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 학교표준운영비 중
0.5% 이상 학생회에 권한 부여
“1년6개월 지난 결과
학생 중심 학교민주주의 쑥쑥”

▲ 일곡중 스포츠파티. <시교육청 제공>
광주광역시교육청이 각급 학교 학생회에 학교표준운영비의 0.5% 이상에 대한 예산 편성권과 집행권한을 부여한다고 밝힌 지 1년6개월. 학생회가 강화된 학교민주주의를 바탕으로 교육현장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광주 두암초등학교학생회는 1986년 개교 후 33년 학교 역사에 없었던 첫 예술제를 직접 개최했다. 학생회가 선거 공약이었던 예술제 개최에 1학기 사업비 46만 2천 원의 67%인 31만 2130원을 과감히 투입한 것.

학생들이 계획한 행사라 기존 행사들과 차이가 있었다. 하루 이틀 안에 끝나던 다른 행사들과 달리 6월 10일부터 27일까지 약 3주간 진행했다. 글짓기?시화?그림 세 분야에서 3~6학년 98명의 참여를 받았고 SNS와 아이돌 선발 대회처럼 전체 학생들에게 스티커로 ‘좋아요’를 받는 방식으로 입상작 선정과 흥행 몰이를 했다.

대회의 계획 수립부터 심사, 선정까지 학교는 개입하지 않았다. 모두 학생 손으로 결정했다.

두암초 학생회 올해 1년 예산은 154만 5000원이다. 선거비용 12만 원 포함이지만 공약 실현을 위한 학생회 활동은 앞으로도 ‘착착’ 진행될 예정이다.

두암초 자치활동 담당 장태평 교사는 “두암 예술제가 학생들의 자발성과 학생들에 대한 믿음을 키워주는 학교문화 형성에 한발 다가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변화는 다른 곳에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일곡중 학생자치는 교육현장에서 유명하다. 12월에 선출된 예비 2?3학년 학생 대표들은 다음해 1월 수련회를 떠나 1박2일에 걸쳐 1년간 학교일정을 토의를 거쳐 결정한다. 3월 입학식부터는 그 계획대로 학교가 운영된다. (1학년 학생회는 4월에 추가 구성된다.)

전반적으로 학생회를 잘 가르쳐 학교 운영 방향을 현명하게 결정하도록 하는 모양새다. 예산 편성이 학생자치에 탄력을 주었음은 물론이다.

신용중 세월호 추념행사. <시교육청 제공>|||||

일곡중 학생회 특징은 학년별로 움직인다는 점도 있다. 각 학년 학생회는 13명, 3학년까지 총 39명이다. 평균 주 2회 모여 학교 현안과 일정 등을 논의한다. 예를 들어 학교 야영 행사도 학년 단위로 회의를 한 후 교사들은 지원하는 정도만 하고 있다.

일곡중 김방희 교사는 “본격적인 학생자치가 3년 정도 됐다”며 “올해 들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5일 개최된 일곡중 ‘스포츠파티’는 학생자치가 학교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스포츠파티’는 여러 언론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고 ‘21세기 학생들의 이색 운동회’로 알려졌다.

2014년 개교한 광주 신용중학교는 2016년부터 학생회에 소액이지만 예산을 배정했다. 2016년 30만원, 2017년 210만원을 편성했다. 학생회 예산이 의무화된 2018년부터는 학생회 총 예산을 1년에 1000만원으로 대폭 늘렸다.

2019년에는 학생회 운영비 500, 혁신부 학생지원비 270, 자치모델 공모지원비 300을 합쳐 1070만원이 배정됐다.

신용중 학생회는 SNS 페이지를 통해서도 학생들과 소통하며 활동한다. 체육대회나 등교시간 캠페인 등 물론이고 5?18, 세월호, 학생의 날 추념행사를 학생회가 직접 담당한다. 2018년 5월18일에는 ‘신용중 학생시민이 묻고 교육부장관이 답하다’ 행사를 열기도 했다.

예산은 학교표준운영비 의무배정 비율의 4배가 조금 안 되는 1.89%를 배정받고 있다. 매해 약 100만원을 공약이행 예산으로 별도 배정받는다. 공약을 반드시 지키라는 의미다.

올해 학생회장은 공약으로 “겨울에 온수를 나오게 하고 물비누도 설치”하겠다고 내걸었다. ‘온수’는 3월부터 실현됐고 물비누도 설치 완료됐다. (현재는 날씨가 따듯해져 겨울까지 보일러 가동을 중단했다.)

광주시교육청은 2017년 12월20일 광주교육연수원 대강당에서 열린 ‘2018 주요업무계획 설명회’를 통해 2018년부터 각급 학교가 학교표준교육비의 0.5%이상을 학생자치회 운영비 예산으로 의무 편성하고 학생자치회에 예산 편성과 예산 집행 권한을 부여하도록 안내한 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지난해 8월 진행된 ‘2018 학생자치활동 역량강화캠프’에서 학생 대표들을 만나 “학생자치활동의 제반 여건을 개선하고 행·재정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며 “우리 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서 세상을 바꾸고, 역사의 주인공으로 함께 성장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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