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최초 영화비평지 ‘씬1980’ 창간호 나와
광주영상인연대 발행…지역 영화·영화인·비평
▲‘유쾌한 비평·건강한 담론’ 지향
그렇다. 모든 것이 서울 중심인 대한민국에서, 존재하나 가려졌던 광주의 영화씬. 광주의 영화씬을 중심에 놓겠다는 잡지 하나가 창간됐다. 무려 영화비평지다. 광주에선 최초의 영화비평지가 나온 셈.
광주영상인연대가 발행하는 영화비평지 ‘씬1980’이 지난 9월 창간준비호에 이어 최근 ‘창간호’를 펴냈다. (사)광주영상인연대는 광주지역 영화계 종사자들의 연대와 실천을 통해 시민 모두가 영화·영상문화 활동에 참여하고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문화 다양성과 문화민주주의의 실현에 기여하고자 2017년 4월6일 창립됐다.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영화비평지 ‘씬1980(Scene1980)’은 유쾌한 비평과 건강한 담론으로 광주영화씬 뿐 아니라 한국영화의 활성화를 모색하고 실천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광주영화씬을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의 낮은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합니다. 광주영화씬이 더 이상 지역에서 외면당하지 않으며, 서울말을 흉내내지 않고 광주영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씬을 만들려 합니다. 제 언어로, 제 목소리로, 제 영화를 이야기하기. 그래서 유쾌한 비평과 건강한 담론이 중심이 되는 영화잡지로 광주 영화씬의 활성화를 작당해보고 싶습니다. 더 이상 서울 가면을 쓰지 않고 광주의 피부 그대로 영화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게, 광주영화씬의 맨살을 있는 그대로 독자들께 보이고 싶습니다.”
‘씬1980’ 한재섭 편집장이 창간준비호에서 밝힌 포부다.
창간호는 이러한 포부처럼 광주의 영화인들을 조명하고 광주의 언어로 비평을 시도한다. 창간호를 장식한 광주의 감독은 김경자, 유명상 감독.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살고 있는 김경자 감독의 다큐멘터리들을 정주미 영화연구자가 들여다봤고 역시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상 감독의 단편작품 4편을 우성민 영화연구자가 들여다봤다.
광주의 영화인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글들도 눈에 띈다. 오태승 촬영감독과 박서영 음악감독으로부터 광주에서 영화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종이잡지·인터넷 웹진 동시에
영화비평지임을 표방한 잡지 답게 지역 비평문화 활성화를 주도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광주에서 영화비평공모를 진행, 다섯 편의 글을 선정해 실었다.
정책에 대한 제언도 눈에 띈다. 광주독립영화관이 위치한 광주영상복합문화관을 시민중심의 영화센터로 만들자는 제언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홍콩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기획한 기사들은 ‘연대’의 뜻이다. 창간호 뒷표지 사진은 1980년 광주와 2019년 홍콩은 다르지 않다며 홍콩시민들이 보낸 신호에 대한 ‘씬1980’의 응답이다.
‘씬1980’의 편집위원 4명이 각자의 성장기에 열광한 홍콩영화를 선택하고 그 비디오테이프를 들고 1980 광주민중항쟁의 현장인 옛 도청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비디오테이프로 얼굴을 가린 사진은 홍콩시민들의 복면금지법 반대에 연대한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씬1980’은 종이잡지와 웹으로 만나볼 수 있다. 종이잡지는 광주독립영화관에서 구할 수 있으며 무료다. 블로그(https://blog.naver.com/filmsolidarity80)에서 PDF 파일 전문을 다운 받을 수 있다. 블로그에는 광주 영화감독·배우·촬영감독·작가·영화음악가 등 광주영화인들, 광주의 영화관련 공간·영화제·영화사 연구·정책과 제도 비평 등 광주영화문화, 광주에서 제작·상영·유통되는 메이드 인 광주 독립영화 등에 대한 글들을 만나볼 수 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황해윤
nab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