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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목적 뿐” 안철수 또 ‘알맹이’ 실종
정계 복귀 첫 광주 방문 상징성·의미 불구
‘실용적 중도 정당’ 노선·방향 설명 없어
강경남 kk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20-01-20 16:39:08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기자들과 만나 광주 방문 목적 등을 밝히고 다음 일정을 위해 이동하려 하고 있다.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 활동을 재개하면서 야권 정계개편 돌풍의 핵으로 떠오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광주를 찾았지만 이렇다 할 메시지를 제시하지 않았다. ‘실용적 중도 정당’을 만들겠다며 ‘노선과 방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지만 정작 이 ‘노선과 방향’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것.

안 전 대표는 20일 오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후 정치적 행보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실용적 중도 정당을 만드는데 제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논의와 함께 지역에선 대안신당을 중심으로 ‘제3지대’가 추진되고 있고,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 보수 세력의 통합 논의 등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정계개편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

안 전 대표는 전날 귀국 후 기자회견에서 ‘보수통합’과는 선을 그으며 보수·진보 진영 논리를 극복한 ‘실용적 중도 정당’을 제시했다.

광주에서도 이를 거듭 강조하면서 바른미래당 내외 여러 인사들을 만나 “설득하겠다”고 밝힌 안 전 대표는 기존 정당들과의 통합에 대해선 “이합집산을 말씀드리려는 게 아니다”면서도 “노선과 방향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노선과 맞다면 많은 분들의 힘을 구하겠다”며 다른 정치세력과 손을 잡을 여지도 열어 놨다.

하지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 ‘노선과 방향’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보수·진보 진영 논리 극복이라는 큰 틀을 제시하긴 했지만 현 정치판에서 ‘실용적 중도’ 노선이 어떻게 가능할지, 극복해야 할 과제들은 뭐고 이를 위해 자신은 어떤 일들을 할지 등 실질적인 내용들은 내놓지 못했다.

무엇보다 핵심적인 정치 기반이었던 광주를 일부러 찾았음에도 ‘사과’ 외에 별다른 의미 부여도 하지 않았다.

2012년 대선에서 광주의 전폭적 지지를 얻으며 힘을 키운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을 창당, 2016년 20대 총선에서 광주 8석을 석권하며 ‘녹색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비록 이후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쪼개지고, 안 전 대표가 합류한 바른미래당 또한 더 성장하지 못하고 최근 들어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지만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광주의 민주당 1당 체제를 무너뜨린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었다.

정계 복귀 후 첫 지역 일정으로 광주를 찾은 것 역시 이러한 정치적 성장과 실패의 배경에 광주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윤상원 열사의 묘비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에서 출발한 자신의 정치적 실험이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그 이상의 메시지는 제시하지 못했다.

“지지해 주셨던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고 또 과정(국민의당 창당, 이후 분당 등)에서 부족했던 저에 대해 사과드리러 왔다. 그 목적 밖에 없다”는 게 안 전 대표가 밝힌 광주 방문의 이유였다.

‘정치적 고향’이나 다름 없는 광주를, 그것도 다시 정치 활동을 재개하는 시점에서 찾은 것 치고는 기대에 못 미치는 발언이었다.

국민의당 분당, 2017년 대선 패배와 2018년 지방선거 초라한 성적표 등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의구심, 실망감을 새로운 기대로 바꿀만한 ‘뭔가’가 전혀 없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도 안 전 대표의 복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을 이끌었던 박지원 의원은 20일 KBS1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정치의 품격’에서 “제가 느끼는 광주의 민심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안철수에게 한 번 속지 두 번은 속지 않는다’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안 전 대표가 자신을 지지하는 의원들도 있고 조직도 있고, 돈도 있는 바른미래당에서 새로운 둥지를 일단 틀고 당명을 개정하고 당을 새롭게 바꿔 이것이 ‘철수당’이라고 강조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안 전 대표가 돌아오면 모든 것을 주겠다는 손학규 대표 입장이 최근 확실치가 않는데 일단 손 대표를 만나봐야 알 것이고, 손 대표도 그렇게 모든 것을 다 그냥 갖다 바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20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것과 관련해 일부 시민들은 민주의 문 주변에서 안 전 대표를 비판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대안신당 장정숙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날 안 전 대표의 5·18묘지 참배에 대해 “국민의당을 깨고 바른정당과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들 때 안철수의 머리든 가슴이든 어느 한 켠에 국민의당을 세운 호남의 비전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이라도 있었는가”라면서 “왜 안철수의 입에서는 호남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치적 가치, 민족적 가치에 대해 진정성 있는 언어가 나오지 않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국민의당 간판주자인 안철수의 내용도 없고 방향도 없는 ‘새정치’ 깃발은 대선을 지나며 혼란과 무능의 상징으로 전락했을 뿐”이라고 비판하면서 “얍삽한 공학적 계산으로 망국적 정치를 개혁하기 위한 호남의 선택과 투자를 무산시킨 것에 대한 분노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몽상가적 정치관을 함부로 가르치려 하지도, 호남 민심을 왜곡하지도 말라”고 경고했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안 전 대표의 복귀에 대한 일부 정치권의 비판적 시각에 대해 “무차별적인 비난과 의도적 깎아내리기”라고 주장하면서 “안 전 대표의 재등장으로 이념 프레임이 무너질까봐 두려운 모양이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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