의 인권관련 시민단체들의 연대체인 광주인권회의와 광주시민단체협의회, 5·18기념재단, 정의당 광주시당 등은 오는 10일 오후 7시 전남대 인문대학 1호관 이을호 강의실에서 ‘억압에 맞선 시민들’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 예정이었다.

이날 간담회는 재한 홍콩시민활동가와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사무국장을 초청해 현재 홍콩시위 상황과 국내에서의 연대활동, 5·18과 홍콩시위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펼칠 계획이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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