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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페미니즘이 승리할 것”
광주 대학가도 페미니즘 열풍
‘FACT’·‘로제’·‘공간’ 결성
“여혐 공공연 되레 긍정적 지표
존재조차 없는 게 가장 극단”
양유진 seoyj@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7-04-21 06:00:00
▲ 페미니즘 모임을 결성한 `FACT’ `로제’ `공간’의 대표가 손을 모아 결의를 다지고 있다.

 광주지역에서 페미니즘 열풍이 불어오고 있다. 진원지는 대학이다. 2017년 초, 전남대에서 3개의 페미니즘 모임이 결성됐다. 페미니즘 책읽기 모임 ‘FACT’, 페미니즘 소모임 ‘로제’, 광주 페미니즘 모임 ‘공간’ 등 3개 모임 대표들이 지난 3월 첫 모임을 가진 것. 모임 대표들은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서울 소재 대학에서 꽃핀 페미니즘 모임 흐름이 2017년에 와서야 광주에 도달한 것”이라고 말한다.

 광주지역 페미니즘의 현주소는? 본보는 최근 20대 페미니스트 ‘FACT’ 이혜연(24) 대표, ‘로제’의 신혜선(20) 대표, ‘공간’의 황가을(22) 대표를 한 자리에서 만났다. 각 모임 대표들은 “2016년 페미니즘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모임 결성 의지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SNS에서부터 도서·출판 분야까지 페미니즘 이슈에 영향을 받게 됐다”는 것. ‘공간’의 황 대표는 “특히 성차별을 직접 체감한 경험을 나누고 토로하기 위한 모임의 필요성에 대한 욕구가 컸다”면서 “이제 ‘공간’에는 고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개인의 아픈 경험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페미니즘이 ‘대학’을 중심으로 새롭게 발원하는 이유에 대한 대표들의 해석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대학’이 아니면 페미니즘을 논할 수 없는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의 성차별을 직접 체감하는 시점이 20대이기 때문”이라는 것.

 ‘공간’의 황 대표는 “점차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정체화 하는 20대 여성들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나 젊은 여성이 페미니즘을 논할 공간이 많지 않아요. 청소년기에는 학교 안이든 밖이든 청소년 개인을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말을 꺼내기 어렵고, 직장인은 권고사직의 공포도 있는 만큼 페미니즘이라는 담론을 논하기 어렵죠.”

 이에 더해 ‘FACT’의 이 대표는 “대학에서 성차별 문제를 가장 먼저 마주할 수밖에 없다”며 “청소년기에는 막연한 수준으로 성차별을 인지했다면, 특히 대학은 가까운 동기·선후배·교수로부터 성차별 문제를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변만 봐도 많은 사람들이 피부로 느낀 성차별 문제를 페미니즘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대학 내 여성 혐오’로 이어졌다. 대표들은 “대학에서 일어나는 여성 혐오 사례를 모아 사전도 만들 수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일단, 모임에 나오는 구성원들도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알려지면 무서울 것 같다’고 말을 하세요. 페미니즘 언급만으로도 성차별주의자들을 상대로 한 언어적 위협부터 신체적인 위해까지 노출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겠죠.”

 대학 공간 내 여성을 대상화 하는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공간’의 황 대표는 “여러 대학에서 논란이 됐던 남학우 카톡방도 공공연한 문제”라면서 “특히 캠퍼스 커플의 경우 상대 여성이 온갖 성적 조롱의 대상이 되는 사례는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새내기 여성들에게 여아이돌 춤을 시키며 학과 행사의 꽃으로 취급하는 것은 흔한 사례이고, 어느 폐쇄적인 과는 술자리에서 여학우를 테이블 위에서 워킹을 시키며 외모 품평을 하는 곳도 있다는 풍월을 들었다”는 충격적인 발언도 나왔다.

 이어 “한 학내 단체가 지난 3월8일 여성의 날에 맞춰 여성주의에 대한 인식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대학 내부에 설치했는데, 이에 대한 반응이 격렬했다”는 논의로 이어졌다. “대학 관련 커뮤니티와 SNS 상에서의 언어적 폭력을 비롯, 누군가가 대자보 일부를 찢어버리고 의도적으로 발자국도 남기거나, ‘극단적 여성주의’를 흉내내서 혐오 발언을 부착하는 등 ‘테러 행위’가 일어났다”는 것. 또한 “모임 구성원 모집 글을 대학 커뮤니티에 올리자, 페미니즘에 대한 비난이 맥락 없이 줄을 이었다”는 경험담도 세 모임이 공통적으로 겪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로제’의 신 대표는 “여성 혐오가 공공연한 것은 오히려 긍정적인 지표로 평가할 수도 있다”며 “가장 극단적인 혐오는 사회 내에서 존재조차 안 보이는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의 존재가 가시화됐기에, 그래서 그에 대한 반대급부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페미니즘 모임이 지역 내에서 만들어진 것만으로도 대학 공간, 넓게는 광주지역 내에서 보수적인 분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약자를 배제하지 않도록 하는 젠더 감수성을 통해 세상을 읽기 시작하면, 절대 성차별주의자로 되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결국 성차별을 뛰어넘는 페미니즘이 승리할 겁니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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