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댕 구름 씨오투’로부터 ‘눈의 여왕’ 지켜라
초등학교에서 환경극을 만나다

▲ 연극 ‘토토 투투 할머니의 이야기 극장’ 중.<극단 토박이 제공>
 9월21일 오전 11시, 송정서초등학교에서 극단 ‘토박이’의 환경극 공연이 있었다. 연극 제목은 ‘토토 투투 할머니의 이야기 극장’. 환경극도 처음이고 공연 장소가 초등학교인 것도 처음이라 낯설면서 설레었다. ‘토토 투투 할머니의 이야기 극장’은 기후변화에 대한 환경극이다. 기후에 대한 환경극이라니, 재미가 없을까 봐 문득 걱정이 되었다. 태어나서 송정서초등학교는 처음인 나를 어떤 상냥한 여자아이가 강당으로 안내해 주었다.

 강당 바닥에 무대가 설치돼 있었다. 가운데는 천이고 왼쪽 오른쪽에는 탈들이 걸려 있고, 몇 개의 나무상자가 바닥에 놓여 있다. 어디서 관람을 해야 무대가 전체적으로 조망되고 장면 장면을 잘 볼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의자를 가지고 여기저기 옮겨가고 있는데 선생님의 인솔 하에 아이들이 질서정연하게 입장했다. 아마도 고학년들인 것 같다. 저학년들은 9시 첫 프로에 이미 관람을 마친 모양이다. 아이들도 나와 같은 심정일까? 환경극이라니 과연 재미가 있을까?
 
▲단순한 줄거리 아이들 집중 효과
 
 환경극답게 처음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영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연극에 나오는 노래와 율동을 배우는 시간이 있다. 아이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시큰둥하고 참여는 저조하다. 오히려 내가 더 큰 소리로 따라한다. 몇몇 애들이 낯선 이방인인 나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얘들아, 앞에서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힘차게 따라해 주면 안 되겠니? 극단원도 아니면서 내가 안타까운 심정이 된다.

 연극에 나오는 배우는 총 3명이었다. 토토 할머니역의 여자 배우, 쌍둥이 동생 투투 할머니 역의 여자 배우, 그리고 저승사자역의 남자 배우. 이 세 명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여러 캐릭터들을 맡아서 한다. 가끔은 탈을 쓰고, 가끔은 옷을 바꿔 입고. 공연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그리고 율동을 배울 때 시큰둥했던 모습은 어디 가고 아이들도 점점 연극에 몰입한다. 뭔가 잊고 살았던 순수한 환희 같은 것이 차오른다. 살아있는 배우들과 살아있는 관객들, 살아있는 대사들과 살아있는 몸짓. 잘 만들어진 아동극, 혹은 재미있는 환경극은 이런 것인가.

 무대와 가까운 거리에서 연극을 보는 아이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그들을 바라보는 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아이들은 종이로 만들어진 눈송이들을 만져보고 싶어 한다. 검댕 구름 씨오투(물론 악역이다)와 꼬마눈사람이 싸울 때는 여지없이 정의의 편이다. 거대한 눈의 여왕 인형이 올라가고 용할아버지가 나올 때는 나도 아이들도 놀란다. 단순한 주제와 단순한 이야기 구조가 아이들을 집중하게 하고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즐겁다. 뭔가 되게 뿌듯하다.

 사실 나는 이 환경극 ‘토토 투투 할머니의 이야기 극장’을 보기 일주일 전에 뮤지컬 ‘마틸다’를 보러 서울에 다녀왔다. 그 유명한 이야기꾼 로알드 달의 원작 동화를 가지고 만든 뮤지컬이다. 동화책도, 1996년에 나온 동명의 영화도 재미있고 감명 깊게 봤던 터라 뮤지컬에 대한 기대가 컸다. 더구나 비영어권 나라에서 처음이고 아시아에서 최초공연이었다. 물론 뮤지컬은 훌륭했다. 이 지면은 ‘마틸다’에 관해 할애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훌륭했다는 정도로 평을 마친다.

지난 21일 연극 ‘토토 투투 할머니의 이야기 극장’을 관람한 송정서초등학교 학생들.<극단 토박이 제공>|||||
 
▲ 열악한 조건 속 관객과 소통 ‘훌륭’
 
 극단 ‘토박이’의 환경극 ‘토토 투투 할머니의 이야기 극장’을 광주에 있는 한 초등학교 강당에서 보다가 난 그 화려한 뮤지컬 ‘마틸다’를 떠올렸다. 한 눈에도 엄청난 무대세트와, 노래와 춤으로 단련된 배우들, 조명, 의상과 소품들, 그리고 뮤지컬을 보여줄 만큼 애정 있고 자상한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 관객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본 뮤지컬 ‘마틸다’보다 송정서초등학교에서 본 극단 ‘토박이’의 환경극 ‘토토 투투 할머니의 이야기 극장’이 난 더 좋았다. 그리고 만약 이 극단의 이 대본을 좀 더 수정하고 ‘마틸다’에 들어간 자본의 몇 분의 일이라도 투자한다면 어떤 극이 나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이 환경극을 보고 지구의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해서 얼마나 각성했는지는 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은 충분히 즐겼다고 난 본다. 그리고 그들의 무의식에 검댕 구름 씨오투는 나쁘고 우리는 눈의 여왕을 지켜야 한다는 것쯤은 각인되지 않았을까? 그걸로 된 것 아닐까? 아이들과 교감하며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공연을 펼친 극단 ‘토박이’에게 진정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내게 진정한 연극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 계기를 준 것에 대해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진정한 연극이란 무엇일까? 앞으로 계속 다양한 연극 공연들을 보면서 풀 숙제이리라.
임유진<연극을 좋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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