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활동 거점·마을 활동 연계 플랫폼도
광주 관내 유휴교실 275개 중 22개 빼고 “활용 중”

▲ 광산구의 지원으로 학교내 유휴 공간을 문화예술플랫폼으로 재구성한 천곡중학교.

 학령기 인구가 감소하면서 학내 유휴교실이 늘고 있다.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일부 학교는 인근 학교와의 통폐합까지 검토되는 상황. ‘공실’(빈교실)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재정운용 비효율성의 상징적인 지표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선 “빈 교실이 (좀 더) 있었으면”하고 아우성이다. 교육과정이 다변화 하면서 공간에 대한 양적·질적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제 일선 학교에서 교과별 다목적실이나 동아리실 정도는 흔하게 볼 수 있다.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의 유휴교실 현황은 총 교실 수 7726개 중 275개(3.6%)다. 2011년과 비교하면 180개실에서 100여개가 늘었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해 유휴교실이 증가했지만, 활용도 면에선 오히려 유휴교실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6년 전엔 ‘유휴교실 활용방안’을 고민했다면, 현재 빈 교실은 대부분 활용되고 있어 ‘남아돌아 걱정’이란 말은 쏙 들어갔다. 광주지역 초등학교 유휴교실 124개 중 102개가 활용 중이고, 중학교 유휴교실 103개와 고등학교 유휴교실 48개는 100% 활용도를 보이고 있다.

 

“남아돌아 걱정?”은 이미 옛말 

 교육청 관계자는 “이들 유휴교실은 대부분 방과 후 활동을 위한 교실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규 수업을 위한 교실보다 ‘방과 후 학교’ 교실수가 많은 셈이다. 방과 후 학교는 사교육비 경감정책으로 학생의 특기와 자질 등을 키우기 위한 예체능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광주시교육청이 빈 교실에 지원하는 사업비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남는 교실이 생기자마자 학교의 자산으로 활용하기 바쁘다. 유휴교실이 없어도 학내 빈 공간을 찾아다니며 공간 조성에 나서는 학교도 있다.

 혁신학교인 광주 어룡초는 올해부터 ‘공간혁신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복도와 교실 공간이 유난히 널찍한 어룡초의 특징을 살려 잘 사용하지 않는 유휴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이다. 별도의 지원 사업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수업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공간 확보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어령초는 창가가 잘 보이는 복도 구간에는 학교에 남는 책걸상을 배치했다. 방과 후 교실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짬이 나면 앉아서 책도 보고 창밖 구경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두었다. 복도에 작은 무대처럼 꾸민 공간도 있다. 이곳에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작은 공연 무대를 연다.

 어룡초 관계자는 “학생들의 활동은 정규 수업에 그치지 않고, 특별활동·방과 후 활동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학생들이 교실에 갇히지 않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학교 창고에 방치돼 있는 물품들까지 동원해 공간 혁신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지원 받아 마을의 자산으로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빈 교실을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킨 학교들도 있다. 광주 산정중·광산중·천곡중 세 학교는 지난해 광산구와 ‘문화예술플랫폼 엉뚱’ 프로젝트 협약을 맺고 1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학교 내 유휴공간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어 학생과 마을 주민들의 공동체 활동 거점으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사전에 교사 워크숍을 진행하고, 문화예술 플랫폼 제작 과정을 학교 교과과목에 포함시키는 등 참여 주체의 범위를 확장했다.

 산정중의 ‘르네산정’은 유휴공간을 문화예술·놀이·실내 스포츠 등 교육활동을 위한 플랫폼으로 재구성했는데, 정규수업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 상시 개방 운영되고 있다.

 르네산정 담당교사인 김재옥 산정중 학생생활안전부장은 “(르네산정은) 학생들이 꾸미고 학생들이 스스로 관리하는 공간으로 때와 목적에 구애받지 않고 열려있다”고 소개하고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학교의 유휴공간을 이렇게 귀한 공간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산정중의 경우 최근 아파트가 들어서서 더 이상 유휴교실이 생겨나고 있지 않지만, 반대로 특정 지역의 학교에선 유휴교실이나 유휴공간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며 “유휴교실 자체를 걱정하기 보다는 교육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실용적인 활용방안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광산중의 ‘신(新)나고(go)’는 가구 리폼, 목공작업을 통해 학생들이 생각하는 ‘집’을 주제로 공간을 구성해 마을과 만나는 플랫폼으로 활용했다.

 천곡중은 공사장에서 얻은 목제 팰릿을 사포로 다듬고 색을 입혀 탁자를 만들고 칠판을 떼어낸 자리에는 벽화를 그려 ‘FM살롱’이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됐다.

 천곡중은 광주시교육청이 학교 통폐합 대상지로 선정한 곳이기도 하다.

 광주시교육청이 올해 초 발표한 통폐합 추진안에 따르면 삼정초는 율곡·두암초로 통합(2018), 천곡중은 첨단중으로 통합(2018), 중앙초는 서석초로 통합(2018), 상무중은 치평중으로 통합(2019)한다는 계획이 수립됐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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