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광주 남구 사동 쌍효문 앞에서 남구청 관계자들과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마을기업 꿈꾸는 거북이의 구용기 씨가 쌍효문이 방치돼 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관리사각 놓여 ‘쓰레기 장’ 전락·붕괴 위험까지
-남구, 현장답사 후 방안 찾기 나서
-주민들, “하루 빨리 '복원'되기를…” 소망

조선시대 세워진 ‘남평문씨 쌍효문’이 붕괴 직전의 상태로 방치돼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가운데, 남구가 직접 방안 찾기에 나서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광주 남구 사직공원 인근 골목에 위치한 ‘남평문씨 쌍효문’(관련기사 ‘폐허 쌍효문…눈물겨운 효심의 말로’)은 1800년 대 지어진 것으로 효자 문장갑과 문장섭 형제의 효성을 기리기 위해 조선이 명정해준 기념문이다. 200여 년의 역사와 효의 가치를 상징하는 쌍효문은 소유주가 바뀌는 등 관리사각에 놓이면서 최근 10년 사이 처참한 상태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특히 장기간 개보수가 되지 않은 쌍효문의 기와부분에 균열이 생기면서 붕괴위험까지 점쳐지는 상황. 쌍효문 뒤편의 주택에 거주하는 장도례 씨가 쌍효문에 좌물쇠를 걸어 잠그고 임시방편으로 천을 덮어놓았지만 별 소용이 없다.

이에 남구는 26일 쌍효문을 현장답사한 후 주민들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남구청 문화정책과 관계자 4명을 비롯해 마을기업 꿈꾸는 거북이의 구용기 씨, 전 북구의원이자 남평문씨 문중 문혜옥 씨와 마을주민 5명이 함께했다.

이날 쌍효문을 둘러본 남구청 관계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현재 쌍효문이 쳐해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문화재로 지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특히 현재 쌍효문을 포함한 오른 쪽 문간채까지의 소유자가 불문명한 상황에서 문화재 지정에 필요한 행정적 절차를 진행하기가 힘들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남구는 이내 “자치구에서 관할구역 내 문화재를 발굴하고 보존, 관리할 책무가 있음”을 인정하며 “관련자들과 머리를 맞대 해결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현장에서 논의를 거쳐 남구가 제시한 해결방안 중 급선무는 ‘예산’ 확보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쌍효문의 소유주의 소재를 파악한 뒤 매입 가능성을 확인, 문화재 근거를 토대로 시 지정 문화재 등록과정을 진행하는 기획서 등을 마련해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이 논의됐다.

남구가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이고 관계자들과 논의, 광주시에 건의 등을 거치기로 약속한 데 대해 주민들은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다. 당장 해결방안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쌍효문을 지킬 수 있는 예산집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얻었기 때문.

다만, 비바람이나 태풍에 취약할 것으로 보이는 쌍효문에 안전조치에 대해서는 발 빠르게 대응해 달라고 부탁했다.

쌍효문 뿐만 아니라 사직동 마을 곳곳의 유적을 조사하고 있는 마을기업 꿈꾸는 거북이의 구용기 씨는 “쌍효문의 실소유주가 서울에 살고 있어 개인적으로 연락이 쉽지 않은 상태지만,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또 문혜옥 전 의원은 “남구가 쌍효문을 매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지역의 가치있는 유산를 소중히 지켜나가겠다는 관의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평문씨 쌍효문’은 광주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효자문으로 효자 문장갑과 문장섭 형제는 부친의 병환에 지성으로 2년을 간호하며, 임종에 당해서는 손가락을 잘라 수혈까지 하는 등 정성을 다해 국가에서 효자를 명정해 준 것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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