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놀이 40분, 우리 뭘 하며 놀까?
강당·학교숲 개방…
“놀이 종료 5분 전 딱 한 번 종”
“시간·안전지침 최소, 자율성 부여해 책임지는 훈련”

▲ 백운초 학생들이 쉬는 시간 학내에 그려진 바닥놀이터에서 노는 모습.

 동네마다 시끌벅적하던 놀이터엔 더 이상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방과 후에도 꽉 찬 계획표를 따라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일상. 어느덧 놀이를 빼앗기고 웃음을 잃어도 당연한 삶으로 점철된다.

 하지만 아동문학가 편해문 씨의 유명한 책 제목처럼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뒹굴며 부대끼고 넘어져야 제대로 성장한다는 아이들. 이제, 학교가 직접 놀이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을 구출하기 시작했다.

 광주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백운초등학교는 오전 일과 40분 동안 학교 전체가 놀이터로 변신한다. 선후배 가르지 않고 운동장이며 강당에 모여 즐겁게 뛰노는 시간이다. 책을 보고 싶다면, 도서관에 들러도 좋다. 특별히 정해진 놀이나 해야 할 과제는 따로 없다.

 

10분 더 늘린 놀이시간이 가져온 효과

 “다른 혁신학교처럼 백운초도 중간놀이 시간이 30분이었어요. 그런데, 놀이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채 가위바위보만 하다가 끝나버리는 거예요. 10분을 더 늘렸을 뿐이지만, 아이들에겐 큰 변화였죠. 덕분에 수업시간을 묶음제로 운영해야 해서 교재연구가 필요해졌지만요.”

 지난해 백운초 혁신연구부장을 맡았던 이건진 교사의 후일담이다. 백운초는 올해도 아이들의 놀이시간을 지켜냈고, 강당·예체능실·학교 숲을 개방해 최대한 놀이공간도 확보했다. 교실에 머무는 학생들을 위해선 보드게임을 구비했다. 대신 교사들의 지시나 참견은 최대한 지양한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순간, 주체적인 활동이 어려워져요. 아이들은 돌멩이 하나로도 즐겁게 놀 수 있고 버려진 컵으로는 모래 놀이장에서 물길을 내며 놀아요. 너무 안전을 염려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고요. 스스로 위험에 대해 경계를 짓도록 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올해 연구혁신부장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장윤정 교사는 확고한 놀이 철학을 밝혔다. 학생안전부장을 맡고 있는 조광숙 교사 역시 “한 장소에서 사고가 잦을 경우 환경 개선이 필요하되 안전교육 이상으로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백운초 전 교직원이 같은 교육철학을 공유하게 된 것은 부장 중심의 업무지원팀이 단순히 업무만 감당하는 구조가 아니라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역할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박희숙 백운초 생활복지부장은 “업무에 앞서 철학을 공유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구조”라며, “업무지원팀보다는 ‘교육활동지원팀’이라는 말이 더 적합한 것 같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생활을 담당하고 있는 장현희 부장은 “업무지원에 나선 부장들과 실무사분들이 행정업무를 거의 도맡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서로 협의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며 “그러한 업무분위기와 교육활동지원이 맞물리면서 배움의 과정에 투영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백운초는 놀이와 관련한 교사연수, 학부모 연수를 운영하고, 교육과정과 놀이 활동을 연계하고 있다. 창체 시간 등에 스스로 가지고 놀 놀잇감을 만드는 수업이 가능한 것이다. 학부모 독서동아리 책사랑도 나서서 중간놀이시간 ‘그림책읽기’ 재능기부를 해주고 있다.

 

교장실 옆에 벽화…마음 편히 떠들 수 있게 

 학교 종이 딱 한 번 울린다. 중간놀이시간이 종료되기 5분 전인 오전 10시55분이 그 때다. 수업이 시작되고 끝나는 시간의 유동성을 갖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이 시간에 구속받지 않고 주체적으로 시간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한 전략이라는 게 장윤정 혁신부장의 설명이다.

 “놀이에 몰입하다보면 수업에 늦는 일도 종종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도 지켜야 할 약속시간이 있음을 이해하고 스스로 조정을 하더라고요. 원래 교정 뒤편에 스피커가 음질이 좋지 않았는데, 학생들이 시간을 지키기 위해 스피커 교체를 건의했죠. 권리가 주어지면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것 같아요.”

 어떤 가치와 행동양식을 구현하느냐에 따라서 학교라는 공간도 변화한다. 백운초에서 눈에 띄는 것은 벽화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액자로 채워진 벽면이 아니라 아이들의 감성과 심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벽화가 곳곳에서 꽃을 피웠다.

 특히 교장실 옆 공간을 아이들이 쉬며 토론할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하면서 벽화를 그려 넣었다. 교장실 앞은 지나치기조차 조심스러워하는 아이들의 동선을 고려해 마음 편히 떠들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이 직접 그린 도안을 토대로 했지만,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아 작품성도 놓치지 않았다.

 복도 및 계단 코너 등 학생들이 목공수업을 통해 직접 만든 벤치와 테이블을 배치해 쉼터로 활용하고 있다. 또 백운초에는 여느 학교에선 쉽게 마주칠 수 있는 환경미화 게시판이 없다. 학년별 게시판만 남겨놓아 학생 다모임에서 언급된 사항만을 알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편 혁신학교 5년차에 접어든 백운초는 지난해 광주시교육청으로부터 놀이문화선도학교로 지정되면서 놀이혁신을 이어오고 있다. 예산 500만 원을 지원받, 1년에 한 번 열리는 ‘흰구름 상상놀이축제’를 위한 교육활동에 사용했고, 나머지로는 운동장 한 켠에 모래 놀이장을 조성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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