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서점…’ 이번 전시중 가장 중요”

▲ 토미 스토겔, `광주들’, 2016, 혼합매체.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주제로 한 2016광주비엔날레가 2일 공식 개막했다.

 이번 비엔날레엔 국내외 37개국 101작가/팀(총 120명)이 참여, 비엔날레전시관 외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재미술관·무등현대미술관 등 총 8곳의 외부 전시장에서도 전시되고 있다. 이중 본무대인 비엔날레 전시관은 5개의 전시실로 이뤄져 있으며, 전시실마다 작품밀도 및 조도 차이를 두어 고유의 기후적 컨셉을 형성하고 있다. 비엔날레 전시관 내 설치된 작품은 총 100여 개에 이른다. 이번 비엔날레를 관람하기에 앞서, 각 전시실 내 감독과 본보의 추천 작품들을 미리 알아본다면 이번 전시의 결을 쉽게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1전시실:‘녹두서점-산자와 죽은자…’

 제 1 전시실에 들어사자마자 눈에 다 담기도 어려울 만큼 빼곡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41명의 작가의 47개 작품들이 높은 밀도로 전시돼, 관람객들에게 열대의 카오스 분위기를 연출한다.

 해당 전시실에는 ‘Noon 예술상’의 중진작가상을 수상한 도라 가르사아의 ‘녹두서점 - 산자와 죽은자, 우리 모두를 위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 작품에 대해 마리아 감독은 “이번 전시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에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운동가들이 모여서 격문과 투사회보 등을 작성했던 장소를 모티브로 했다. 뿐만 아니라 전시물 안에는 5·18민중항쟁 당시 대자보를 붙였던 시민이 안에서 대자보를 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감독은 “작가는 작품이 5월 항쟁의 기념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기념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당시 녹두서점에 있었던 책들과 북 소사이어티가 선정한 서적들을 배치해 관람객들이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토미 스토켈의 ‘광주 돌’은 작가가 광주를 둘러보며 돌 소재의 표지석과 전시석들을 발견하고, 조형물 몇가지를 3D 스캐너로 본따 디지털화 한 후 종이로 제작한 작품. 감독은 “이 작가의 특징은 문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인 색종이로 작업한 것으로, 이 작품 역시 광주에서 수작업으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각각 작품의 모양을 스마트폰 이모티콘으로 개발, 관람객들이 ‘광주 돌’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으면 이를 사용할 수 있다.

 

 ▲2전시실: 거대 암실-오픈 공간서 여러 작품을

 제 2전시실은 그 자체가 거대한 암실이다. 감독은 “이 전시관의 취지는 블랙 스크린에 갇혀 영상을 보지 않고 오픈된 공간에서 여러 작품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이 전시실은 가벽 없이 영상과 스틸, 플랫 스크린 등이 곳곳에서 빛을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영상에는 ‘초지향성 스피커’가 설치돼 작품 앞에 선 관람객들은 해당 영상의 음향만을 뚜렷하게 들을 수 있다. 관람객들이 편히 영상을 관람할 수 있도록 각각 작품마다 푹신한 소파나 좌석 등이 배치된 것도 눈에 띈다.

 이곳에서는 ‘Noon 예술상’의 신진작가상을 받은 전소정의 ‘예술하는 습관’을 관람할 수 있다. 일곱 개의 모니터로 이뤄진 작품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도 반복하는 행위들을 보여준다. 성냥개비로 무너지는 탑을 쌓거나, 달이 비치는 대야에 그 형상을 잡기 위해 손을 반복해서 담그는 장면 등은 예술의 허망함과 불가능성을 딛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3전시실: 다도해-작품들이 하나의 섬처럼

 제 3 전시실은 일종의 다도해다. 작품들은 하나의 섬처럼 하나의 가벽이 돼 독립적인 영역을 만들어낸다. 특히 제 3전시실에 위치한 미하엘 보이틀러의 ‘대인 소시지 가게’안에 에이메이 시토레이마의 ‘제스쳐 시리즈-전복된 신체’와 리 징후의 ‘하얀 구름’ 등 여러 작품들이 뒤섞여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미하엔 보이틀러의 ‘대인 소시지 가게’는 광주 대인시장에서 과일을 담는 망과 종이를 말아 ‘종이 소시지’ 장벽을 이룬다. 감독은 이 작품이 “오늘날의 노동에 대한 주체적인 고찰을 고민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평하며 “종이 소시지를 만들며 투여된 노동력을 통해 과연 노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장벽 안에는 에이메이 시토레이마의 ‘제스쳐 시리즈-전복된 신체’가 설치돼 있다. 작품은 나무 테이블 위에 일련의 흑백사진이 시체 모양의 층을 이뤄 올려져있다. 이 이미지는 아르헨티나의 혁명 운동 당시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의 신체 일부분이다. 시위 현장에서 보이는 현장 사진들을 시체를 덮은 천과 같은 모습으로 구현해 놓음으로서 시위와 정치적 항거의 역사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이 위에는 리 징후의 ‘하얀 구름’이 다른 작품을 비추는 조명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형광등을 통해 구름을 표현해낸 이 작품은 작가가 “중국 남동부에 위치한 공장 내에서 낮은 임금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형광등 불빛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4전시실:추상적-광주 의미있는 장소들

 제 4 전시실은 대체로 추상적인 작품들로 채워져 있으며, 작품들 간의 넓은 간격 사이에서 관객이 여유를 느끼고 관람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곳에서는 더그 애쉬포드의 ‘민주주의의 움직임이 있었던 한국의 장소들에 그림을 들고 가서 찍은 사진들, 그리고 무엇이 이루어졌는지 보여주는 네 개의 예시들’을 관람할 수 있다. 감독은 “작가가 올 5월 광주와 서울을 방문하며 정치적 의미가 있는 곳을 방문해 자신의 추상화를 들고 사진을 찍는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사진 속에서 여러 시위현장은 물론, 녹두서점 옛터, ACC,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등의 풍경을 발견하며 5·18민중항쟁의 역사성을 다시 읽어낼 수 있다.

 전시실 곳곳에서 모니르 샤루디 팔만팔마이안의 반짝이는 거울 모자이크 작품들도 눈에 띈다. 감독은 “50년 이상 활동해온 작가가 다양한 형태로 잘려 모서리가 있는 패턴으로 맞춰진 거울 조각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작품들은 페르시아의 전통 장식 미술의 영향을 받았으며, 장인들이 깨진 거울을 잘라 도자기 타일로 모자이크를 만들던 방식으로 기하학적인 형상의 모자이크 거울을 만들어냈다. ‘십각형’과 ‘육각형’, ‘사각형’의 이름을 지닌 여러 작품들은 정교한 아름다움으로 관람객을 매혹시킨다.

 

 ▲5전시실: 성과 페미니즘 작품들

 제 5 전시실에는 성과 페미니즘의 논의에 기반한 여성 퀴어 문화를 주요 주제로 다뤄온 폴린 부드리와 레나테 로렌스의 3개의 영상과 LED작품이 설치돼 있다. 이 작품들은 관람객이 영상 한 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며 영상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