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인성고 3년 신기수 씨 증언
“21일 타당탕 소리후 두 명 쓰러져…”
헬기사격 증언 마무리…9월2일 6차 공판

▲ 3월11일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이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빠져나가고 있는 모습.<광주드림 자료사진>
“21일 도청 앞에 태극기를 두른 관 10여 개를 놓고 추도식과 집회를 하고 있었는데, 170~80m 상공에서 방송하던 헬기에서 타당탕 두세발 기관총 소리가 나더니 피를 흘리는 두 명의 시민을 서너사람이 부축하는 것을 분명히 목격했습니다.”

12일 광주지방법원 201호 형사 대법정에서 전두환의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다섯번째 공판이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됐다.

이날 공판엔 5·18민중항쟁 당시 인성고 3학년으로 집회 등에 참여했던 신기수 씨가 증인으로 나서 헬기사격 목격 사실을 증언했다.

당초 시민군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씨 등 4명이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공판에선 신 씨에 대해서만 증언이 이뤄졌다.

신 씨는 헬기 기총소사를 목격한 날을 1980년 5월20일이나 21일 중 한 날로 기억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도청 앞 분수대 주위에 태극기로 감싼 관 10개가 있었고 그 주변으로 추도식과 집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와중, 도청 뒤편에서 170~80m 상공에서 비행하며 방송을 하던 헬기가 갑자기 사격을 했다는 것이다.

상공에서 “타당탕” 두세발 총소리가 들렸고, 시민 2명이 피를 흘리면서 3~4명의 다른 시민에게 부축되는 장면을 목격한 뒤 놀라 집으로 돌아갔다는 게 신 씨의 증언 요지다.

신 씨는 총소리를 군생활 당시 총소리를 들었던 경험 등을 토대로 “기관총”이라고 확신했다.

사격이 헬기에서 발생했다고 판단한 근거론 “지상에서 쐈다면 대열의 가장자리의 사람이 총에 맞았겠지만, 가운데에 있는 사람 두 명이 총에 맞은 걸 봐선 상공에서 쏜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검사 측이 제시한 헬기사진 등을 보고선 당시 목격한 헬기 기종을 “500MD인 걸로 보인다”고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 씨는 당초 “탕 탕” 두차례 단발로 사격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으나, 변호인의 심문이 이어지자 “타당탕 두세발이었던 것 같다”고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변호인 측은 1980년 5월22일 오후 도청광장 분수대 주변에 태극기로 감싼 18구의 유해가 도청 분수대 주변에 안치됐고, 헬기가 방송하자 시위대가 총을 쐈다는 기록을 제시하며 “시위대가 쏜 총소리를 잘못 인지한 것 아니냐”는 논리를 전개했다.

이에 대해 신 씨는 “상공에서 난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고 증언했다.

조비오 신부는 1989년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5·18민중항쟁 당시 계엄군이 헬기까지 동원해 시민들에게 발포했다고 증언했었다.

“80년 5월 21일 오후 1시에서 1시 30분, 2시 정도에 상공에서 헬기 소리와 함께 지축을 울리는 기관총 소리가 드르륵 세 번 울리고 동시에 불이 나갔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두환은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헬기사격은 없었다며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등으로 표현해 유족에 의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21일 헬기 기총소사가 있었는지 여부 등 전제가 되는 사실들에 대한 확인 여부가 먼저 확인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12일 재판에서 장동혁 부장판사는 “고 조비오 신부가 봤다고 하는 그 시간 그 위치에서 헬기 기총소사가 있었는지 밝히는 문제가 가장 기본 전제돼야 한다”면서 “이후 형사상 사자명예훼손 여부가 성립하는 지에 대해선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전두환은 지난 3월11일 열린 첫 공판기일에 출석한 뒤 불출석 허가를 받아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신 씨를 마지막으로 헬기사격 목격자들에 대한 증인심문을 마쳤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일을 9월2일로 정했다.

검찰은 다음 재판에선 1980년 당시 31항공단에서 탄약관리하사로 근무했던 최종호 하사와 고소대리인인 고 조비오 신부 조카 조영대 씨, 전일빌딩 총탄 흔적을 감정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 등을 증인으로 세울 것으로 예고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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