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 ‘그림책’ 읽어주는 교사
3년째 ‘달빛도서관’ 운영…
“학부모 강좌·책놀이, 활성화”

▲ 3년 째 운영 중인 산월초 달빛도서관.<광주시교육청 제공>
 교과서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아낼 수 있지만, 가슴으로 느끼고 행동하게 만드는 건 독서다. 책을 읽고 무언가 마음속에 콕 들어와 박히면, 그것으로 족하다. 따로 시험을 보지 않아도 책이 주는 배움의 깊이와 넓이가 무한대로 펼쳐질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산월초등학교에선 아침저녁으로 책 읽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산월초는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하루를 시작하고, 야간 도서관인 ‘달빛도서관’이 한 달에 두 번 문을 열 땐, 밤의 끝자락이 아쉽게 저문다.

 혁신학교 3년차인 산월초는 교실 안팎에서 ‘독서교육’이라는 노를 저으며 항해 중이다. 낮은 기초학력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학생 개개인의 역량 강화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시간이 조금은 더디 걸리더라도 믿고 기다리겠다는 게 독서교육의 전제다.

 독서습관을 정착시키는 건 학교의 몫이다. 연간 독서지도 계획을 수립해 독서의 생활화 교육을 활성화 시키는 것을 뼈대로 교사와 학부모가 독서활동에 동행해 참여를 극대화 시킨다. 학급별로 도서를 선정·구입하고 학년별로 효과적인 독서활동을 적용하고 있다.

 

일년 네 권 책 독서 ‘온작품 읽기’

 산월초 고학년의 경우 ‘온작품 읽기’를 통해 일 년에 네 권의 책을 소화해보도록 한다. 교과서는 원작품에서 발췌한 지문 몇 문단을 실을 뿐이어서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 보다 입체적인 글 읽기를 위해 별도로 책을 선정해 통째로 읽고 이해하는 훈련을 한다.

 저학년은 한 작품을 깊이 있게 읽기보다는 다양한 책들을 자신만의 속도로 읽는 방식이 권장돼 온작품 읽기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대신 학급문고의 책을 더 확충해 여러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정독보다는 다독이 강조되는 방식이다.

 산월초가 자랑하는 독서교육은 생활 속에서 자리 잡는 독서습관이다. 학교에 등교하면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학생들을 맞이하고는 교실 뒤편에 자리 잡는다. 그림책을 읽어주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선생님 곁에 둘러앉고 최대한 편한 자세로 귀를 기울인다.

 고학년도 예외가 아니다. 그림책을 통해 학생들은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쉽게 책에 몰입할 수 있다. 260명의 학생들이 모두 매일 아침 이렇게 사제동행 독서시간을 갖는다. 책이 어렵고 딱딱하다는 편견을 깨고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저녁에는 달빛도서관이 문을 연다. 매년 5월에서 10월까지 달마다 2회 운영되는 달빛도서관은 달빛이 번져가는 오후 4시30분부터 오후9시까지다. 혁신학교 지정년도인 2015년부터 혁신학교 도서실 사회 연계 운영비에 학교운영비까지 보태 3년째 운영 중이다.

 달빛도서관의 주요 이용 층은 학부모들. 학교와 가정 모두에서 독서교육 분위기를 만들고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로 학교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은 셈이다. 더불어 학교가 지역사회의 문화센터의 역할을 수행하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학교가 편하고, 책이 재밌다’는 인식

 교직원들이 교대로 한 명씩 도서관에 남아 학부모와 함께 동행 한 아이들을 돌보고 원활한 프로그램 진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 그 사이 학부모들은 매월 첫째 주 금요일에 진행되는 책놀이 프로그램(학부모 동아리 ‘글벗’에서 주관)에 참여하고 2회째 금요일엔 저자와의 대화 시간을 갖게 된다.

 지난 5월에는 책놀이 강사 이명주 씨를 초청해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엄마아빠랑 그림책속으로 풍덩’이나 ‘그림책 보Go, 읽Go, 놀Go!’등의 아이와 함께하는 독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아이들은 주로 도서관을 놀이터 삼고 책을 놀잇감 삼아 뒹굴며 논다고.

 산월초 강현우 연구혁신부장은 “직장에 다니시는 학부모님들도 참여하실 수 있게 저녁 시간대에 달빛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바쁘셔서 도서관에 몇 분밖에 안 계실 때도 있다”면서도 “엄마 손 잡고 세 살짜리 아이도 오고 다양한 연령층의 학부모님께서 참여하고 계셔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선 저녁 시간 때 도서관까지 개방하는데도 아이들이 달빛도서관에서 독서활동은 하지 않고 노는 것에 대해 독서활동이 퇴색되지 않냐는 의견도 있었다”며 “학생들에게 책을 읽혀야 한다는 강박이 아닌 학교가 편하고 책이 재밌는 것이 될 수 있도록, 학창시절의 추억을 만들어준다는 마음으로 운영하자는데 마음이 모아졌다”고 덧붙였다.

 산월초 최경아 교감도 “우리 학교 학생들의 기초 학력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교사들의 최대 고민이었다”면서 “수업을 혁신하고 더 나은 학습방법을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이 글의 내용을 이해하고 폭넓은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독서교육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월초는 학기 초 학년별 교사들을 중심으로 도서선정 위원을 조직해 운영하고 학부모 독서회와 연계 방안을 마련한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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