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경계도시2’를 보고 릴레이 기고] <1>

 `경계도시2’는 지난 2003년, 국내 입국이 금지된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이야기를 다룬 `경계도시’에 이어 송두율 교수 부부의 37년 만의 귀국으로 인해 한국 사회에 불어 닥친 후폭풍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영화는 조국에서 추방되어 타국에서 생을 마감한 독일 혁명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겨울 동화’ 시구를 인용하며 2003년 가을, 한국 사회에서 이념 논쟁의 중심에 선 송두율 교수를 오버랩시킨다.

 당초 철학자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의 초상을 담으려 했던 감독은 송 교수 부부가 귀국 후의 안게 된 고민과 상처, 그리고 그를 둘러싼 주변의 갈등과 혼란들이 가중됨에 따라 카메라의 초점을 송 교수 부부의 귀국과 이 사건으로부터 촉발된 이데올로기 광기에 사로잡힌 한국 사회의 모습으로 선회시킨다.



 2003년 가을, 한국사회 이념 논쟁

 길지 않은 입국 일정 동안 원치 않은 선택과 결정을 강요당해야만 했던 그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없었으며 남과 북을 모두 끌어안고 경계인으로 남고자 했던 그의 신념과 지향은 보수의 맹공과 진보 진영의 모순된 논리로 인해 서서히 설 자리를 잃는다. 당시의 언론 또한 연일 한국 사회 속 깊이 잠재된 해묵은 레드컴플렉스를 깨워내는데 앞장서며 그가 40년 가까이 지탱해왔고 앞으로도 그가 계속 서 있고자 했던 `경계’의 자리를 철저히 부정해버린다. 이미 판단 기준이 흐려진 사회와 여론은 단지 그들이 원하는 답변만을 노골적으로 강요하며 `국가보안법’이라는 각본으로 `전향’이라는 제목의 웃지 못할 블랙코미디를 완성시키는데 동조한다.

 이 과정에서 언론과 정보기관에 의해 힘 없이 유린당할 수밖에 없었던 송두율 교수의 인권은 그 누구도 고려하지도, 책임지지도 않는다. 남북 분단의 시간과 좌우 논쟁의 역사에 비례해 양분으로 고화된 이념적 사고는 송 교수가 주장하는 `경계’의 존재는 물론이거니와 헌법의 대원칙인 양심과 사상의 자유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양자택일의 논리와 본인의 신념과 의사가 배제된 선택의 강요와 객관성을 잃어버린 언론의 호도와 방관의 결과로 인해 한 개인의 인권과 이상은 그렇게 힘없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애초부터 포용할 수 없는 송두율의 존재와 이상을 과연 우리 사회가 판단하고 심판할 자격이 있었던 것일까.

 영화는 이처럼 이념의 경계(境界)를 경계(警戒)하는 한국 사회와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긍하고 동조해버리는 우리의 잠재된 의식을 향해 보이지 않는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송두율이라는 커다란 물음표는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으며 이는 변하지 않은 한국 사회가 한 동안 풀기 힘든,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로 남아 있다.



 우리의 잠재된 의식에 던지는 질문들

 감독 또한 영화에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아직 편향적인 이데올로기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 땅에서 송두율 교수의 존재를 통해 사상의 옳고 그름 그 자체에 대한 판단을 넘어, 편향된 이념적 사고에 사로잡힌 한국 사회의 자성(自省)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이 자성의 시간만큼 이데올로기 광풍이 언제 다시 휘몰아칠지 모르는 두려움을 안은 채 `경계(境界)’를 결코 인정하지 않는 이 `경계도시’에서 지금도 살아가고 있음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정대 <광주인권영화제 프로그램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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