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여파 광주시교육청 최종 결정
“여행 아닌 역사 프로그램 취소돼 서운”

전남도교육청도 일본 출장·채험학습 자제 권고

▲ 지난해 9기 한·일청소년평화교류단에 참여한 광주 고등학생들이 양금덕 할머니 집 방문을 마친 뒤 양 할머니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광주드림 자료사진>
일본 여행 중단과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 청소년들의 교류도 줄줄이 중단 또는 취소되고 있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청소년들의 일본 방문은 주로 강제징용 등 역사적 현장 탐방을 위한 목적이어서 오히려 역사 인식을 키우고 평화에 대한 가치를 배울 기회를 놓치게 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25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근로정신대 시민모임)’과 함께 한·일 청소년 평화교류 10기 교류단 일본 방문 이틀 전인 24일 최종 취소키로 했다.

이번 일본 방문은 시교육청 지원사업으로 근로정신대 시민모임이 일본 나고야소송지원단, 도야마호쿠리쿠연락회 등과 손잡고 26일부터 8월2일까지 7박8일 일정으로 광주지역 고교 1·2학년 학생 중 24명을 선발해 평화교류 행사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반발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경제보복 논란이 확산되면서 학부모들의 염려, 사회적 기류 등을 감안해 일본 방문을 취소하기에 이른 것.

이에 그 누구보다 한일 교류에 기대감을 품었던 청소년들의 아쉬움이 가장 크다.

교류단 참가자들은 “우리는 여행을 가는 게 아니니까 일본 방문에서 제품 구매를 최대한 자제하고, 이번을 기회로 일본 청소년들과 지금 한국의 대일 분위기에 대해 토론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며 “갑작스런 취소 통보에 많이 아쉽고, 서운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해서 교육청과 근로정신대시민모임은 일본 방문을 코앞에 두고 최종 취소 결정전까지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교류 행사 취지가 강제징용 피해 역사를 주제로 하고 있는데다 양국의 청소년들 간의 교류기 때문이다.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측은 “만약 어른들 간의 민간 교류였다면 비교적 신속하게 결정하고 결정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게 덜 부담스러웠을 수 있지만, 청소년들 간의 교류여서 사회적 파장 등을 신중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일정은 원래 양쪽으로 나눠 추진하던 도야마와 나고야 방문 일정을 같이 짠 장기여행 일정으로 준비가 만만치 않았던 데다 일본 현지 고등학생들과 직접적인 교류가 예정돼 있어 참가 청소년들의 기대가 컸던 만큼 서운함도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근로정신대 시민모임은 한일 청소년 교류에 참여키로 한 일본 측 관계자들에 일정이 취소된 사정을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연락을 취하고 있다.

시교육청 역시 “한일 관계가 사회적으로 요동치고 있는 때에 일본 방문이 부담스럽다는 학생, 학부모도 계셨지만 이럴 때일수록 미래 꿈나무들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배우기 위해서라도 더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서 고민이 컸다”고 전했다.

이어 “가까운 전남도교육청에서 비슷한 목적의 일본 탐방 일정을 취소하고 타 시도교육청의 일본 연수, 탐방이 중단되는 분위기 속에서 광주만 추진하는 것에 부담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남도교육청은 24일 산하 전체 기관과 각급 학교에 ‘일본 정부의 일방적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따른 권고사항’이라는 공문을 보내 일본을 목적지로 한 공무 출장과 현장체험학습 자제를 권고했다.

이에 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청소년미래도전프로젝트와 도내 각급 학교의 수학여행 등 일본현지 활동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2019 청소년미래도전프로젝트 국외팀 28개 중 여름방학 활동이 계획된 일본팀 6개의 현지 활동이 전격 취소됐다.

이에 시교육청과 근로정신대 시민모임은 참가 예정이었던 청소년들과 일본 일정 대신 이번 일정 취소에 대한 간담회나 토론회 형식 등으로 후속 자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광주시교육청은 2013년부터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주관하는 한?일청소년평화교류 사업을 지원해 오고 있다.

이번에도 고등학교 1?2학년 24명을 선정했던 것.

교류단에 참여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2~3회에 걸친 사전교육과 국내답사, 부모님 대상 교육이 진행된 바 있다.

지난 14일 교류단은 처음으로 광주를 찾은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회’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를 만나(본보 17일자 ‘일본 적반하장 손해 자초, 오래가지 않을 것’)기도 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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