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없어지면 3년 추억 사라질 것, 아쉬움 크다”
“몰랐다”는 학부모들, “의견 묻는다면 ‘반대’” 입장

▲ 지난 10일 천곡중학교에서 졸업을 맞은 학생들.
 “여기 졸업장에 적힌 ‘천곡중학교’라는 학교 이름이 사라지는 거잖아요. 3년 간 생활한 모교인데, 너무 아쉬울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우리학교일까요“”

 10일 광주 광산구 천곡중학교 졸업식에서 만난 졸업생들 대다수는 학교 통폐합 소식에 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학교를 떠나면서 지난 3년을 추억할 공간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해졌다.

 “네“ 학교가 통폐합될 수 있다고요“ 처음 들어요. 그럼 졸업하고 학교에 놀러오려면 어디로 가야해요“ 건물이 남아있대도 우리학교는 아니잖아요. 다시 학교에서 친구들과 공차고 놀 수 없을 거 아녜요.”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1월 초 ‘천곡중 통·폐합 추진협의회(이하 천곡중 TF)’가 구성돼 세부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천곡중을 2018년까지 첨단중으로 통합하고 폐교 부지를 활용해 2019년 3월 여고를 개교한다는 대략의 구상은 이미 나와 있는 상태.

 하지만 학생들은 이 사실을 알음알음 들었거나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당장 내년에 실행될 수도 있는 통폐합을 정작 당사자인 학생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시간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

 한 졸업생은 통폐합 추진 과정에서 불편을 겪게 될 후배들을 걱정하기도 했다.

 “졸업을 해버리면 저희들에겐 적어도 피해가 없잖아요. 후배들은 전학 가는 거랑 비슷하니까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하려면 힘들 것 같아요. 불쌍해요.”

 졸업식에서 만난 1학년 학생은 “(통폐합 추진 소식을) 친구를 통해 들었다”며 “진짠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다니던 학교 그대로 쭉 졸업까지했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학부모들 역시 학교를 통해 정식으로 소식을 전달받은 게 아니라 언론 보도나 소문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우리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말해준 적이 없다고 하고요. 먼저 학부모에게 의견을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찬반을 물어본다면 저는 쉽게 통폐합을 수긍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애는 졸업을 하더라도 학교는 남아 있어야죠. 멀쩡한 학교를 없앤다니요.”

 본보 확인 결과 교육청이 통폐합을 검토해온 지난 1년여 간 학부모와 학생들은 관련 사실을 전혀 전해 듣지 못했다. 통폐합 절차에 학부모·학생들의 의사 반영 통로가 없어 일방통행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

 여기에 천곡중이 여고로 바뀌는 이유에 대한 의문까지 더해진다.

 “학생 수 감소로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 천곡중만 학생이 줄고 있나요“ 광주 전체, 전국적인 현상일 겁니다. 중학생이 줄면 고등학생도 줄어들겠죠. 그리고 여고를 지으면 내신을 걱정하는 학부모, 학생은 좋겠지만 학창시절의 즐거움도 줄어들 테고 다른 성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 질 것 같은데요.”

 통폐합이 실현될 경우 광주시교육청은 교육부로부터 소규모학교 대책에 따라 100억 원의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이 비용은 학교 통폐합 시설 개선 공사 비용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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