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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 우리 책들]마을과 고향에 대한 질문
‘나의 독산동’유은실 글, 오승민 그림
(문학과 지성사:2019)
이진숙
기사 게재일 : 2019-09-02 06:05:01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통상 ‘고향’이나 ‘나의 옛 동네’하면 시골 풍경을 떠 올리는 이들이 부럽다.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노닐었던 그들의 어린 시절이 너무 반짝거리는 것 같고 경쟁과 탐욕의 자본논리가 지배하는 도시와는 다른 정서를 경험했을 것 같아서다. 그래서 추석 같은 명절이 다가와 ‘고향방문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볼 때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 듯 무감했다. 사실, 도시 그것도 공장지대나 산동네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살았던 사람이라면 고향이나 어린 시절을 떠 올리는 것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얼마 전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쓰는 유은실 작가의 그림책 ‘나의 독산동’(유은실 글, 오승민 그림 : 문학과 지성사, 2019)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서울이 고향인 작가가 어릴 적 살았던, 서울의 대표적인 공장지역이었던, ‘독산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그 곳을 기억하는 작가의 시선이 무척이나 따뜻했기 때문이다. 독산동에 사는 은이는 학교 시험문제에서 ‘이웃에 공장이 많으면 생활하기 어떠한가?’ 라는 질문을 보고는 혼란에 빠진다. 은이는 여러가지 이유에서 이웃에 공장이 많은 우리동네가 매우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알려 준 답은 ‘시끄러워서 살기가 나쁘다’는 것이었다. 자기가 좋아하고 편리하게 생각했던 마을살이를 누군가가 그리고 교과서에서 나쁘다고 하는 평가하는 것을 보고 은이는 틀렸다고 표시된 시험답안지를 들고 와 엄마 아빠에게 이야기를 한다.
 
 “엄마, 선생님도 모를 수 있어?” “넌 선생님이 모르는 것 같니?”

 “선생님은 딴 동네에 사니까, 우리 동네를 잘 모르는 거 같아.”

 나는 이웃에 공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은지 얘기했다.

 “우리 동네는 우리 은이가 잘 알지.”

 엄마는 시험지를 파일 맨 앞에 끼웠다. 반공 글짓기 장려상이 시험지로 덮였다.

 “이 다음에 어른 될 때 까지 이 시험지 잃어버리지 마라.” 아빠가 말했다.
 
 아이의 질문에 되묻는 부모의 말에 많은 뜻이 담긴 듯하다. 현실을 부정하며 과장해서 멋지게 포장하는 것도 아니고, 겪고 있는 상황을 비극적으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아이가 느낀 마을과 이웃에 대해 있는 그대로 소중히 여겨주고 간직할 수 있도록 하는 태도에서 마음이 뭉클해졌다. 은이는 공장에서 일하는 이웃 어른들이 틈틈이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에서, 공장에서 불량으로 나온 인형들을 자기들만의 방법으로 꾸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장난감으로 만들어 친구들과 놀았던 일에서, 사회가 가진 편견과 낙인찍기를 거부하고 아이다운 시선으로 마을에서의 추억을 마음에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그림책 ‘나의 둔촌 아파트’(김민지 글 그림 : 이야기꽃, 2018)는 서울 둔촌동의 오래된 주공아파트에 살았던 이가 재개발로 없어진 자신의 옛 단지(마을)를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왜 그곳을 떠나야 했는지 단지는 왜 새로 개발되고 비싸게 팔려야 하는지 묻는 주인공의 나직한 질문이 무척이나 쓸쓸하다. 도시재생이니 재개발이니 하며 변해가는 많은 곳들이 있다. 그곳에 살던 이들에게 고향이고 추억이고 자라나게 한 자양분이었을 곳이, 어느새 자본의 논리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거나 원주민들을 떠나가도록 내몰기도 한다. 그러고는 도시민에게는 있지도 않았던 고향-시골의 이미지를 만들어 그리워하게 만든다. 급속히 성장하고 팽창하며 선진화된 사회라는 우리가 가지게 된 씁쓸한 한 면이다.

 어디서 어떻게 관계 맺고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공동체이고 같이 더불어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일까. 마을과 공동체에 대해 그 의미와 중요성을 이야기 하지만, 어쩌면 낭만적인 감상에 젖어있었던 적은 없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눈에 보이는 환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어떻게 마을살이를 하느냐가 제대로 사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리라. 살아가는 데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고 또 누릴 수 있는가에 대해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 때, 소비의 광풍과 자본의 과시와 경쟁의 대열에 균열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 마을과 고향을 떠 올리며 읽으면 좋을 그림책
 
 ‘나의 동네’이미나 글 그림. (보림:2019)
 ‘나의 독산동’유은실 글, 오승민 그림. (문학과 지성사:2019)
 ‘나의 둔촌 아파트’김민지 글 그림. (이야기꽃:2018)
 ‘여우난골족’백석 시, 홍성찬 풀어쓰고 그림. (창비:2015)
 ‘우리 마을이 좋아’김병하 글 그림. (한울림어린이: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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