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공원 ‘나무아미타불’탑
“원래 황국식민서사탑, 일본 충헌탑 양식”
“해방 전후로 충혼비 본 딴 사례 많아
항일인사·독립운동 기념비도”

▲ 광주 광산구 송정공원 나무아미타불탑. 이 탑은 송정신사와 함께 일제 군국주의 찬양을 목적으로 설치된 것으로 원래 이름은 황국식민서사 탑으로 확인됐다.
광주 광산구 송정공원에서 일제 군국주의를 찬양하기 위한 일본식 충헌탑의 잔재가 확인된 가운데, 광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러한 일본식 충헌탑을 모방해 설치한 비석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에는 항일운동이나 독립운동, 항일애국지사 기념비 등도 있어 실태조사 및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광주시청 1층에서 열린 ‘광주 친일 잔재 조사 용역’ 최종 보고회에서 용역을 맡았던 광주교육대학교 산학협력단 김덕진 교수는 “일제강점기 군국주의를 찬양할 목적으로 전쟁 참전자를 추앙하는 비석이 전국 각지에 설치됐다”며 “해방 후에도 이러한 양식을 본 따 설치된 비석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번 용역에서 대표적으로 확인된 사례는 광주 송정공원 내 ‘나무아미타불’ 탑이다.

이번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송정공원 금선사 옛터 자리에 1941년 송정신사가 세워졌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 현 송정도서관 주차장에는 ‘나무아미타불’이라고 세겨진 탑이 있는데, 연구팀은 “탑의 건축양식이 광주신사 부근 일제가 만든 충혼탑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고 밝혔다.

일본식 충헌탑의 가장 큰 특징은 윗부분의 사각뿔 모양이다. 김 교수는 “우리 전통 비석은 사각형 위해 모자를 씌우거나 동그랗게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끝이 날카로운 묘지석은 일반적으로 ‘신도형’으로 불리고, 여러 의미가 있지만 대부분 ‘전쟁으로 사망한 병사의 묘지’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무아미타불’ 탑이 원래는 일제 전쟁 참전자를 추앙하기 위해 설치된 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 교수 등 연구팀은 일제강점기 당시 송정동초등학교를 다닌 조모 씨의 증언을 통해 이 탑의 원래 이름이 ‘황국식민서사’였음을 확인했다.

현재 탑에 새겨진 ‘나무아미타불’이란 여섯 글자가 원래 탑에 새겨져 있던 ‘황국식민서사’ 글자를 떼어나고 나중에 새겨진 것이란 것.

송정공원 나무아미타불탑 뒷편. 탑 표면을 문질러 뭔가를 지운 흔적이 보인다.

특히 탑 뒷 부분에는 뭔가로 탑 표면을 강하게 문지른 흔적이 남아있다. 어떤 글자를 없앤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일제와 관련한 내용을 고의적으로 지운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 군국주의 찬양이라는 탑의 설치 목적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탑의 보존보다는 철거가 타당하다”고 밝혔다.

특히, “송정공원 이외에도 이같은 일본식 비석이 많이 있다”며 “대부분 해방 이후 아무런 생각 없이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충혼비를 본 따 설치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해방 이후에도 일본식 충헌탑을 모방한 사례로 광주지역에는 광주 광산경찰서 내에 있는 ‘충의비’가 있다. 광산구 출신 전몰경찰관 75위를 추모하기 위해 1976년에 건립된 것으로 김 교수가 설명한 것과 같이 비석 윗부분이 사각뿔 모양이다.

특히, ‘충의비’는 국가보훈처가 지정한 현충시설이다.

광주 지산동 오층석탑 주변 안내비, 무양서원 여생비, 경열사 복원기실비, 광주자연과학고 내 충혼위안비, 광주양림교회 내 박석현 목사 순교비 등도 일본식 충헌탑을 모방한 사례다.

타 지역에도 이러한 사례는 많다.

전남 해남의 ‘기미독립선언기념비’, 전남 무안의 ‘항일독립유공인사 숭모비’, 전남 화순 ‘호국경찰관충혼불망비’, ‘전남 화순 북면 송단리의 ‘위령비’를 비롯해 담양 수북파출소 뒷편 충혼비, 장성군 진원면사무소 안 충혼비, 곡성군 삼기면사무소 안 충혼비 등도 일본식 충헌탑과 비슷한 모양이다.

광주 광산경찰서 내에 있는 충의비. 국가보훈처가 현충시설로 지정한 이 비석의 모양은 일본식 충헌탑과 비슷하다.

김 교수는 “항일운동이나 독립운동, 항일애국지사 기념비 등에 일본식 충혼탑을 세우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자문을 구한 뒤 일본 식민잔재로 확정된다면 비슷한 양식의 비석에 대한 대대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광주에서부터 일본식 충헌탑을 모방한 사례를 조사, 발굴하고 개선해 전국으로 확산시키자”고 주장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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