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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걷기왕’, 성희롱 예방 교육 최초 실시한 사연
12일 페미니즘 영화인문학 산책
영화 ‘걷기왕’ 백승화·남순아 감독 GV
“여성 스탭인 나를 지키기 위해
2016년 ‘성희롱 예방 교육’ 제안”
양유진 seoyj@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7-08-12 18:09:43
▲ 왼쪽부터 남순아, 백승화 감독.

“영화판은 경력 적고 나이 어린 여성 스탭이 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구조입니다. 저 역시 크고 작은 성희롱이나 권력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들을 마주쳤고, 영화 ‘걷기왕’ 제작 과정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었죠. 그래서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을 통해서 ‘모든 촬영장은 크랭크인(촬영 개시) 전에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을 알게 됐죠. 그래서 작사와 프로듀서님의 동의를 받아서 한국여성민우회 강사님을 섭외해 스텝의 3분의2가 참여하는 교육이 진행됐습니다.”

2016년 개봉한 영화 ‘걷기왕’의 시나리오 보조작가이자 현장 스크립터로 참여했던 남순아 감독의 말이다.

11일 광주여성영화제가 진행한 페미니즘 영화인문학산책은 영화 ‘걷기왕’을 상영하고 백승화·남순아 감독을 초청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영화 ‘걷기왕’은 2016년 개봉한 작품으로, 선천적 멀미증후군이 있어 오직 두 다리로만 왕복 4시간 거리의 학교까지 걸어 다니는 고등학생 만복(심은경)이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운동 ‘경보’를 시작하며 자라나는 청춘 성장물이다.

이 작품은 개봉 당시 “작품 내에서 여성 캐릭터를 다양하고 다층적으로 다뤘다”는 평을 받은 여성영화로, 특히 영화 제작에 들어가기 앞서 2016년 3월 ‘성희롱 예방 교육’을 최초로 실시했던 사례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기본 근로 계약 조건 법적 의무에 따라 영화 제작 현장에서도 성희롱 예방 교육이 실시돼야 하나, 영화 ‘걷기왕’ 이전에는 현장에서 이를 실시하거나, 미실시시 벌금 부과된 사례도 없었다.

영화 ‘걷기왕’을 제작한 백승화 감독은 “지금껏 수많은 영화가 제작됐지만 그런 교육이 실시됐다는 바를 들어봤던 적도 없고, 영화 제작에 참여하며 그런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그래서 남 감독의 설명에도 ‘이걸 정말 해야 하나’ 의심이 들 정도였고, 교육의 필요성을 스탭들에게 재차 설명하는 과정 역시 걱정이 컸다”고 설명했다.

남 감독은 “사실 2시간 교육을 한 이후로도 제작 현장에서 눈에 띄게 큰 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교육에 참여했던 여성 스탭들이 대부분 ‘왜 이렇게 기가 세냐’는 식의 성역할 고정 발언을 들어왔었고, 이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었다”고 말한다.

“단순히 교육에서 멈추지 않고, 스탭들이 ‘왜 우리가 이런 행동을 하면 안되나’ 하는 고민을 계속해야 변화한다”는 것.

또한 “당시 영화 콘티북에 성폭력 피해자 매뉴얼·가해자 매뉴얼·동료 매뉴얼 등과 성희롱 예방 생활 수칙 등을 삽입했다”고 덧붙였다.

“성희롱 예방교육이 실시되면 일부 남성분들은 ‘왜 나를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냐’며 화를 내시기도 해요. 하지만 사실 굳이 가해자에 감정이입을 하지 않고 ‘내가 이 조직의 구성원으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어떻게 대처를 해야하나’를 고민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SNS를 통해 영화 ‘걷기왕’의 제작 과정이 알려지며, 이후 영화·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해당 교육을 실시하거나 매뉴얼을 삽입하는 사례가 생겨났다.

MBC의 한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도 성희롱 예방 교육 관련 내용을 시나리오북에 삽입해 모든 배우와 스탭이 읽어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또한 한 관객의 “왜 한국 영화계에는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를 찾기 힘들까?”하는 질문에 대해 백 감독은 “대부분의 영화 제작사와 감독이 익숙한 남성 서사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걷기왕을 제작할 때도 주변에서 ‘차라리 남성 서사로 한다면, 훨씬 투자와 캐스팅도 수월했을 텐데 왜 여성 주인공으로 했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는 것.

백 감독은 “영화뿐만 아니라 대중 문화 예술이 대부분 남성 서사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여성 서사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느끼고 회피한다”며 “이런 악습을 깨기 위해 도전하는 제작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남 감독은 “영화 ‘걷기왕’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주인공 만복과 같은 여자 선배 수지가 강화도를 떠나 서울로 올라갈 때”라고 운을 뗐다.

“평생 머물던 안전한 장소에서 탈피해, 같은 여성과 연대하며 낯선 공간으로 발을 떼는 모험을 경험하게 되는 장면”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왜 여성 영웅은 없을까?’하는 생각을 해요. 많은 동화들도 갇혀있는 공주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 남성 영웅이 모험을 떠나잖아요.”

백 감독과 남 감독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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