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하모니, 문화로 통하다
1인1휴대악기 연습…‘송송 음악제’도

▲ 문흥중학교 송송음악회.
 합창하는 학생들 손에서 태극기가 휘날렸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학생들이 준비한 퍼포먼스. 학생들은 호국선열을 떠올리며 열과 성을 다해 노래했다. 또 다른 합창 팀은 인도풍 컨셉을 위해 머리에 터번을 두르고 무대 위에 올랐다. 노라조의 곡 ‘카레’에 맞춰 통통 튀는 율동도 가미했다.

 무대 위 학생들은 청중들의 시선에 신경 쓰기보다는 한 곡 한 곡 실수 없이 마무리 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반 구성원 전체가 똘똘 뭉쳐 무대를 채운다는 것의 의미가 큰 자리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문흥중학교(광주광역시 북구 능안로2) 강당에서 열린 ‘松SONG(송송) 음악제’의 면면들이다. 문흥중 전교생이 참여해 학급별로 개성 가득한 무대를 선보이는 자리. 이목이 집중되는 무대에 선다는 건 떨리고 쑥스러운 일이지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같은 반 친구들이 있어 두려움 없이 공연에 임했다.

 이날 음악제 사회를 본 문흥중 학생회장 이수 학생은 “지난 한 달간 옷과 소품을 맞추고 함께 연습하면서 서로 더욱 끈끈해진 것 같다”면서 “비록 학교 안의 무대지만, 우리에겐 큰 무대이고 친구들과 같이 완성해간다는 점에서 뜻깊은 자리”라고 소감을 밝혔다.

 음악제 무대는 같은 반 친구들이 모두 함께 입을 맞추고 마음을 모아 이뤄낸 결과물이었다. 문흥중의 ‘합창과 1인1휴대악기 연주의 생활화’ 방침에 따라 학생들은 음악 수업시간을 비롯해 점심시간,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연습해 왔다. 신학기 들어 아직 서로에 대한 어색함이 채 가시지 않은 5월부터 연습을 반복하며 서로의 간극을 좁혀왔다.
음악제에서의 연주 모습.
 
▲‘소리 나는 책’ 아침방송으로 감성 공유
 
 이처럼 문흥중에선 ‘문화’를 매개로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연결고리’가 끈끈하다.

 문흥중의 매주 금요일 아침은 시로 시작된다. 독서토론 동아리 학생들이 직접 시나 책의 구절을 읽어주는 ‘소리 나는 책’ 방송 시간.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라도 친구들의 목소리를 통해 잠시나마 사색에 잠기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소리 나는 책 방송에 참여하는 문흥중 3학년 송승은 학생은 “원래 글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혼자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면서 “제 목소리로 아침잠을 깨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또 저로 인해서 좋은 글이 친구들에게 알려지게 돼서 함께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송승은 학생은 최근 책 황윤의 ‘사랑할까 먹을까’를 읽고, 학생들에게 몇 구절을 소개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먹고 있는 고기에 대한 진실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소·돼지와 같은 동물들이 어떻게 잡혀서 고기가 되는지, 또 우리가 무분별하게 고기를 소비하기 전에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등 함께 고민하고 싶은 내용이었습니다.”

 소리 나는 책 방송에서 소개된 책을 대출해 읽는 친구들을 보면, 보람은 배가 된다.

 또 학교 곳곳에 게시된 ‘이달의 시’ 역시 학생들이 서로의 감성을 공유하는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문흥중은 매달 ‘평화로운 학교를 위한 이달의 시’를 운영해 동아리 학생들이 직접 학교 현관과 급식실 문 등에 시가 적힌 시화 한 편씩을 게시토록 하고 있다.

 지난 5월의 시는 나태주의 ‘행복’이었고, 6월엔 정현종의 ‘비스듬히’가 선정됐다. 5월의 시 선정과 시화 부착에 참여했던 문흥중 3학년 김연호·송하은 학생은 “국어시간에 접하게 된 시가 마음에 와 닿아서 다른 학년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마음”을 전했다.

이달의 시.
 
 이들은 “학생들이 오며 가며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공간에 시를 게시한다”며 “가던 걸음을 멈추고 시를 들여다보는 모습을 보게 되면, 감동을 함께 나누는 느낌도 들고 친구들에게 무언가 나눠주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교육복지 사업도 ‘문화’로 꽃 피워
 
 문흥중 미술동아리 활동도 ‘감성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독특한 색깔을 입혀가고 있다. 그림을 그리고 감상하는 활동에 그치지 않고 생태감수성, 인권감수성을 넓히는 활동을 지향한다. 텃밭을 가꾸며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기, 장애인과 노약자가 불편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셜 디자인 공부하기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문화 활동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교육복지’ 대상학생들에게 맞춤형 지원을 가능하게 한다. 문흥중의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을 통해 대상 학생들은 꽃꽂이 수업, 기타 합주, 텃밭 스케치, 그림책 읽기 등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교과연계 활동으로 교실 안팎에서 이뤄지기도 하고 지역사회와의 연합으로 이뤄져 확장 가능성을 넓히는 중이다.

 문흥중 김혜선 교육과정부장은 “문화적 요소가 더해진 특별 교육활동을 추진한 이유는 따뜻한 감성을 함양하고 사람 냄새 나는 학생들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교육적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 활동 덕분에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정숙을 강요하지 않아도 전보다 차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면서 “지시나 강요보다는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커진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문흥중은 일반학교임에도 학기 초에 자발적으로 형성된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여럿 있다”며 “교사들이 수업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학생 참여형 수업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흥중 교사들의 전문적 학습공동체는 그림책, 수학체험활동, 생활지도 등 주제에 따라 범교과, 학년별로 운영되고 있다.

 문흥중은 1994년 1월5일 설립인가를 받아 1994년 3월5일 개교했다. ‘배움을 즐기며 성장하는 행복한 학교’를 목표로 운영되고 있으며 재학생 475명, 교원 35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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