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불구 벌칙담은·학칙 그대로
학벌없는사회 “64교 중 36교 개정 안해”

▲ 광주시교육청사.
현재 고3생 또래인 만 18세 선거권 부여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시행돼 10여일 뒤 치러지는 4월 총선에서 실제 적용됨에도 광주지역 고교 절반 이상이 학생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생활규정과 규칙을 개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법 개정 후인 지난 2월 광주시교육청이 ‘학생생활규칙 개정 안내’ 공문을 발송했는데 이를 수용해 학생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을 삭제한 학교는 2개교에 불과했다.

전체 64개 고교 중 36개교(56.2%)는 여전히 △정당 또는 정치 목적의 사회단체 가입 금지 △정치자금 기부 금지 △정치 활동 시 징계 등을 규정한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관내 고등학교의 학생생활규정 및 관련 규칙에 명시된 정치활동 및 집회, 교내외 활동 등 금지에 관한 조항이 삭제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각 고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학생생활규정을 수집·분석했다.

이 결과 광주지역 64개 고교 중 56%에 해당하는 36개교가 학생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조항을 유지하고 있었다.

내용에 따라 정당 또는 정치 목적의 사회단체 가입 금지, 정치자금 기부 금지, 정치 활동 시 징계 사회봉사를 명령하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는 퇴학 처분을 규정한 학교도 있었다.

광주시교육청이 학생생활수칙 개정을 요청한 공문을 받고 정치활동 금지 조항을 삭제한 학교는 ㅈ고·ㅁ고 등 2개교에 불과했다.

나머지 학교 중 ㄱ고 등 일부 학교는 집회시 교장 승낙, 교내 게시물 부착 시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집회·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항이 그대로였다.

ㅇ고 등 일부 학교는 불온문서를 제작·게시·배포하거나 백지동맹을 주도·선동하면 징계한다는 조항이 발견됐는데, 독재정권 시절에나 만들어졌을 법한 조항이 여전한 상황이었다.

학벌없는사회는 “교육 개혁의 모델로 칭송받는 유럽 선진국가에서 민주시민교육과 정치교육이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으로 편성돼 있는 것과 비교할 때, 한국의 정치교육과 그 조건은 매우 후진적인 상황”이라면서 “이에 대한 광주시교육청의 단호한 대응과 진정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3년 1월 국회의장에게 ‘공직선거법’, ‘주민투표법’, ‘지방자치법’,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선거권 연령의 하향을 검토하라는 의견을 표명한 이후, 청소년들의 줄기찬 투쟁과 국민들의 요구 끝에 2019년 12월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15조에 ‘18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 및 국회의원의 선거권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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