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선수촌 화정주공 절반 살고, 송정주공 다 잘려
사업부지 면적 따라 생사 갈려…광주시 “조합이 결정”
전문가 “행정의 의지 중요” 서울시 수목 기부제도 시행

▲ 수목의 절반 정도를 살린 재건축 전 화정주공 아파트와 모든 나무를 베어 버린 송정주공 아파트. 사업부지 면적에 따라 수목의 생사가 결정되는 현실 탓에 재건축을 앞둔 운암3단지 내 나무들의 미래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광주지역 아파트 재건축 부지내 나무들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2016년 완공된 U대회 선수촌 아파트인 옛 화정주공 부지 내 수목은 절반이 살아남았는데, 올해 재건축에 들어간 2019세계수영선수권선수촌 아파트인 송정주공 수목들은 100% 잘려나간 게 대표적이다.

 법적으로 재건축 부지 내 나무들은 조합측 사유 재산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조합과 시공사의 결정에 따라 나무의 생사가 갈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30여년 이상된 나무들은 보존 가치가 충분하다”면서 “건축심의·도시계획심의·환경영향평가 등 권한을 쥔 행정기관이 의지만 있다면 나무들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4일 광주시와 재건축조합 등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준공돼 U대회 선수촌으로 활용된 옛 화정주공 아파트 부지 내 수목은 절반 이상이 보존됐다. 반면 올 초 재건축 공사가 본격화된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선수촌 아파트로 쓰일 광산구 송정주공 부지 내 나무들은 모조리 잘려 폐기됐다.

 전자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이었고, 후자는 대상이 아니었다는 차이가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제2조 2호)에 따라 정비사업 부지가 30만 ㎡ 이상이면 환경영향평가를 받게 돼 있다. 광주시 환경영향평가 조례도 사업면적이 15만㎡ 이상 30만㎡ 미만인 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명시하고 있다. 화정주공아파트(19만 4112㎡)는 이에 해당돼 사업계획 인가 전에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돼 수목 절반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반면 송정주공아파트(9만 4,131㎡)에서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어서 나무들이 비참한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광주시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이었던 화정주공은 실태 조사를 토대로 10년 이상된 나무를 보존하도록 권장했고, 광덕고 인근 수목을 비롯해 당초 식재됐던 수목의 60% 가량이 존치·이식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었던 송정주공아파트는 수목 실태조사 조차 없이 사업이 진행됐고, 이 결과 부지 내 울창한 수목 100여 그루가 모두 잘려나갔다.

 이같은 제도는 최근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북구 운암3단지에도 그대로 적용될 게 자명하다. 이 단지는 17만여㎡ 규모여서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다. 수목 보존방안이 논의될 수 있지만, 어느 정도까지 지켜낼지는 미지수다. 사업자와 조합 측은 “살릴 수 있는 나무는 살리겠지만, 수목을 이식하는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보존에 소극적인 상황이고, 광주시 등 행정기관은 “재건축은 조합원의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이어서 적극 관여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관계자는 “도심 내 식목 살리기를 위한 법적인 근거가 제정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또한 사업 시행 인가 이전에 행정이 나서서 식목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그 방향을 재건축 조합에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남대학교 조경학과 조동범 교수 역시 “특히 재개발 부지 식목을 살리기 위해서 행정이 공공 녹지·공원 등에 식목을 이식을 시키거나, 나무가 필요한 곳이 분양해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놔주는 것도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행정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인 셈. 실제 서울시의 경우, 2015년부터 재개발·재건축 단지 내 수목을 재활용하거나 기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행정 지도를 추진했다. 자치구가 재건축 예정 부지 내 수목에 대한 현장조사와 전문가 적정성 조사 등을 통해 재건축 준공인가를 하는 방식으로, 단지 내에 재활용 될 수목을 제외하고 나무나눔공간(http://env.seoul.go.kr)에 의무적으로 수종을 등재해 분양이 가능토록 한 방식이다. 이런 서울시 시책을 통해 2016년 강동구 고덕 재건축 부지 내에 있던 수목들이 4월 김포 조류생태공원, 10월에는 경기도 광주시의 `시민과 함께하는 공원만들기’ 사업 녹지 등으로 이식됐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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