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주말 학생들의 출입을 통제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는 전남대 사회과학대학.<광주드림 자료사진>
-인문대 등도 휴일 출입제한 “대학 존재가치 역행”
-엄격한 통제·규범 “학내 자율성·자치 더 약해져”
전남대학교 사회과학대학의 ‘주말 학생출입 금지’ 논란은 일부분일뿐이었다. 전남대 내 타 단과대학에서도 평일 저녁과 주말 등 학생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심지어 학생들의 자치공간도 이용시간 등을 제한하고 있었던 것.

학생들은 “권리침해”와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 측의 이러한 통제강화가 대학교의 본질적인 기능과 역할에 부합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문대 과별 학생회실도 주말 통제

21일 전남대 경영대·인문대 학생들에 따르면, 사회대뿐만 아니라 경영대학과 인문대학은 이전부터 주말 학생들의 출입 통제를 통보해놓은 상태다.

이중 인문대는 주말 학생들의 건물 출입을 제한하는 사회대와 달리 대학 내 학생들의 자치공간인 각 학과별 ‘학생회실’에도 이용시간을 통제하는 안내문을 붙여놓은 상태.이 안내문에는 “일요일에는 폐쇄한다”는 문구도 보였다.

4학년 과정을 마치고 졸업을 준비중인 한 인문대 학생은 “실제 (행정실에서)일요일에 문을 닫아놓거나 단속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회실은 말 그대로 학생들을 위한 공간인데, 여기까지 시간제한을 두고 일요일에는 폐쇄한다고 써붙여 놓은 건 너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측의 통제의 손길이 미치는 곳은 이뿐만 아니다. 제1·2 학생회관에 있는 학생 동아리방도 주말에는 전기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역시 안전사고 예방, 제대로된 관리, 질서유지 등이 이유다.

하지만 전남대가 계속해서 규범과 통제를 강요하는 것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내는 이도 적지 않다.

인문대 출신의 한 직장인은 “요즘 학교(전남대)는 대학교가 아닌 것 같다”며 “학교운영이고 학생들 생활이고 전부 학교 입맛에만 맞추는 것이 대학의 교육이냐”고 비판했다.

특히, 각 단과대에서 통제 강화의 이유로 제시한 것들에 대해 “정말 납득할만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우는자들 공동체 근간은 자율성

그러기 위해선 대학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먼저 이뤄져야할 터. 지난해부터 대학도서관 개방운동을 펼치고 있는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가는 “전남대 내 학생출입금지 문제는 단순하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대학은 ‘일부’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공공성에 기반을 둔 교육기관이 ‘특수성’에 입각해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차별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렇다면 ‘대학교’란 어떤 곳일까? 사전적 의미는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고 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고등교육 기관’이다.

하지만 교육학자들은 대학교가 ‘교육기관’ 이상의 의미와 역할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대학교의 영어말인 ‘unversity’의 어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서양에서 대학교는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들의 집합소·공동체’를 의미했다. 이중 ‘공동체·집합’을 의미하는 ‘universitas(우니베르지타스)’란 중세라틴어가 현재의 대학교(unversity)가 됐다.

특히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 대표적인 학생과 교수의 ‘자율성’은 대학교의 중요한 근간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이강서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대학교는 열린 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열려있을 때 대학교의 중요한 본질인 자율성이 극대화될 수 있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성, 비판의식 등이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것. 실제 이전 세대에게 대학은 ‘자유의 공간’이었고, 70~80년대 꽃피운 통기타와 생맥주 문화, 학생운동은 아직도 상징적인 대학문화로 거론된다.

▶대학 열려야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

“열린대학”의 가치는 외부인에 대해서도 예외일 수 없다. “최대한 울타리를 낮추고, 문턱을 없애면서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할 때, 지역사회와 대학이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이 교수는 “원칙적으로 학교를 잘 관리해서 얻어지는 효과가 무엇이냐”고 따지고, “누구나 자유로워야 할 공간을 관리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대학교에 대한 인식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학생들의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커나가기 위해선 대학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과 토론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최근에 이러한 학생들의 자치수준이 떨어지고, 일부 대학은 총학생회장도 못 뽑는 상황에선 조금이라도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길게 해줘야 하는데, 출입시간을 제한해 학생들을 밖으로 내쫓는 것은 자치활동을 더 억누르고 약화시킬 뿐이다”고 강조했다.

장복동 철학과 강의교수는 “학생들을 통제하는 것은 신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공간이 아무리 더럽고 관리가 안 되도 이를 바로 잡는 것은 학생들의 몫일텐데, 이것까지 학교가 나서 통제한다는 것은 학생들을 믿지 못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것이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이자 민주화의 성지라 일컬어지던 전남대의 현주소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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