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하남산단 내 ‘노동자 쉼터 조성’ 민원
휴게공간 언감생심…여성·장애인 더 심해

▲ 쉴 공간이 없어 그늘 밑에서 쪽잠을 청하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무료이미지>
 “쉴 곳이 없어서 기계 밑에서 박스 깔고 자요. 근데 그것도 식당에 빨리 달려가 점심을 먹은 날이나 그럴 수 있죠. 아니면 가로수 그늘 밑에서 잠깐 쉬는 게 전부에요.”

 고된 노동 중에 단비 같은 휴식시간이 찾아와도 쉴 곳이 없어 난감한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잠깐 짬이라도 나면, 열이 식지 않은 기계 아래서 쪽잠을 청하거나 공장 밖 공터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태우는 정도. 특히 여성과 장애인 노동자들은 이마저도 쉽지 않아 휴식시간을 공으로 날려버리기 일쑤다.

 이에 광주근로자건강센터 문길주 사무국장은 최근 광주시에 ‘산단 노동자 쉼터 조성’을 요청하고 노동자들의 쉴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 사무국장은 18일 광주시에 접수한 민원을 통해 “광주 하남산단 등 주요공단에 노동자 쉼터가 없어 회사 공장에서 쉬고, 담배를 피우면서 쪼그려 앉아 쉬고 있다”며 “휴게공간이 부족하고 공장 안에선 편하게 쉴 수 없는 구조”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산단 70% 이상 50인 미만 소기업

 3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엔 최소한의 실내 휴게시설이라도 갖춘 곳이 있지만, 대부분 영세 제조업체인 산단 내 공장들은 시설이 열악하다는 게 문제다.

 광주 하남산단 내 50인 미만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A씨는 “휴게시설은 커녕 식당도 없어 여러 업체가 공동으로 별도의 식당과 매점을 지정해 이용하고 있다”며 “쉴 데가 없어 길바닥에 앉아 있는 게 전부”라고 털어놨다.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광주지역 3개의 대형 산단(하남, 첨단, 평동), 4개 소규모 산단(진곡, 본천, 송암, 소촌) 2562개 사업장에서 6만1290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50인 미만의 소기업은 2365개고 노동자는 2만6483명이다. 소기업 노동자의 78.1%가 7개 산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나마 대기업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경우는 휴게 환경이 조금 나은 편이다.

 자동차부품사 비정규직 광주지회 정준현 지회장은 500인 규모의 현대 계열사 업체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넉넉하진 않아도 냉난방이 이뤄지고 자판기·소파가 마련된 실내 휴게실이 있다”며 “점심시간 40분이 여유롭진 않지만 휴게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미 근로자 복지회관(위)과 울산 노동복지센터 이미지
 
▲구미·울산 등 노동자회관 운영

 그러면서 그는 “아직 대부분의 영세 업체들은 휴게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고 공장조차 빌려서 가동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면서 “잠깐이라도 다리 뻗고 제대로 쉼으로써 노동자들의 쉴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만큼 쉼터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공장 자체적으로 휴게시설을 갖출 조건이 안 된다면, 광주시가 최소한 공동 휴게공간을 조성해 주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사무국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장이 밀집해 있는 구미와 울산의 경우 노동자 복지회관과 같은 휴게 시설 및 여가 시설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광주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제조업 노동자 쉼터에선 최소한 휴게공간 마련 논의로 시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는 2000년부터 근로자종합복지관을 운영하고 노동자들에게 휴식뿐 아니라 체력증진, 복지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울산광역시는 지난해 노동복지센터를 설립하고 쉼터, 상담소, 회의실 등 다목적 공간을 마련했다.

광주의 대표적 노동자 밀집지역 중 하나인 하남산단. <광주드림 자료사진>

 문 사무국장은 “찾아보면 산단 내 영세 업체들이 모여 있는 구간이 있을 것”이라며 “노동상생을 외치는 광주시가 시범적으로 하남산단 내에 제조업 노동자들을 위한 쉼터를 조성하기 위한 협의에 나설 때”라고 전했다.
 
▲광주시 민원 답변 26일쯤 내놓을 듯

 하남산단 내 노동자 쉼터 민원에 대한 광주시의 답변은 오는 26일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광주시는 지난해 2월 상무지구에 ‘이동노동자 달빛쉼터’를 조성하고, 방문 판매업을 하는 주부, 보험 설계사, 과외 교사, 택시·택배·대리 기사 등 정해진 공간 없이 돌아다니며 근무하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의 쉼터를 운영 중이다.

 또 지난해 4월엔 광주도시철도공사가 지하철 역사에 이동 노동자를 위한 휴게공간인 ‘달빛쉼터’를 서구 상무역과 동구 금남로4가역 두 곳에 조성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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