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홈 개막전에서 이삼웅 기아차 사장(왼쪽)이 선동열 감독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기아 타이거즈 제공>
“법적 대응하고 싶다.” 기아 타이거즈가 선동열 감독과 2년 재계약을 발표하면서 야구팬들이 분노하고 있다.

19일 지난 3년간 ‘5·8·8(5위, 8위, 8위)’라는 초라한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구단은 “리빌딩 적임자”라는 이유를 앞세워 선 감독에게 다시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야구팬들의 ‘민심’은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미 선 감독이 3년이란 시간과 기회를 아무런 성과 없이 날려버려 신뢰를 잃은 탓이다. 3년 간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한 감독을 ‘리빌딩 적임자’라고 하는 것부터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
실제 선 감독의 재계약 발표가 있자마자 기아 타이거즈 홈페이지 팬카페인 ‘호랑이 사랑방’에는 “떠납니다” “2년간 야구 안 볼 겁니다” “여기 탈퇴하고 기아팬 접습니다” 등의 글들로 도배되고 있다. “징계 먹을 각오로” 험한 욕도 난무하고 있다.
팬들이 받은 충격이 그만큼 컸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3년간 ‘588’에도 중도하차 못시켜?

“헐….” kimjae** 님은 짧은 이 한 마디로 선 감독의 재계약에 대한 심정을 표시했다. 다른 말은 필요치 않았던 거다.
dark** 님은 “선동열 2년 재계약은 충격 그 자체”라고 털어놨다. “그냥 야구 안 볼랍니다. 팬질 하기 겁나 힘드네요.”
“안녕히들 계십시요.” doolly** 님의 이별 통보. “이제 이 지겨운 타이거즈를 떠나렵니다. 기가 막히네. 낯짝도 두껍네 진짜. 기분좋은 일요일에 이렇게 끔찍한 뉴스를 접하게 하다니. 머리속이 텅 빈 느낌. 도대체 말이 돼야 말이지. 3년 동안 588찍었으면 중도 하차는 당연한건데. 양준혁이나 이종범에게는 그렇게 스스로 물러날줄도 알아야 한다고 떠벌리고 다니더니 어찌 본인은. 길게 쓰기도 싫다. 애정도 없다. 그냥 내가 사라질란다.”
“2014년 최고의 유머러스한 멘트를 이재 막 봤네요.” spooky** 님의 자조섞인 글. “이건 뭐 팬들의 생각을 조금은 듣는 줄 알았는데, 니들은 떠들어 봐라 뭐 이건가요? 편한길을 찾느라 많은 사람을 등지는 최악의 수를 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야구를 끊을 수는 없겠지만. 먼저 찾아 보는 일은 당분간 없지 싶네요. 타이거즈를 좋아하는 아들에게 내년에는 야구 말고 다른 거 하자고 해봐야겠네요.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그나마 좋은 감정이 있었던 레전드도 꼴보기 싫어 지네요. 매우 감정이 격해지는 걸 꾹 참고 맥주나 한잔 하러 갈랍니다.”

▶반전 있는 호러 영화 같다

walker** 님은 반대로 “호러영화”라고 했다. “끝에 반전이 있네. 아이구 소름끼쳐라. 막장 프런트 내년에 9위 찍고 팬들 다 떠나면 정신차릴거지?”
이 와중에 k890** 님은 올 것이 왔다는 입장.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바로 발표하네요.” k890** 님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이렇다. “선감독이 공공연히 내년 시즌 전력 구상에 대한 말들을 쏟아낼 때, 구단측과 어느정도 얘기가 있었나보다 예상은 했었는데 시즌이 끝나기 무섭게 발표하네요. 아마도 첨에 영입할때부터 최소한 5년간은 맡긴다는 생각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몇번 그런 이야기들을 들은것 같기도 하구요. 그룹 고위층에서 직접 움직여서 영입한 인물이라 프론트 입장에서도 선 감독 교체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도 어려웠겠죠.”
“유임? 미쳤군 미쳤어”라는 반응을 보인 cyw** 님도 우리가 그동안 간과했던 부분을 지적했다. “팬들이 고려대 파워를 간과한듯 보입니다.” 정의선 사장과 선 감독이 고려대 동문이라는 얘기다. “이게 대한민국이죠. 웬만한 요직은 sky가 다차지하고 있는 더렵고 추잡한 현실. 여기는 개한민국이네요.”
rikky3** 님은 안치홍 선수의 군입대가 선 감독의 재계약을 예상한 선택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찌롱이(안치홍)가 철면피 선 감독 재계약 예상하고 군대간다고 했군. 정말이지 성질난다 성질나.”
구단에 대한 ‘분노’는 모기업인 현대·기아차로도 향해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팬들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softst** 님은 “법적대응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단 한 건도 축하가 없다…구단이 알아야 할 민심”

hsya** 님은 “단 한건도 축하가 없다”는 호사방의 ‘민심’을 기아 구단이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심은 천심인데. 타이거즈 프론트, 아니 구단주는 하늘이 무섭지 않습니까? 하기야 어차피 야구팬들을 위해서 하는 장사는 아니니까. 프라이드, 캐피탈, 스포티지, 소렌토 그리고 오피러스까지 평생 기아차만 써 온 내가 너무 바보 같구나.”
“떠나야 할 때를 알지 못한” 선 감독에 대한 성토도 잇따르고 있다. “선동렬 씨 오늘의 판단이 당신 발목잡을거요. 구질구질 이게 뭡니까? 차라리 깨끗하게 그만 두고 다음을 기약하시지.”
hakmyo** 님은 기아의 에이스인 양현종 선수에게 “이 팀에 남아있어 봐야 의미가없다. 돈적게 준다고 해도 무조건 (다른 팀으로)떠나라”라고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선 감독에게 다시 기회를 줘보자는 의견도 극소수있었다. sehoon** 님은 “흥분한다고 바뀌지 않는다”며 호사방 팬들에 “진정들 하자”고 목소리를 냈다. “3년 실패 거울 삼아서 최강의 팀으로 탈바꿈 할겁니다. 그래도 우리들의 우상인데 한 번더 믿어보는 아량이 필요할 줄 압니다.”
그럼에도 선 감독 재계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절대 다수인데다, 일부 퇴진 운동을 벌이자는 팬들도 있어, 이번 재계약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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