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가을 바람같은 책

 자기탐구생활
 모든지 완벽해지려고 애썼다
 그리 완벽하게 하지도 못 할 거면서
 나는 그것이 나를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나는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그리 나를 채찍질했다
 그건 그렇게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를 괴롭히면서까지
 남에게 좋은 소리를 들을 필요는 없었는데 (23쪽)
 
 실수.를 환영하지만
 그 대가에 대한
 책임.은 무거웠다 (51쪽)
 
 내가 스스로 결정하여
 삶을 움직인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울 수 가! (73쪽)
 
 HOMELESS
 여기 이곳, 몇 명의 homeless가 있다
 며칠 머무르다보니 그들의 얼굴이 익숙해졌다
 그런데 나는 그들을 흘끔흘끔 쳐다봤다
 나는 제대로 그들의 눈을 바라보지 못했다
 그들은 나에게 인사를 하거나
 돈을 주라는 약간의 신호만 보일 뿐
 그들은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그들은 물건을 훔치지 않았다
 그 어떤 해도 가하지 않았다
 그들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괴롭게 했다 (87쪽)
 
 필요이상
 최소한으로 소유하자
 필요한 만큼만 먹자
 꼭 가져야 할 것들만 구입하자
 충분한데도 계속 가지려하는 이유는 뭐지
 지금 이렇게 내 가방이 꽉 차 있는데도 말이야 (102쪽)
 
 경계
 나는 여기 스위스를 지나 이탈리아에 와 있어
 이곳 유럽에서는 국경을 넘나드는 게 너무도 쉽지
 단지 다음역이 다른 나라라니!
 나는 정말 이게 놀라워! 진심으로
 우리에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잖아
 우리는 또한 넘나들어야 할 여러 경계들이 있는 것 같아
 물론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말이지 (150쪽)
 
 산은 내게 말하지
 그대 조금 천천히 가라고
 아무리 서둘러도 그대가 원하는 곳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거라고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어
 그래서 항상 조급하고 분주했어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나는 드디어 타인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어
 고통과 불안함을 조금은 견딜 수 있게 됐어
 비로소 나는 산이 내게 했던 말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지
 그래서 오늘도 너의 주변에서 맴돌아 (152쪽)
 
 소개하고픈 독립출판물 ‘자기탐구생활’ (최김미나 : 2018년)은 최김미나 작가의 첫 번째 책으로, 20대를 마감하며 떠났던 여행을 통해 자신을 더 깊이 알아간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분명 여행을 다녀온 후 출판된 책이지만, 방문했던 나라나 여정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도 볼 수 없다. 오히려 여행을 다니며 기록한 자기탐구의 여정을 사진과 함께 진솔하게 말하고 있어 일상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도 공감을 일으킨다.

작가 개인의 경험을 써 내려간 개성있는 독립출판물을 접하는 기회와 함께 살면서 당연하게 여겼던 나의 태도나 생각을 돌아보고 새로운 통찰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신선한 가을바람 같은 책이구나 싶다.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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