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전 ‘민주주의의 봄’ 개최, 광주의 기억 소환
역대 비엔날레 출품작, 아카이브 등 한데 엮어

▲ 전시모습. <광주비엔날레 제공>

(재)광주비엔날레가 5·18민주화운동의 40주년을 맞아 광주정신의 동시대성을 탐색하고자 기획된 ‘MaytoDay(메이투데이)’의 서울전시 ‘민주주의의 봄’이 오는 6월3일 개막, 7월5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기획자 우테 메타 바우어(Ute Meta Bauer)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역대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된 작품들을 재조명하고 당대의 아카이브 자료들과 판화 작품들을 전시함으로써, 1980년 5월 이후 40년이 흐른 오늘의 시점에서 ‘광주정신’을 재조명하게 될 예정이다.

서울 전시를 기획한 우테 메타 바우어는 지난 20년간 수차례 광주를 방문하며 광주가 남긴 기억들과 지금도 유효한 민주주의 정신에 주목했다. 그녀는 “민주주의는 항상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는 것이며, 주어지거나 멈춰져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변화하는 것이다”고 말하며, 민주주의의 동시대성에 대해 역설했다.

저명한 이론가이자 파리 제7대학교의 명예교수인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가 기본 자유로 제시한 ‘저항’과 끊임없는 ‘의문 제기’를 지향하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기억을 넘어 관객으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사유하기를 촉구하는 전시이다.

한편, 서울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의 전시가 잠정 연기됨에 따라, 아트선재센터에서만 개최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고 전시를 준비해왔다. 그 과정에서, 격변의 시대에서 ‘항쟁의 증언’으로서 역사와 민주주의 정신을 기록해온 목판화 전시의 당초 기획을 그대로 구현하고자 아트선재센터와 함께 인사동의 나무아트를 제2의 전시장소로 선정했다. 목판화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는 김진하 나무아트 관장이 기획에 참여했다.
조진호, 한희원 작가를 비롯하여 민주화운동을 여실히 기록하고 증언해온 목판화 작품들이 대거 전시된다. 나무아트의 전시는 6월 30일까지 개최된다.

아트선재센터와 나무아트 두 장소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5개국의 작가 및 연구자 26명(팀)이 참여하며, 출품작은 약 190여 점에 달한다.
1995년 출범이래, 12차례 개최되어온 광주비엔날레의 역대 출품작들이 우테 메타 바우어의 기획 하에 다시 대중과 만난다.

여기에 5·18기념재단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의 협업으로 당시의 기록사진과 서적이 더해져 40년 전의 뜨거운 현장을 오늘로 소환한다. 전시의 타이틀에 직접적인 영감을 준 김준태 시인은 이번 전시에 공감하여, ‘강물은 모든 색채와 형상을 품고 반짝이면서 흐른다’라는 제목의 시를 헌사했다.

1980년의 ‘그 날’로 시작하여 ‘내일’로 끝맺음하는 시인의 시는, “예술은 과거에 대한 증언이자 새로운 미래를 향해 투사하는 살아있는 기억이다”라고 이야기한 우테 메타 바우어의 기획의도와 부합한다.

▶재현과 재연 넘어 연대로 가는 길 제시

각기 다른 시기에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되었던 작품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롭게 조우하며, 민주주의에 대해 작가들이 제시해온 다양한 시선의 흔적들을 새로이 선보일 예정이다.

2006년 제6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오형근 작가가 선보였던 ‘광주이야기’의 연작 시리즈들이 당시 보도사진들과 배치되어 재현과 실재의 경계를 넘나들도록 이끈다. 2002년에 출품, 가상의 영화 ‘광주탈출’을 설정하고 영화의 포스터와 회화를 전시했던 박태규 작가의 작품은 새롭게 제작된 포스터와 함께 전시된다. 또한, 제10회 광주비엔날레(2014)의 개막식 생중계 퍼포먼스로 공개되며, 역사의 비극을 목도하게 하였던 임민욱 작가의 작품이 기록영상으로 재편되어 다시 공개된다. 제11회 광주비엔날레(2016)의 출품작으로, 네 명의 유령이 등장하여 민주화운동의 실체를 좇는 쿠어퍼라티바 크라터 인버티도(Cooperativa Crater Invertido)의 영상작업과 설치작업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권승찬, 배영환, 이불 작가의 작품이 공개되며, ‘광주정신’을 대표하는 강연균, 홍성담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구 전남도청 광장에서 모티브를 얻어 기획한 2층의 전시공간은 민주화운동에 대한 파편화된 기억들을 한 데 엮어 현재의 시점으로 재구성했다. 1980년의 현장자료들과 항쟁의 중심에 서있었지만 정작 기록에는 존재하지 않거나 잊혀져가는 이름 없는 사람들을 소환하는 작업들을 선보인다.

1980년 광주의 실상을 전 세계로 알리는 도화선이 된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당시 취재 자료들과, 5·18에 개입한 당시 지미 카터 미국 행정부를 최초로 폭로한 미국 기자인 팀 셔록(Tim Shorrock)의 아카이브 문서들이 공개된다.

노순택 작가의 ‘망각기계’는 항쟁 당시 사망한 이들이 묻힌 광주 옛 묘역의 영정사진들을 작가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 동안 시간적 간격을 두고 촬영한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역사적 비극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잊히고 또 기억되는지 관객에게 묻는다. 2018년 제12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백승우 작가의 ‘연상기억법(2018.9.7.-11.11)’은 구 국군광주병원의 현재의 이미지를 아카이브로 구축하여 흔적을 통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이 밖에도 이창성의 보도사진을 비롯한 아카이브 자료들은 박제된 역사의 순간들을 불러와 현재의 시점에서 민주주의를 복기하도록 한다.

▶익명, 이름 없는 망자들 목소리 재조명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1980년 5월 18일로부터 40년이 흐른 2020년의 오늘, ‘민주주의의 봄’은 ‘광주정신’이 쌓아온 지난 시간들의 궤적을 살펴보고 동시대 예술의 언어로 다시 한 번 민주화운동을 조명하고자 하는 시도”라며, “역사의 현장에 꾸준히 함께하며 목소리를 내 온 예술과 예술이 만든 연대를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당부했다.
이번 전시는 7월5일 막을 내린 후, 대만과 독일, 아르헨티나의 전시가 가진 서사들과 만나 9월 초,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확장되어 전시될 예정이다.

한편, 지난 해 부터 본격 착수된 ‘메이투데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펜데믹 현상으로 인해, 한국과 대만, 독일, 아르헨티나에서 5월부터 6월에 걸쳐 동시에 개최하고자 했던 당초의 계획을 조정해 진행하게 됐다.

황 치엔훙(Huang Chien-Hung) 타이베이예술대학 조교수가 기획을 맡은 타이베이(대만)의 전시 ‘오-월 공감: 민주중적 증류’(May Co-sensus: Demo-stream in Democracy)는 예정대로 5월1일 개막해 진행 중이다. 최빛나 큐레이터가 기획, 광주시민학교의 형식과 내용을 차용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광주시간’(Gwangju Lessons)은 일정을 변경해 7월3일부터 9월27일까지 쾰른의 세계 예술 아카데미(Akademie der Kunste der Welt)에서 열린다.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에서 열리기로 한 ‘미래의 신화’(Myths of the Near Future)는 현지 코로나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추이를 지켜보고 일정을 재조정할 예정이다.

‘메이투데이’의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www.maytoday.org)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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