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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혁신교육 현장을가다Ⅲ]<3>지한초 놀이공간 특색교육
전지적 학생시점, 공간 디테일이 살다
하교시간 연장 중간놀이 시간 확보
김우리 ur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9-06-12 06:05:01
▲ 실내복도 홈베이스 공간에 마련된 ‘빈백’에서 쉬고 있는 지한초 학생들.

 즐거운 학교생활은 ‘중간놀이시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구들과 깔깔 웃고 땀 흘려 뛰어노는 시간이야말로 학생들에겐 시간을 잊게 하는 마법의 순간이다. 이왕이면 더 잘, 더 재밌게 놀 수 있도록 놀이판을 깔아주는 건 학교의 몫. 당연한 사실이지만, 어떤 놀이판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아는 건 학생들이다.

 개교 3년차인 지한초등학교(광주 동구 남계길 37)는 “놀 때 확실하게 놀자”는 각오가 남다르다. 놀이공간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서 놀이활동은 지한초의 특색교육으로 자리 잡았다. 교육과정 안팎으로 ‘놀이’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은 결과다. 개교 1년 만에 빛고을 혁신학교로 선정되면서 그 고민은 보다 실현가능한 과제가 됐다.

 지한초가 놀이활동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전지적 학생시점’이라는 구호다. 전적으로 학생의 관점에서 생각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래서 놀이공간은 멈춰있지 않고 학생들의 요구와 반응에 따라 언제든지 덜어내고, 더해질 수 있다. 신설학교의 특성 상 공간을 새롭게 채워가고 있다는 점도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는 장점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지한초의 중간놀이시간. 수업시간과 견주어도 적지 않은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학교 전체가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넘실댔다.

 본관동과 후관동을 잇는 통로에 놓인 평상에선 1학년 학생들의 소꿉놀이가 한창이었다. 이전 수업시간에 이어서 쉬는 시간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놀이시간을 가졌다. 이곳 통로는 필로티 구조로 천장은 막혀있고 좌우 양쪽에서 바람이 통하는데다 길이와 폭이 상당해 대형 평상 여러 개가 놓여도 부족함이 없었다.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평상은 교육과정과 연계해 야외수업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점차 교사→학생, 관점의 변화”
 
 통로 밖으로는 전래놀이 바닥놀이터가 펼쳐져 있었다. 사방치기와 같은 놀이를 위해 교직원들이 직접 페인트로 그린 것이다. 운동장까지 나가지 않아도 다양한 신체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운동장엔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교구가 상시 비치돼 있었다. 운동장은 가장 많이 이용되는 놀이공간이지만 놀이활동을 위한 축구공, 피구공 등 교구는 별도의 교구실에 비치돼 있어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도입됐다. 교구가 관리되지 못하거나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보다는 학생들의 놀이활동에 ‘편의’와 ‘자율성’ 두 가지를 보장해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노래방으로 변신한 시청각실에선 신나는 최신곡이 흘러나왔다. 단상 위에 설치된 노래방 기계가 놀이시간에 활용되고 있었다. 학생들은 순번을 정해 마이크를 잡고 노래와 춤 삼매경에 빠져 들었다. 진짜 노래방 같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 미러볼 조명도 켰다. 현란한 무대와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내뿜는 학생들 틈에서 담당교사는 미소로 학생들과 함께 했다.

 학생들이 생활하는 후관동 3층과 4층엔 각각 ‘감성마루’ ‘힐링마루’라는 이름이 붙은 놀이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실내 복도의 홈베이스 공간을 놀이, 쉼 공간으로 조성한 곳이다. 처음엔 교사들이 생각하는 놀이와 쉼의 정의에 의해 설계됐다가 점차 학생의 관점에서 탈바꿈 중인 공간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책을 읽거나 모여서 모둠활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책장과 탁자형태의 소파를 배치했고요. 그런데 그 생각은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생각이었던 거예요. 학생들은 몸과 마음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원했어요. 제약 없이 신체활동을 하고, 편하게 누울 수도 있는 공간을요.”

 학교 공간을 안내해준 지한초 김강령 교육연구기획부장이 공간에 담긴 소회를 털어놨다.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시작했지만, 일찍이 학생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했던 착오를 고백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런 우여곡절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학생의 시선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었다.

 “학교 구성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원탁토론회에서 쉼 공간에 ‘빈백(몸의 움직임에 따라 자유롭게 형태가 변형되는 의자)’을 설치해달라는 요구가 있었어요. 가격이 많이 비싼 것도 아니고 바로 비치했죠. 그랬더니 학생들이 정말 좋아하는 거예요. 빈백 위에 눕고, 빈백을 안기도 하고…. 지금은 빈백들이 터져버릴 정도로 재밌게 가지고 놀고 있어요.”

 쉬는 시간이면 형형색색의 빈백들이 학생들을 맞이한다. 맨 바닥에 빈백을 비치하는 것만으로도 쉼과 놀이의 질이 달라졌다. 또 교사들이 잠시나마 학생들의 회의장면을 떠올리며 비치했던 원형 소파는 다행히도 학생들에게 훌륭한 놀잇감이 되고 있다. 원형 소파를 따라 돌고, 그 위에서 콩콩 뛰며 온갖 놀이 변주가 가능하다.
 
▲노래방·댄스실·빈백 등
 
 이밖에도 놀이활동을 위한 특별실들은 인기가 좋아 학년별로 순번이 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놀이활동을 위한 특별실을 구성한 것이다.

 실내놀이터로 불리는 통일교육자료실엔 당구대와 테이블 축구대를 놓아 학생들이 자주 찾는 곳이 됐다. 지한초는 통일부가 지정한 평화통일 연구학교로서 평화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있다. 이곳은 학생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다가갈 수 있는 통일교육을 위한 자료실이지만, 실내스포츠 경기를 즐기는 장으로 활용되면서 이중 효과를 갖는 셈이다. 학생들은 ‘남과 북’ 팀으로 나눠 친선경기를 치르기도 하는데, 경기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평화에 대해서도 고민할 기회가 생긴다고.

 탁구교실과 댄스교실 역시 최대한 연습다운 연습을 할 수 있게 각종 설비들을 갖추고 있었다. 탁구교실에선 지한초 탁구동아리 담당교사와 학생들의 치열한 연습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탁구로봇이 비치돼 있어 전문적인 연습도 가능했다. 댄스교실은 전면거울은 물론이고 학생들이 댄스영상을 보며 연습하는 추세에 맞춰 영상스크린과 음향시설이 설치됐다.

 또한 ‘창의발전소’에선 학생들의 소근육 활동을 통해 창의력을 신장할 수 있도록 구성된 각종 설비들이 눈에 띄었다. 벽면레고와 도미노, 3D 펜 조작, 코딩으로 움직이는 로봇 등 4차 혁명시대를 맞이해 각광받고 있는 교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학생들은 놀이하듯 이들 교구들을 수월하게 다뤘다.
특별실에서 테이블 축구에 열중하는 모습.


 발길이 닿는 곳마다 학생들의 관점에서 고민한 흔적들이 보였다. 차가운 금속소재의 배전함 뚜껑엔 아기자기한 스티커를 덧씌우는 일, 학생들이 뛰어다니며 부딪힐 수 있는 벽면에 폭신한 쿠션을 부착하는 일, 1층 통로 필로티 구조물 기둥에 매년 학교의 역사를 전시하는 일, 반을 숫자화 하는 대신 한빛, 한샘, 한빛으로 부르는 일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쓴 모습이었다.

 특히 ‘뛰지 마세요’ ‘조용히 합시다’ 등 학생들이 직접 그리고 만들어 붙인 안내포스터를 통해선 학생 스스로 규율을 찾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자유의 영역을 늘리는 만큼 문제도 생길 수 있어요. 특히 놀이와 상충되는 게 안전과 소음 문제입니다. 하지만 교사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먼저 학생들이 문제를 깨닫고 개선책을 찾아가고 있어요. 교사가 먼저 일방적으로 ‘하지마’라며 규제를 하기 보다는 학생자치 영역에서 문제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김강령 부장의 말이다.
 
▲“아이들 행복이 최우선”

 박주일 교감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학교가 공부만 하는 곳이고 다른 활동들은 통제돼야 한다는 식의 사고는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학교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그러다가 학교가 오락실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을 수 있죠. 그렇지만, 놀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훨씬 큽니다. 학교는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지원하고자 해요.”

 지한초는 중간놀이시간 30분을 확보하기 위해 하교 시간을 연장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1~2교시 사이 쉬는 시간을 빼거나 점심시간 10분을 줄여야 하는데, 학생들의 편의가 침해될 수 있어서다. 개교준비 단계에서 교직원 협의를 거쳤기 때문에 중간놀이시간을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었다.

 혁신학교 2년차를 맞은 지한초는 올해 역량중심 교육과정의 발전방향 모색·적용을 목표로 수업친구·나눔 활성화, 마을교육공동체 운영을 위한 틀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한초 학생 수는 177명, 교직원 16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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